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상춘재(常春齋)는 기와를 올린 목조 한옥으로 방 2칸, 부엌, 마루, 화장실, 대기실 각 1칸에 지하실이 갖춰진 청와대 부속건물이다.

상춘재는 1983년 4월 준공된 전통적인 한식 가옥으로 외빈접견 등에 사용되고 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청와대 경내에는 전통 한옥식 건물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외국에서 손님이 와도 우리나라 가옥 양식을 소개할 길이 없었던 차에 200년 이상 된 춘양목(경북 봉화 춘양면일대에서 자라는 소나무)을 사용하여 전통 한식가옥인 상춘재를 짓게 되었던 것이다.

현재는 외빈 접견이나 비공식회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연혁을 보면 현 상춘재 자리에는 일제 때 조선총독부 관사로 건축된 일식 목조건물인 상춘실(약 20평)이 있었으나 1977년 12월에 철거하고, 이듬해 3월 천연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양식 목조건물(약 22평)로 개축하여 상춘재라고 이름 지었다.

▲ 사진_청와대기자단

그 뒤 전통한식집을 형태 변경 없이 목재로 보수하는 공사를 1982년 11월 20일 착공하여 온돌방 1개와 대청마루가 있는 연건평 116평의 건물을 1983년 4월 5일 완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갖았다. 점심 메뉴는 중식 코스였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당 대표들과 회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춘재는 문 대통령 취임 이전, 전직 대통령은 외국 정상 등 외국 귀빈들만을 대상으로 한 접견 장소여서 그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직접 상춘재 옆에 연못도 안내했는데 일종의 ‘청와대 가이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필자가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 대통령 취재차 찾은 상춘재는 청와대에서 사실 가장 전망도 좋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상춘재 뒤쪽으로 가면 작은 연못이 있고 오솔길이 있는데 고즈넉하고 시원한 공간으로 기억된다.

상춘재 옆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작은 연못은 금붕어도 넣어놓고, 물고기들도 넣어놓고 하는데 경호실에서 주로 관리했다고 한다. 그런데 연못물이 얕아서 오소리들이 자꾸 물고기들을 잡아먹어서 경호실에서 경호 아닌 경호를 했다고 한다.

▲ 사진_청와대기자단

이날 영수회담에서 가장 화두에 오른 한 글자를 꼽는다면 ‘추’ 자가 아닌가 싶다.

추미애 대표는 “저쪽(야당측)은 ‘추’ 들어간 건 다 싫어한다”하면서 “고추, 배추, 상추, 삼종 ‘추’를 다 못 드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강조한 건 다른 ‘추’였다. ‘추경’이 꼭 통과되어야 한다고 반문하며 웃음을 지은 것이다.

이날 회동은 최근 미국·독일 순방에 대한 외교적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독 정상회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얻은 성과 등을 야당 대표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

각 당 대표들은 ‘인사 5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여·야·정 협의체 구성, 신고리 5·6호기 중단 신중 추진, 남북관계에 대한 신중한 접근도 요구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 대책, 최저임금 부작용 대책, 사정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방안 등 국내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회담 직후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대통령이) 선거 전에 있었던 일은 모두 잊어버리자. 큰 강을 건넜으니 뗏목은 잊고 새로운 일을 하는 방향으로 협치하자.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청와대 제안을 뿌리치고 충북 청주 수해지역을 찾아 삽을 손에 들고 복구 작업을 벌이는 개인 일정을 소화했다.

꼬일 데로 꼬인 청와대와 야권과의 관계가 문 대통령의 상춘재 초대로 실타래가 풀리길 진정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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