[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무거워서 항소, 가벼워서 부당… “성착취 학폭 해결사”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무거워서 항소, 가벼워서 부당… “성착취 학폭 해결사”
  • 정선효
  • 승인 2021.01.25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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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해결사라며 여중생 11명 성폭행한 40대 남성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팀장

 


학교폭력 해결사


2018년 여름, 40대 남성 A씨는 SNS를 통해 B양을 알게 됐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B양은 A씨에게서 담배와 돈 등을 받았다. 이른바 ‘일진’이었던 B양은 A씨에게 자신의 친구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렇게 A씨는 B양의 뒤를 봐주는 ‘삼촌’으로 알려졌다.

A씨의 범행 방식도 이와 연관이 있었다. 2019년 가을, A씨는 B양이 따돌리던 친구들에게 접근했다. B양을 통해 그들을 불러내서는 ‘학교폭력 해결사’를 자처했다. 자신이 B양의 뒤를 봐주니, B양의 학교폭력을 막아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 그 논지였다.

이를 거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일진들에게 찍히면 학교생활 못 한다’, ‘본인은 사채를 하는 사람이며, 학생뿐 아니라 부모님까지 매장할 수 있다’ 등의 말로 협박해 성폭행했다. 또한, 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는 추후 피해자들의 신고를 막기 위한 협박 용도였다.

A씨는 범행에 가담한 일진 학생들의 손을 빌려 잠적한 피해자들까지 찾아냈다, 그렇게 잠적조차 불가능함을 피해자들에게 각인하고 자신의 지배하에 둔 채, A씨는 이전과 같은 범행을 반복했다.

2019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7개월 동안, A씨는 총 11명의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했다. 재판에 넘겨질 당시 A씨의 혐의는 4회 강간, 52회 이상 위력에 의한 간음, 2회 유사 성행위 범행이었다.


판결


A씨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범행에 가담한 B양 역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방조 혐의로 소년부에 송치됐다. 그러나 A씨는 1심 판결에 대해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반대로 검사는 해당 판결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그에 따라 지난 21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형사 1부는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에 더해 10년간 신상 정보 공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시설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성적 가치관이 성숙하지 못하고, 보호를 받으며 성장해야 할 여성 청소년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범행으로 커다란 정신과 충격을 받았을뿐더러 피고인이 피해 복구 조치를 하거나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아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결정이었다.

그에 더해 피고인 A씨가 피해자들에게 보호를 명목으로 성관계를 요구한 점, 피해자들의 잠적에도 일진 학생들을 동원해 범행을 반복한 점 등을 보아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음을 밝혔다.


누구도 해결하지 못해서


위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가해자 A씨에게 붙은 또 다른 이름은 ‘학교폭력 해결사’다. 이 사실은 다소 블랙코미디 같은 부분이 있다. 정작 학교폭력을 해결해줬어야 할 이들은 어디로 가고, 일진의 뒤를 봐준다던 A씨가 학교폭력 해결사인가.

그리고 A씨에게 붙은 이 별명은, 그 많은 피해자가 어째서 반복되는 범행을 감내해야 했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범죄는 학교폭력으로부터 시작됐고, 학교폭력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은 일진들 앞에, 그리고 그들의 뒤를 봐주던 A씨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피해자들은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가해자는 A씨다. 그러나 그간 많은 학교폭력 문제가 그랬듯, 방관자는 모두다. 그중 누구라도, 서둘러 손을 내밀었다면. ‘학교폭력 해결사’라는 이름은 다른 이에게 붙었을 텐데.

결국, 성범죄자 A씨가 그 이름을 가져간 것은 A씨를 제외한 ‘누구도 해결하지 못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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