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냉방가전 사용 증가, 전력 다급해 원전 재가동

“올여름 ‘열돔 현상’까지 온다…‘전력 보릿고개’ 대비해야”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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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7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한낮에 길을 걷다가 마스크를 벗고 싶을 정도로 숨이 막힌다. 사람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에어컨을 켜고 얼음물을 찾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예비전력이 심상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통해 이번 주 전력 예비율이 4.2%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예비율이 3.2%(241kW)까지 떨어졌던 2013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일 오전 신고리 4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4호기가 조기 재가동된 것.

신고리 4호기(1400MW)는 지난 529일 설비 화재가 발생해 가동이 중단됐고,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이달 25일 쯤 재가동 예정이었다. 그러나 폭염 등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가동 시점을 계획보다 1주일 정도 앞당겼다. 신고리 4호기는 21일부터 전력을 일부 공급한다. 월성 3호기(700MW)23일 가동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는 전력 수요 관리에 들어갔다. 중앙부처와 954개 공공기관에 냉방기 가동 자제를 요청하고 원전 재가동 시기를 앞당기며 전력수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찜통더위로 인해 전력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무더위에 집에 머무는 시간마저 늘면서 여름가전을 많이 팔리고 있다. 게임기는 여름은 비수기로 통했지만 이달 1~15일 게임기 판매가 전년보다 30% 가량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15일 에어컨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70%, 선풍기는 140%나 급증했다. 냉동고와 얼음정수기의 판매량은 30%, 70% 증가했다. 게임기는 여름은 비수기로 통했지만 매출이 전년보다 30% 늘었다. 전자랜드의 이달 7~13일까지 에어컨 판매량은 작년 대비 188% 상승했다.

전력수급 부족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기상청은 중복인 21일 한반도에 뜨거운 두 고기압의 영향으로 열돔현상나타날 것이라고 예보했다. 서울·대전·춘천 등의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오르며, 전력공급 예비율도 한 자릿수대로 예고되면서 올여름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재택근무 등 집콕이 늘었고, 여름휴가도 집에서 보내는 홈캉스족등이 늘어남에 따라 여름가전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때문에 올여름 예비전력 부족으로 전력난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무더위에 전력수급↑…정부, 전력 예비율에 총력


가전업계에선 더운 여름으로 2018년의 에어컨 특수가 재현될 것 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해 에어컨 판매량은 업계 추산 약 250만대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는 한동안 외면 받았던 제습기도 다시 상한가다. 대체로 제습기는 장마가 오기 전인 6월부터 매출이 오르는 편이지만, 올해는 5월부터 비가 자주 내리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특히 이번 주는 숨 막히는 더위에 전력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발전 5사도 기록적인 폭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전은 21일 전사 직원이 참여하는 전력수급 비상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비상발령 시 상황실 보고 체계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주 전력 예비율이 4.2%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비전력이 5500MW(5.5GW) 아래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돼 가정과 사무실, 산업체 등에서 비상대책이 시행된다. 예비력은 공급 전력의 여유분을 의미한다. 지난 2013년에도 전력난으로 정부는 실내조명 소등, 냉방기 가동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2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전력거래소는 최대전력 발생 시간은 오후 45시로 전력사용량도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거래소는 “21일 오후 공급 예비력은 7.0GW, 예비율은 7.6%로 정상 상태를 나타내겠다전력수급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만나 지표면 부근의 열기를 가두는 열돔현상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20일 한국중부발전 서울복합발전본부를 찾아 전력공급 능력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지속되는 무더위 등으로 전력수요가 언제든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안정적인 전력수급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전력 수요는 무더위와 함께 언제든 급증할 수 있어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정부기관·가정에서도 블랙아웃대비해야


이전에는 숨만 쉬어도 덥다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마스크를 해야 하는 올여름은 그 말에 공감한다. 늘 마스크를 하고 있으니 괜한 답답함까지 느껴진다. 이런 때 간편하고 빠르게 실내공기를 차갑게 해 주는 에어컨은 정말 매력적이다.

다만 예비 전력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공공기관과 더불어 각 가정에서도 에너지 저감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전기요금 누진세는 물론 우리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에너지인 전기도 아끼고 블랙아웃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미연에 방지해보자.

전기를 아끼면서도 시원한 여름을 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실천이 중요하다. 일단 모든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을 최대한 줄이자. 대기 전력은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소비되는 전력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대기전력이 가정 소비전력의 약 11%나 차지한다. 그만큼 대기전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하지 않을 때 플러그를 뽑는 게 제일 좋다. 그렇지 않다면 멀티탭의 스위치라도 꺼두자.

여름가전의 대표주자 에어컨은 제품 자체보다 실외기를 가동할 때 전력 소모가 크다. 따라서 최대한 내부 온도를 빠르게 낮춰 실외기 작동을 최소화하자. 또 실외기 주변에 물을 뿌리거나, 장애물을 제거해야 전기 절약에 도움이 된다.

아예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을 확인하는 건 어떨까. 1등급 제품을 사용할 경우 5등급 제품을 사용할 때보다 30~40% 이상 전기요금이 절약된다.

사람들은 쾌적함을 위해서 에너지를 사용한다. 다만 우리가 무분별하게 편리함을 누릴수록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고 있다. 덕분에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은 줄어들고 있다. 결국 돌고 돌아서 우리에게도 그 영향이 올 수 있다. 이번 여름도 무덥겠다는 예보가 있지만 빼기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플러그도 빼고, 가전제품 사용도 잠깐씩 쉬어 가보자. 우리의 작은 불편함이 지구에는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필요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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