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뉴스1] 정부가 9일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고, 일본의 출연금 10억엔을 모두 정부 예산으로 충당키로 하면서 화해·치유 재단 기금 10억엔 처리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향후 처리방안은 일본 정부와 협의하겠다지만 이는 일본이 위안부 합의 명목으로 출연한 10억엔을 사실상 되돌려 주겠다는 의미여서 양국 관계의 외교적 장애물로 장기간 남을 가능성이 크다.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에도 이 같은 우려 때문에 10억엔을 둘러싼 논란이 컸다. 위안부 합의 발표 직후부터 비판이 거셌던 만큼 10억엔이 합의 파기 내지는 재협상 요구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날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 발표에 "전혀 받아들이지 않겠다. 즉시 항의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 일본 출연 10억엔…합의 이행강제 '빌미' 가능성 

박근혜정부가 일본과 맺은 위안부 협의는 국가 간 합의라는 '형식'을 부정할 순 없지만 내용 자체가 국제인권법에 위배되고, 반인도주의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행을 강제하기는 어려운 '합의'라는 게 국제법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문제는 박근혜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받은 10억엔이다. 이 출연금이 일본 정부가 우리에게 합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빌미'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런 까닭에 다수 전문가들은 일본이 10억엔을 돌려받지 않으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일본 정부와 10억엔 처리방안을 협의하겠다고 하지만 일본이 10억엔 반환 등에 협조할 개연성은 낮은 상태라 당장 협의를 통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국가 간 합의를 하고 대가로 10억엔을 받아가고도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국제사회에서 이어 갈 개연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박근혜정부가 받은 10억엔이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큰 셈이다.

한일 양국이 외교 교섭을 통해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국제법상 '조정'과 '중재'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제3국이 나서 10억엔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조정이나 중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3국이 한일 간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명분도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10억엔은 '부수적' 문제…매몰되서는 안돼"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위안부 합의는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 출연금 10억엔을 언급한 것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과 함께 10억엔 처리방안 협의 방침을 밝힌 것이 마치 10억엔이 불가역적 해결의 대가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본 역시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10억엔이 '배상금' 성격이 아님을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정부는 10억엔을 전쟁범죄에 대한 배상금 성격이 아닌 '거출금'으로 출연했다. 거출금은 일본 정부가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지출하는 예산 항목이다. 이 때문에 일본 내국법상 이를 반환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채형복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돌려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쟁점이 10억엔의 문제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10억엔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아주 부수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며 "여기에 매몰되면 일본은 불가역적 해결이 됐다는 주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10억엔이라는 돈으로 역사적문제 특히 전시 여성 인권 유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반인도적 인권유린 범죄에 대한 불가역적 해결은 불가하다는 점을 강조해 국제사회의 여론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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