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유통업법 위반, 납품업체에 비용 넘기고 직원 인건비 안줘

“홈쇼핑, 중기 등용문이라는 공적 역할 책임 다해야”

문제는 송출수수료에 대한 명확한 산정기준이 없이 불가피한 경쟁을 벌인다는 게 홈쇼핑업계 지적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보면 2020년 홈쇼핑 방송사업매출은 3조 8108억원 정도 이지만 이중 2조 234억원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했다. 방송 매출 53.1%를 ‘자릿세’로 나간 셈이다.<본문 중에서>
문제는 송출수수료에 대한 명확한 산정기준이 없이 불가피한 경쟁을 벌인다는 게 홈쇼핑업계 지적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보면 2020년 홈쇼핑 방송사업매출은 3조 8108억원 정도 이지만 이중 2조 234억원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했다. 방송 매출 53.1%를 ‘자릿세’로 나간 셈이다.<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팬데믹 시대가 도래 하면서 비대면 소비가 익숙해졌다. 홈쇼핑 업계는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오프라인 쇼핑 대신 집에 머무는 소비자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은 덕분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에겐 친숙한 홈쇼핑이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156개 홈쇼핑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143억의 과징금을 물었지만, 6년이 지났어도 갑질은 끊이지 않고 있다.

TV홈쇼핑이 출범한 지 26년이 됐다. 긴 업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TV홈쇼핑 업체들이 납품업체 상대로 갑질을 일삼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중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홈쇼핑(GS)이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1월부터 20206월 사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주요 홈쇼핑업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414600만원을 부과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제재 대상이 된 기업은 7 TV홈쇼핑으로 실상 홈쇼핑 업체 전부다. 이중 과징금은 GS샵이 102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롯데홈쇼핑(64000만원), NS홈쇼핑(6억원), CJ온스타일(59000만원), 현대홈쇼핑(580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대상으로만 운영하는 홈앤쇼핑과 공영쇼핑도 2억원 이상 과징금이 부과됐다.

7개 회사는 인건비 분담 등 파견조건에 대한 서면 약정 없이 납품업자가 인건비를 부담하는 종업원을 파견 받은 후 이들을 방송 게스트·시연모델·방청객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원칙적으로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업자의 종업원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되 사전에 파견조건에 관한 서면 약정을 한 경우 등 예외적 허용요건을 갖춘 때에만 파견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NS홈쇼핑·CJ온스타일·현대홈쇼핑·공영쇼핑 4개사는 거래 품목, 수수료 등 조건이 적힌 계약서를 주지 않거나 늦게 교부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반적인 유통업 부진 속에서도 비대면 쇼핑을 강점으로 내세워 홈쇼핑 업계 매출은 올랐지만, 판촉비용·종업원 인건비 등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사실이 밝혀진 것. 또 소비자들이 자사 홈쇼핑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사은품 등의 혜택을 주는데 이때 사은품 비용을 납품업체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TV 홈쇼핑 등 비대면 유통채널과 납품업자 간에 대규모유통업자와 공정한 거래질서 형성이 시급해 보인다.


TV 홈쇼핑 업계, 송출수수료 높다는 고충호소


홈쇼핑 업체들은 방송을 통해 납품업체의 제품을 판매해주고 판매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남긴다. 다만 판매수수료가 모두 TV 홈쇼핑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유료방송사업자, 즉 방송채널 주인에게 지불하는 송출수수료가 포함된다.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최근 5년간 평균 39.1% 급등해 수수료 기준이 마련돼야한다는 업계의 볼멘소리도 들린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와의 경쟁이 심화된 데다 2조원대에 달하는 송출수수료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송출수수료는 채널 활용료로 자릿세와 같은 개념이다. TV홈쇼핑 채널 위치는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좋은 위치일수록 송출수수료가 높다.

문제는 송출수수료에 대한 명확한 산정기준이 없이 불가피한 경쟁을 벌인다는 게 홈쇼핑업계 지적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보면 2020년 홈쇼핑 방송사업매출은 38108억원 정도 이지만 이중 2234억원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했다. 방송 매출 53.1%자릿세로 나간 셈이다.

다만 홈쇼핑 업계는 매출 및 영업이익률 유지를 위해 좋은 채널을 고수하고 있다. 송출수수료를 두고 유료방송은 자연스러운 시장논리라고 말하는 한편 홈쇼핑 업체들이 정부 중재를 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홈쇼핑 7개사 중소기업 상품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0.2%. 정부는 납품업체(중소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홈쇼핑 재허가 조건으로 판매수수료 인하를 내걸기도 한다. 하지만 송출수수료가 비싸다고, 판매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고 해서 납품업체에 갑질을 일삼는 건 어불성설이다.


유통망 부족한 중기 지원위해 설립됐지만 갑질계속돼


홈쇼핑은 공공재인 방송을 매개로 유통이 이뤄지는 만큼 공정성을 담보로 한다. 또 중소기업 등용문이라는 공적 역할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홈쇼핑이 올해로 국내 출범 26년째인데 TV 홈쇼핑 업체의 갑질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 살리기에 반하는 행동이다.

26년 전 홈쇼핑은 왜 생겼을까. TV홈쇼핑의 설립 목적이 자체 유통·판매망을 갖지 못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 두 번의 얘기는 아니지만 TV 홈쇼핑이 납품업체에 대해 불공정 행위를 해오다 이번에 또 적발됐다. 특히 판촉비 대부분을 떠넘기고 판매 보조 인력으로 납품업체 직원을 동원한 갑질GS홈쇼핑은 올해 3번째 행정 제재를 받았다.

앞서 2015년에도 공정위는 판촉비용 떠넘기기, 판매대금 늦게 주기, 수수료 불이익 주기 등 다양한 갑질을 적발해 6개 홈쇼핑 업체들에 14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나도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등 업계의 관행은 여전한 것.

중소기업 제품이라도 전문 쇼호스트가 길게는 1시간 정도 상품 소개를 하면 홍보효과는 물론 매출에도 기여한다. 이렇게 홈쇼핑 방송을 타면 브랜드와 제품 신뢰도가 상승하기 때문에 후광효과를 누린다. 그러다보니 홈쇼핑 업체가 갑()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홈쇼핑 업체의 사업 재승인 심사에 들어 갈 때 홈쇼핑이 중소기업 제품 판로를 넓히는 것과 함께 건전하고 편리한 쇼핑문화를 이끈다는 취지를 살핀다. 홈쇼핑 업체들이 TV홈쇼핑이 태동할 때의 본래 취지를 잘 살피고 스스로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도 고찰해볼 시점이다. 정부도 과징금만 부과하지 말고 엄격한 잣대로 반복되는 갑질 철퇴를 도모해야 한다. 과연 업계에 만연한 갑질이 이번 공정위의 시정조치로 수술대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었다. 하지만 오미크론변수가 등장하면서 집콕족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다시 TV 앞으로 모이고 홈쇼핑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할 것이다. 그 전에 홈쇼핑 업계와 납품업체 간에 갑질대신, ‘공정한 거래 구축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진정한 중소기업의 제품 판로가 된다면 소비자들도 믿고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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