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서두를 필요 없다.(2)

지난 2006년 11월 15일, 서울 남산의 하얏트 호텔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당시 김우석 사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건설부문 신훈 부회장은 서로간 얼굴이 웃음기를 머금으며 악수를 하고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주식 72%를 인수하면서 대우건설의 주인이 금호 측으로 넘어가는 직후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 대금은 총 6조4255억원, 국내에서 이뤄진 인수합병(M&A)로써는 가장 큰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는 이후 ‘승자의 저주’라는 말을 남겼고, 이후 금호는 재무상태가 악화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시달려야 했다. 급기야 대우건설을 다시 토해내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됐다. 지금 대우건설은 다시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본지는 대우건설의 매각에 관한 최근 뉴스를 총 3부로 나눠 보도키로 한다.<편집자 주>

▲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2부, 쉽지 않은 대우건설 매각...인수액 접전 찾지 못해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인수전에 참여한 호반건설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인 CSCEC(중국건축공정총공사)가 제시한 인수액도 산업은행이 생각하고 있는 인수액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년에 빅 배스를 통해 잠재적 손실을 털어내고, 올해 좋은 실적을 올린 대우건설의 기업 가치를 고려했을 때 인수 후보들이 제시한 인수액을 산업은행이 받아들이기는 곤란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반건설의 경우 대우건설 지분 인수 가액으로 1조 4천억 원 이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인수액 제시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으로, 호반건설은 본 입찰에서도 주가를 크게 상회하는 금액을 제시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도 2016년도 매출액이 1조 1816억 원이고 2016년 12월 31일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4458억 원 정도인 호반건설임을 고려할 때, 호반건설에서 산업은행이 원하는 2조원 이상의 인수 가액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경우 얻을 수 있는 장점은 확실하지만,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기 때문에 산업은행과의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중국 업체인 CSCEC도 산업은행이 예상했던 금액과는 차이가 나는 인수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져 앞으로의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 난항이 예상되는 추후 인수 절차

지난 12월 20일 일부 인수 후보에게 예정되었던 대우건설 매각 관련 경영진 PT 절차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내달 중순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었던 본 입찰 절차의 진행 상황도 불투명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 PT 연기 요청이 인수 절차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실사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이미 내부적으로는 인수 절차에서 빠지는 의사 결정을 했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기대 인수 금액과 인수 후보자들의 인수 금액의 차이가 상당하고, 일부 후보자들이 입찰 절차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의 모습이 감지되기 때문에 본 입찰을 포함한 향후 지분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또한 대우건설 노조원 93% 이상이 쟁의 행위에 찬성을 하였기 때문에 1월부터는 파업을 포함한 본격적 쟁의 행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의 쟁의 행위는 결렬된 임금 협상을 이유로 하고 있지만, 매각 절차 진행 중에 새로운 악재가 생긴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

산업은행은 2010년에 대우건설 지분을 인수하고 이후 유상 증자 등에 참가하면서 총 3조 2천억 원 정도를 대우건설에 투자하였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애초에 기대했던 2조원 안팎에서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도 헐값 매각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호반건설의 인수 희망가가 1조 4천억 원 이하라고 알려지고 CSCEC의 인수 희망가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물론 2010년과 2017년의 건설업계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투자한 금액인 3조 2천억 원을 모두 회수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2016년 기준으로 연간 매출액이 11조가 넘고 2015년 기준으로 해도 연간 매출액이 10조에 가까운 대우건설을 1조 4천억 원 이하의 금액으로 매각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강력한 부동산 정책의 시행으로 향후 국내 주택 시장의 전망을 보수적으로 고려한다고 해도, 연간 11조의 매출 규모를 가진 대우건설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1조 4천억 원 이하로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고 평가해 헐값 매각 논란이 쉽게 없어질 분위기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 기술, 영업망 유출 우려

대우건설 지분 인수 절차에 CSCEC와 중국계 자본이 참가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기술 유출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주장은 CSCEC가 매출 면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해외 건설 시장에서 기술적인 측면을 아직 인정받지 못한다는 평가에 근거하고 있다.

또한 대우건설은 1970년대부터 해외 영업망 구축에 공을 들였기 때문에, 중국계 기업에 대우건설이 인수될 경우 다른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시장 경쟁력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업계에서 퍼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오만 정유시설 공사, 뭄바이 해상교 공사 등 대형 수주에 성공했을 정도의 영업망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망 유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재무적 평가만을 하는 국내 금융 기업보다 건설업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해외 자본의 국내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 주장은 대형 신규 투자와 고용 승계가 보장된다면 투자 여력이 있는 해외 기업 쪽에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것이 대우건설로서도 좋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해서 좋은 선례를 남긴 것도 있지만, 상하이 자동차의 쌍용 자동차 인수는 먹튀 사건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신규 투자와 고용 승계의 보장이 없는 이상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설사 CSCEC의 인수 희망가가 호반건설보다 높은 상황이 오더라도 먹튀 방지책이 없다면, 매각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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