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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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해서 이뤘지만, 악성 민원인에 멍이 든다

일부 악성 민원인들로 인해 고통 받는 공무원의 사례들이 온라인상에 게재되거나, 실제 공무원이 물리적 폭언 및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해마다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민원대 공무원의 경우 민원인과 직접 대면하므로, 악질 민원이 발생하면 고스란히 담당 공무원이 감내해야 한다.

이에 지난 429일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국회의원(광주 북구을)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민원 담당 공무원에 대한 보호 조치 의무 마련, 필요시 업무를 일시 중단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담고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및 교육청 소속 민원 담당 공무원에 대한 폭언·폭행 등의 피해 사례는 46079건으로, 201938054건 대비 7575(19.7%)이 증가했다.

한편, 지난 10일 전국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가 충북도청 앞에서 악질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악성 민원인들의 폭언 및 폭행 등으로부터 공무원을 법적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다.

이에 <뉴스워커> 취재진은 악성 민원인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민원 고충에 대한 현직 공무원의 이야기도 들어 보았다.


성희롱 발언하고, 욕설하고, 폭행하는악성 민원인들


최근 여성 공무원이 민원인의 심한 성희롱 발언에 충격을 받고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일 오전 11시께 충남 산림자원연구소 태안사무소를 찾은 민원인이 여성 공무원과 대화 중 앉아 있는 자세가 그게 뭐냐. OOO가 다 보인다는 등 여러 차례 성희롱 발언을 했다.

민원인은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주차장 운영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태안사무소를 방문했으며, 현장엔 공무원과 지역주민 등 2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공무원은 민원인에 성희롱 발언을 들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졌으며, 서산의료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후 피해 공무원은 가해 민원인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202062일엔 40대 남성 민원인이 여성 공무원에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 당한 여성 공무원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청 사회복지과 여성 공무원이 오전 1130분께 민원인에 폭행 당한 이유는 긴급생계지원금 지급 여부에 있었다. 민원인이 긴급생계지원금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으니 당장 내놓으라며 욕설과 함께 행패를 부리는 과정에서 여성 공무원에 폭력을 가한 것.

폭행 당한 여성 공무원이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와중에도 의자에 앉아 태연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민원인의 비인도적인 모습에 국민들의 공분이 일기도 했다.

이후 피해 공무원은 뇌진탕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며, 가해 민원인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20191228일엔 60대 남성 민원인이 전철 역무원에 욕설을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경기 수원 전철 역사 내 고객지원실 문 앞에서 역무원과 말다툼 중 민원인이 약 4분 간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질렀다. 이유는 역무원의 고객 응대가 소홀했다는 데 있었다.

이후 법조계에 따르면 기소된 민원인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박노수 부장판사)는 모욕 등 혐의로 벌금 7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018623일엔 60대 여성 민원인이 전철 역무원을 때린 혐의로 기소된 사건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전철 역사 내 고객지원실 문 앞에서 오후 610분께 민원인이 한국철도공사 소속 역무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2차례 때렸다. 이유는 무임승차권 발급 여부에 있었다. 민원인이 복지카드 복지본을 보이며 무임승차권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 당하자 욕설과 함께 역무원을 때린 것.

이후 법조계에 따르면 기소된 민원인에 인천지법 형사4단독(정원석 판사)은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징역 3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공무원을 향한 악성 민원인의 언어폭력, 신체폭력 사례들이 해를 거듭해 수면 위로 오르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현직 사회복지 공무원의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30대 사회복지직 공무원 A씨는 수행하는 업무 중 민원인 상대에 가장 고충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악성 민원인이라도 상대하게 되면 감정적으로 녹초가 돼 그 여파가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민원이 잘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결론이 민원인의 성에 차지 않을 때 설사 이것이 적합한 절차라고 해도, ‘떼를 쓰는경우가 종종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납득이 어려워 이해가 될 때까지 따져 묻는 일은 문제가 아니다. 다만 부당한 사항을 고집스레 우기고 요구하며, 자기 뜻대로 관철하기 위해 행해지는 고성, 인신공격을 포함한 막말, 원하는 답을 얻어 낼 때까지 계속해서 전화하고 방문하는 등의 경우가 발생하면 견디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민원 업무에 수반하는 감정노동이 가장 큰 고충이라는 공무원 A. 그는 지인까지 동원해 원하는 바를 우기거나, 구의원에 직접 찾아가 무리한 요구를 해 압박하는 민원인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구민의 소통처인 구청장에게 바란다를 분풀이 공간으로 이용하는 민원인의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

A씨는 한번은 자녀의 어린이집 연장반 신청을 위해 한 민원인이 방문한 일이 있었다. 부부가 맞벌이인 경우 자영업자라면 그 사실을 증빙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 중 하나가 사업자 등록증명원이다면서 그런데 민원인이 성을 제외하고 이름자가 가려진 서류를 제출했다. 이름이 정확히 표기된 서류를 재요청했으나 막무가내였다고 토로했다.

절차상 민원인의 신분 확인을 위해 요청한 사항이었는데, 이에 민원인은 네가 일을 똑바로 안 하는 거다’, ‘처리 안 해 주면 직원들도 가만 안 둔다며 윽박질렀다고 A씨는 말했다.

이어 A씨는 민원인의 감정적 호소가 민원의 일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짜고짜 감정적인 화를 분출하면 도리가 없다면서 인격 대 인격으로 서로가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일이 진행돼야 옳은데, 민원인이 부당하게 행동해도 공무원을 보호하는 제도적 방어 장치가 마땅히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69일엔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민원들의 폭행에 죽어 나가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요청하는 글이었다. 같은 해 62일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청 사회복지과 여성 공무원이 민원인에 의해 폭행 당한 사건에서 촉발됐다.

공무원은 국민의 가장 가까이서 국민의 고민을 해결하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민원인의 소통구화 분출구가 돼선 안 된다. 악성 민원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인사혁신처 인사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체 공무원 현원은 국가직 공무원 746267, 지방직 공무원(지방자치 및 교육자치) 362355명이다. 또한 퇴직사유 중 본인의 청원으로 직위나 직무를 해면하는 의원면직은 국가 공무원의 경우 13093, 지방자치 공무원의 경우 671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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