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불필요한 물건이나 일 등을 줄인 단순한 생활방식인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가 최근 중장년층과 시니어들에게 조용한 인기를 얻고 있다.

시사상식사전 박문각에 따르면, 미니멀 라이프는 절제를 통해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적은 물건으로도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생활방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라고 부른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사물의 본질만 남기는 것을 중심으로 단순함을 추구하는 예술 및 문화 사조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영향을 받아 2010년대 즈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생에서 정말 소중하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여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데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 미니멀 라이프의 근간이다.

▲ 그래픽_황규성 시사그래픽 전문기자

일본의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인 사사키 후미오는 그의 베스트셀러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내게 없는 물건에만 온통 신경이 쏠려 있으니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썼다. 또 “물건을 줄일수록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생각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없어졌다”고 고백했다.

복지 천국 덴마크 사람들이 추구하는 ‘휘게 라이프(Hygge Life)’, ‘끊고, 버리고, 떠난다’라는 일본의 ‘단사리(斷捨離)’, 소박한 것에서 삶의 기쁨을 찾는 미국인들로부터 시작된 ‘킨포크(Kinfolk)’ 역시 미니멀 라이프와 맥을 같이한다.

‘미니멀 라이프’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 중 중 하나는 요즘 심상치 않은 외식물가가 아닌가 한다.  각종 통계 자료를 보면 외식 물가는 5년 연속으로 전체 물가상승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김밥, 소주, 라면, 자장면, 구내식당 밥값 등 외식메뉴의 상승률이 두드러진다. 김밥은 지난해에만 무려 7.8%가 올랐다. 이렇다보니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간단한 외식 한 끼도 지갑 열기가 조심스러울 만큼 소비자들의 체감도가 크다. 이미 가계들은 외식 횟수를 줄여 집에서 해 먹고 도시락도 싸서 이런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낭비를 줄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고민하는 계기도 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냉장고 파먹기’가 요즘 주부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냉장고를 정리해 식재료를 다 먹을 때까지 장보기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생활비를 최소화하는 ‘짠테크’(짜다+테크)의 일종으로, 냉장고에 있는 음식 재료를 다 먹을 때까지 장을 보지 않거나 장보기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즉, 새로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 속에 보관된 남은 음식이나 식재료로 요리해 먹는 것을 말한다.

냉장고 파먹기는 돈을 절약하는 것 외에도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재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으며, 냉장고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냉장고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어려워지는 가계 형편으로 생활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짠테크가 주목받는 가운데 냉장고 파먹기가 생활비를 아끼려는 주부들이나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식비를 절약하는 것 외에도 식재료를 썩혀 버리는 일이 줄고 계획적인 장보기 효과에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이들도 많다. 커피값 같은 매일 습관처럼 쓰는 일상의 푼돈을 모아 목돈으로 만드는 재테크 실천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새는 돈을 막아주고 작은 돈도 허투루 쓰지 않는 정보가 필요한 시대임을 보여준다. ‘돈은 안 쓰는 것’이라며 적절하지 못한 소비습관을 따끔하게 환기시키는 공영방송의 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낄게 더 이상 없다 면서도 정작 불필요한 소비가 얼마나 많은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의식주 전반에 하나의 사회문화적인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른바 ‘미니멀 라이프 바람’이다.

꼭 필요한 것만을 소유하며 단순하게 사는 것이 핵심이다. 적게 소유하고 적게 소비하면서도 풍요와 충만감을 누리는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들은 경제상황과 맞닿아 있다. 올해도 여러 경제지표를 보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수하고 겸손한 삶에 대한 성찰은 이렇듯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풍요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것에만 집중해 인생의 의미를 찾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비우는 것, 모든 경제주체들의 자연스러운 생존법이 되고 있다. 사치보다는 가치에 눈을 뜬 미니멀 라이프는 비움으로 얻는 행복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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