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지난 2011년 9월 한전은 하절기 전력 수급기간을 무사히 지내고, 겨울을 대비해 발전기들을 정비중이였다. 하지만 그해 9월 15일 전국적으로 이상고온의 무더위로 인해 전기수요량이 급증한 사건이 발생한다.

전력거래소는 9월 15일 최대 전력 수요량을 6천 400만kw로 예상했지만, 전력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 6천726만kw에 달하는 전력수요가 발생하게 된 것이었다. 그 결과 예비전력은 안정 유지 수준으로 보는 400만kw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다. 일명 ‘블랙아웃’의 순간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예비전력이 안정 유지 수준인 400만㎾ 이하로 떨어지자 95만㎾의 자율절전과 89만㎾의 직접부하제어를 시행했고, 이후에도 계속되는 수요 증가로 예비전력이 400만㎾를 회복하지 못하자 지역별 순환단전에 들어갔다.

▲ 현대사회에서 전정이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최근 대만에서, 그리고 국내에서도 정전사태는 일어난다. 정전은 단순히 전기가 끊겼다는 표현만으로는 어울리지 않다. 작게는 한여름 더위에 고생을 하게 되고 또 인명피해가 발행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만의 첫 여성 총통 차이잉원의 지지율이 20% 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 해답으로 뉴스워커에서는 스마트그리드를 제시하고 있다.<배경 사진_뮤지컬 블랙아웃(일부 편집), 인물, 대만 총통 차이잉원(출처_페이스북), 그래픽_진우현 기자>

그 결과 예고되지 않은 지역별 순환단전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피해 보상을 신청한 금액만 628억 원에 달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피해를 입증하지 못해 공식적으로 보상을 신청하지 못한 금액을 합한다면, 수 조원에 달할 정도의 그 피해의 규모는 큰 것으로 추산됐다.

한편 올해 8월 15일 대만 전체 가정의 2/3 가량인 828만 가구가 정전으로 암흑에 휩싸였다.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에 일어난 사건이라 대만 국민들은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했다.

대정전은 전력 예비율이 3.17%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예비전력을 유지하던 찰나, 발전소 직원의 실수로 대만 전체 발전량의 10% 이상을 담당하던 타오위안 다탄 화력 발전소가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됨으로서 일어난 사건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9월 4일 대만 린취안 행정원장이 대정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고,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율은 20%대에 머무를 정도로 대만 내 분위기는 좋지 않다.

물론 탈원전이 대정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보는 것은 어렵지만, 전력 예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임을 증명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9월 15일에 일어난 한국의 지역 순환 정전, 2017년 8월 15일에 일어난 대만의 대정전 사태는 모두 전력 예비율이 낮은 상황에서, 수요량 증가 내지 작업자의 실수가 결합되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력예비율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고, 이에 관련된 산업 분야인 스마트 그리드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성이 있다.

◆ 스마트 그리드 ‘소비자와 한국전력, 양방향 소통 전력’

스마트 그리드라고 하는 것은 독점적 전력 공급자가 가진 단방향 전력망에 IT 기술을 접목하여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을 가리킨다. 발전소와 송전·배전 시설과 전력 소비자를 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하여 양방향으로 공유하는 정보를 통하여 전력시스템 전체가 한 몸처럼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에는 전력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수요를 예측하여 그에 맞는 전력을 공급했다면,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각 수요량에 대한 정보를 전력 공급자에게 제공하고, 공급자는 그 정보에 따라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을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즉 스마트 그리드는 한국전력이 “실제 수요는 75GW인데 100GW가 필요하겠지”라며 일방적으로 100GW를 공급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소비자가 75GW가 필요하니 75GW만 생산해 달라고 한국전력에 주문하면, 한국 전력은 소비량과 여유분을 책정하여 80GW 정도를 생산하는 방식이라 하겠다.

따라서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접목된 전력공급 구조에서는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또한 스마트 그리드와 ESS등의 전기에너지 저장장치 혹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연계한다면 급작스러운 전력 수요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은 각국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신재생 에너지와 ESS

스마트 그리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로 ESS를 들 수 있다.

ESS(Energy Storage System)는 단어 뜻 그대로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력을 저장하는 시스템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때 ESS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신재생 에너지의 특징과 관련이 깊다.

신재생 에너지는 태양광, 태양열, 풍력과 같이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 에너지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한계는 수요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과 태양열은 날씨가 흐린 날에는 발전량이 감소하고, 풍력의 경우에도 바람이 약하게 부는 날에는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ESS다.

날씨가 맑아 일조량이 풍부한 날에는 태양광, 태양열 발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한 뒤, ESS에 저장을 해놓고 날씨가 흐려 발전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날에는 ESS에 저장된 전력을 사용한다면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서 ESS를 개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고 있지 않다.

◆ 스마트 그리드와 ESS 관련 산업 국내 동향

스마트 그리드와 ESS 관련 산업 부문에서는 정부, 기업, 연구 기관이 합심하여 관련 산업 성장에 노력하고 있다.

먼저 정부 차원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2018년 예산안’에서 ESS 기술 개발에 489억원, 스마트 그리드 핵심 기술 개발에 425억원, 에너지 수요 관리 핵심 기술 개발에 1858억원을 각각 배정하고 스마트 그리드와 ESS 산업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한편 기업 부분에서는 KT가 2009년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과 국책과제를 통해 개발된 K-MEG 플랫폼을 개발했는데, 이후 인텔리전트 네트워크ㆍAIㆍ실시간 관제 등의 기능을 추가한 세계 최초의 스마트에너지 플랫폼 KT-MEG을 완성하기도 했다.

KT는 백 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앞에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ESS 등을 통해 저장ㆍ관리하는 ‘기가 에너지 젠’등을 포함한 스마트 에너지 분야를 시연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 기관 부분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8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연구 성과 실용화 진흥원에서 ‘제5차 기술설명회 및 기술이전 상담회’를 개최한 것을 들 수 있겠다.

이 설명회에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진창수 박사는 액체 상태의 전해질에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레독스 흐름전지 ESS 기술’을, 한국전기연구원 김응상 박사는 ‘ESS 및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시스템 기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이일우 박사는 ‘마이크로그리드 ESS 최적운영 소프트웨어 및 태양광 발전 모듈 관리 기술’을 각각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이처럼 차세대 전력에너지 망으로서 스마트 그리드와 ESS는 정부 뿐 아니라 관련 기업, 연구 기관들의 노력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스마트 그리드와 ESS 관련 산업 해외 동향

코트라(KOTRA)의 이 세경 일본 도쿄 무역관의 보고에 의하면 도쿄 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경영진이 대거 교체되어 경영 방침이 바뀌었는데, 주목할 것은 젊어진 경영진, 권한을 가지게 된 현장 관리 층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규 거래, 해외업체의 도전이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하여 이 무역관은 도쿄 전력이 다른 업종과의 제휴 및 신규 비즈니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정용·산업용 축전시스템(ESS), 스마트 그리드 관련 한국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도쿄 전력은 원전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 금액이 그리 크지는 않은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기업의 합작 보다는 중소기업이 도쿄 전력과 합작하는 형태가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며 전망했다.

한편 최 선욱 칠레 산티아고무역관에 의하면 2016년 새로운 외국인 직접 투자법(FDI)가 칠레에서 통과되었는데, FDI 유치 중점분야 가운데 스마트 그리드(에너지 인프라) 등과 같이 4차 산업과 관련된 고부가가치 산업이 포함되어 있어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해왔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스마트 그리드, ESS에 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도 그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2017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Korea Smart Grid Expo 2017)

이와 관련하여 오는 27일~29일까지 3일간 서울 코엑스 B홀에서 ‘2017 코리아 스마트 그리드 엑스포(Korea Smart Grid Expo 2017)’가 개최된다.
이 행사는 산업자원통상부가 주최하며, 한국 스마트 그리드 협회, 코엑스가 주관하고, 한국 전력, 엔에스 신성, LG 화학 등의 업체가 참여하여 스마트 그리드와 ESS를 포함한 여러 기술들을 시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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