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북한이 오늘(29일) 오전 5시 57분 경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중거리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에 떨어뜨리는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반도는 전쟁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자 일본 당국은 전국순간경보시스템인 J-얼럿을 발령했다. NHK는 오전 6시 2분부터 이같은 일본 정부의 발표 내용과 훗카이도, 아오모리, 이와테 현 등 피난 지시가 내려진 12개 지역을 반복해 알린 뒤 안전한 건물로 피난할 것을 당부했다. NHK는 또 북한 미사일이 공중에서 3조각으로 분리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자위대가 북한 미사일을 공중 파괴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 그래픽_진우현 기자

◆ 위험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왜?

북한이 오늘 발사한 미사일은 최대고도 550km로 2천700여km를 29분간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괌까지의 거리가 약 3천km인 점을 감안할 때 괌까지 도달할 수 있는 능력 과시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9일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도 포위 사격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위협한 바 있다.

이에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괌으로 발사하면 선제타격 하겠다고 경고하자, 북한은 다시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북한이 계획 유보 입장을 밝히고, 미국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의 제스처 보내면서 한반도 위기감이 다소 누그러지는 듯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한미 군사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에 들어가면서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지난 26일 오전 6시49분쯤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김책남단 연안 동해상으로 3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북한은 또 다시 위험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이러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 ‘탄도미사일을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으로 낙하하도록 한 것은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는 않으면서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거리를 과시함으로써 실제로 괌 공격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고각 발사로 쐈지만, 이번에는 비행거리와 최고고도 등으로 미뤄 30~45도의 정상각도를 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의 해상자위대 함대 사령관을 지낸 고다 요지 전 해장은 “북한 미사일이 발사한 지 대략 14분 만에 낙하한 것에서 통상보다는 고각으로 쏘는 로프티트 궤도가 아니라 정상 궤도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따라서 IRBM급 탄도미사일을 처음으로 정상각도로 쏨으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마지막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 전쟁 위기감 고조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번 미사일 도발은 일본 상공을 지나게 했다는 점에서 일본까지 더불어 자극시킨 계기가 돼 한반도가 더욱 위험해진 상황이다.

지난 26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 하면서 북한이 제 2차 한국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이미 나온 바 있다.

미 국방 전문가 해리 카지아니스는 2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과의 제2차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는 “제2 한국전쟁에서 기억할 것은 한국전쟁은 단순한 휴전 상태로 마무리됐다는 점”이라며 “북한은 현재 남한 수도권 2500만명을 공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김정은은 올해 마치 자랑하듯이 단거리뿐만 아니라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왔다”며 그간의 김정은의 행태를 언급했다. 그리고는 “북한 군사력은 한미연합군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지만 군사학계에서 양은 곧 질이라는 말이 있다”며 “북한에는 100만명의 군인, 4300대의 탱크, 5000t의 화학무기, 60개의 핵무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수년간 한미연합훈련에서 북한과 충돌할 경우 수백만명의 사람이 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시뮬레이션에서 80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 아침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 도발을 하자 일본이 발끈하고 나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폭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관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례 없이 심각하고 중대한 위협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현저하게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앞으로도 공고한 미일 동맹을 토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긴장감을 갖고 국민의 안전, 안심 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분위기도 더 심상치 않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오전 7시부터 40분간 진행된 상임위는 북한의 이날 도발을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고 평가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 규정하고 강력 규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실장이 참석한 확대 참모진 회의를 별도로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한 우리군의 강력한 응징 능력을 과시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공군의 F-15K 전투기 편대가 MK-84 폭탄의 실제 투하 훈련을 벌였다.

외신들도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일제히 보도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긴장감을 고조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만큼 한반도는 지금 전쟁 위기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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