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창간9주년_국민의 시선] 청춘 응원한 ‘박카스 동아제약의 성차별 면접’ 국민은 지켜본다
[뉴스워커 창간9주년_국민의 시선] 청춘 응원한 ‘박카스 동아제약의 성차별 면접’ 국민은 지켜본다
  • 박선주
  • 승인 2021.03.25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유리천장 지수’ 한국 OECD 중 ‘꼴지’
-여성가족부 “성평등 채용 정착되도록 조치 강화”할 것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뉴스워커 창간9주년_국민의 시선] 팍팍한 삶에 ‘젊음과 활력’을 전해 주는 것 같은 동아제약의 간판 제품 박카스. 누적판매량만 200억병에 달하는 박카스는 우리 국민들이 애용하는 피로회복제다.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는 동료의 손에 전해주던 박카스 한 병’이 그려지는 광고처럼 청춘의 피로를 씻어줄 것만 같던 박카스를 만드는 동아제약이 ‘성차별 면접’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동아제약이 채용 면접 과정에서 군대 관련 질문을 여성 면접자에게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채용 성차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불매운동을 하자는 목소리도 나고 있어 문제가 가벼워 보이진 않는다.

해당 업체 직원 채용에 지원한 피해자 A씨는 지난 8일 온라인에 “지난해 말 면접 볼 때 인사팀 팀장이라는 사람이 유일한 여자 면접자였던 나에게 ‘여자들은 군대 안 가니까 남자보다 월급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냐?’고 물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폭로자 B씨 역시 “면접 당시 ‘3년 만난 남자친구 있으면 금방 결혼하겠네’, ‘여자는 결혼하면 그만둬서 안 된다’고 했다”고도 했다는 것.

피해자들의 증언에 온라인상에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동아제약이 결국 과거 채용과정에서 발생한 성차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동아제약은 23일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해 “앞으로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채용시스템과 절차를 재점검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며 “성평등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가 좀 더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재 남녀 동수로 운영 중인 인권위원회를 강화하고 의견이 잘 반영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채용 이후에도 성차별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배치·승진·임금·교육 기회 등 프로세스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23일 동아제약이 사과문을 낸 이후, A씨는 자신의 브런치 계정을 통해 “동아제약의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과문도 할 말은 많지만, 굳이 하지는 않겠다”며 “화해의 의미로 동아제약 면접을 보던 날인 2020년 11월16일 ‘타임지 100권’에 선정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최호진 사장에게 보낸다. 꼭 한번 읽어보고, 다 읽으면 인사팀장에게도 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는 별개로 동아제약의 채용 성차별은 고용노동부의 조사와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리천장 지수 ‘꼴지’…“성평등 채용 정착되도록 대책 발표”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앞두고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가 있다. 평가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성별 임금 격차, 기업 내 임원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10개 항목에 대해 이뤄진다. 한국의 올해 유리천장 지수는 조사 대상 OECD 29개국 중 29위.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별임금격차 32.5%로 가장 낮았고, 여성 중간관리자 비율은 OECD 최하위 수준이었다.

동아제약 면접관이 여성 지원자에게 성차별적 질문을 던져 논란이 일면서 ‘유리천장’이 심각한 제약업계의 조직문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16개 제약·바이오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총 임원 448명 중 남성은 402명, 여성은 46명이다. 여성 임원이 있는 곳은 16개 기업 중 13곳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제약·바이오 업계 ‘매출 1조 클럽’에 들어선 진단키트 기업 씨젠의 임원 25명 전원은 남성이었다. 대웅제약 임원 6명, JW중외제약 임원 7명 가운데 여성은 없었다.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지난 16일 “최근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야기된 성차별적 면접 논란을 계기로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요인을 해소해 성평등 채용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과 조치를 강화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했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채용 안내서 배포 ▲인사담당자 성별균형 인사관리 역량강화 교육 ▲성차별 방지를 위한 현장지도와 제도개선 등을 추진하고, 고용노동부는 ▲구인광고 성차별 여부 모니터링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 운영 및 신고사건 엄정 수사 ▲채용절차법 위반에 대한 집중신고 및 지도 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관련 법 보완해 재발 방지 나서야”…양성평등 우리 모두를 위한 것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논란’ 사건으로 인해 ‘남녀고용평등법’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07년 ‘남녀고용평등법’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됐다. 이 법의 제1조(목적)에 따르면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고용에 있어 남녀의 평등한 기회 및 대우를 보장하는 한편 모성을 보호하고 직장과 가정생활의 양립과 여성의 직업 능력 개발 및 고용 촉진을 지원함으로써 남녀고용평등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또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중 남녀의 평등한 기회보장 및 대우 등에서 제7조(모집과 채용)를 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미혼 조건 등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용·채용 절차상의 차별적 처우를 금지한 현행 관련법으로는 면접 과정에서 발생한 성차별을 처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한다. 채용 과정에서 차별적인 발언만으로는 채용차별을 입증하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련 부처가 입법공백만 탓하고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문제가 드러난 기업에 대해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또 관련법을 보완하는 등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로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

최근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떠오르는 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다. 이중 사회(S) 분야의 중요한 이슈가 양성평등이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남자와 여자를 서로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해 똑같은 권리와 의무, 자격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양성평등이다. 우리 마음속에도 ‘여자니까’ 또는 ‘남자니까’ 하는 생각이 무의식에 깔린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런 편견이 실린 생각을 버려야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룰 수 있다. 양성평등을 위한 움직임은 여성 인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동아제약의 ‘박카스’ 광고는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조명한다. 삶의 무거운 피로감을 씻어내고 다시 한 번 힘을 내보자는, 말 그대로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박카스 광고처럼 사람의 실력을 보고 채용하는 인간적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상대에 대한 비방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