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도너휴(미국 ABC방송) 재재(JTBC)

많은 유령이 커뮤니티를 떠돌고 있다 ‘손가락 모양’이라는 유령이... 각 계층을 대표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세력이 연합하여 이 유령을 잡기 위한 성스러운 혐오 사냥에 나섰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인기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Jeopardy)’의 출연자 켈리 도너휴가 백인 우월주의를 의미하는 손 모양을 했다는 논란을 소개했다.

메사추세츠 주(州)정부 은행감독관으로 일하고 있는 도너휴는 퀴즈 프로그램 출연 중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세 손가락을 펴는 세레모니를 취했다. 이를 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해외 커뮤니티는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제스처라고 주장했다.

손가락 3개를 펴서 ‘백인(White)’의 ‘W’를 상징하고, 엄지와 검지를 말아쥐는 것은 힘(Power)의 ‘P’를 의미하고 있다는 것이 도너휴를 비난하는 이들의 해석이다.

도너휴는 개인 SNS를 통해 “3연승을 의미했을 뿐이다”라며 “인종주의가 아니고, 백인 우월주의에도 반대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도너휴는 첫 번째 우승에는 손가락 하나를, 두 번째 우승에는 손가락 두 개를 펼쳐 V자를 그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도너휴를 비난하는 세력들은 도너휴가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했었다는 이유로 해당 제스처가 백인 우월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제퍼디에 출연한 역대 참가자들 역시 “우리는 증오와 함께할 수 없으며, 증오와 비슷해 보이는 것과도 함께 무대에 설 수 없다”는 내용에 서명이 담긴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있었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재재(이은재)가 레드카펫에서 의도적으로 남성 혐오를 의미하는 손 모양을 나타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BS 유튜브 ‘문명특급’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성 부분에 예능상 후보로 오른 재재는 레드카펫 촬영 당시 단상에서 초콜릿을 꺼내 먹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에 일부 커뮤니티와 SNS는 초콜릿을 쥔 손 모양이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할 때 쓰는 제스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문명특급’ 제작진은 “다양한 옷을 입어보던 중, 스타일리스트님께서 간식 봉투와 닮은 주머니가 달린 의상을 소개해주시면서 "여기에서 (간식을 넣었다가) 꺼내 드세요"라고 아이디어를 주셨고, 이에 문명특급 제작팀은 "재재가 일반인이라서 큰 행사에 익숙하지 않아 당이 떨어질 수 있으니 간식을 넣었다가 먹는 건 어떠냐"고 농담을 하는 과정에서 스타일리스트님과 즉흥적으로 의기투합이 되어 기획된 레드카펫 퍼포먼스”라며 “특정한 손동작이나 모양과는 분명히 다를 뿐만 아니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커뮤니티와 SNS 분위기는 “재재는 비혼식을 한 페미니스트”, “특정 손 모양이 논란이 되고 있는 온라인 분위기를 알고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며 해명을 부인했다.

특정 용어나 제스처를 검열함으로써 혐오주의자를 가려내려는 시도가 계속된다면, 실제 혐오 표현과 실체가 없는 혐오에 대한 구분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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