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운수권 제한’ 항공사 경쟁력 저하·사업 축소로 구조조정 우려

주가에 긍정적이지만 항공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 多

점차 회복세를 탈것으로 보이는 항공업계에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걸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전례 없는 구조적, 행태적 조치를 부과함에 따라 부작용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먼저 부과된 조치 이행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향후 10년간 이행감시위원회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는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본문 중에서>
점차 회복세를 탈것으로 보이는 항공업계에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걸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전례 없는 구조적, 행태적 조치를 부과함에 따라 부작용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먼저 부과된 조치 이행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향후 10년간 이행감시위원회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는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 단 결합 후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는 노선의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slot)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고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조건을 걸었다.

공정위는 지난 2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11개월만이다.

실제 결합된 항공사가 탄생하려면 해외 6개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6개국 경쟁 당국의 결론이 모두 나오면 이를 반영해 시정 조치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일부 국제노선과 국내노선에 저비용항공사나 해외 항공사가 새로 들어오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경우 두 회사의 국내 공항 슬롯을 의무적으로 반납토록 했다. 또 각 노선에 대한 운임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을 제한했다. 슬롯·운수권 반납은 항공기 운항이 대폭 축소된다는 뜻이다.

점유율이 60%를 넘는 26개 국제노선 등에 저비용항공사나 해외 항공사가 새로 진입 등을 할 경우 특정 시간대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공항 당국에 이전하도록 한 것.

국제선의 경우 두 항공사가 결합한 뒤 독점이 되는 곳은 인천과 뉴욕 등 10개 노선이고, 점유율이 60% 이상 되는 곳은 인천과 로마 등 16곳이 해당한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결합하면 독점이 될 것을 우려해 운수권 등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항공업계의 침체를 감안해 구체적인 여객 운임 등은 추후 확정하고 화물의 경우 별다른 제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아시아나 합병 과정에서 운수권 반납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된 만큼 조건부 합병 승인은 대한항공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공정위가 국내 1,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한 만큼 거대 항공사가 탄생게 될 전망이다. 물론 아직은 조건부 승인이지만, 앞으로 항공산업 재편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정위의 다소 까다로운 결정으로 통합항공사의 시너지 악화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통합 조건인 슬롯 반납으로 인한 통합항공사의 경쟁력 저하와 사업축소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결합 시 운수권 재분배·슬롯 반납 10년 내 이행해야


공정위는 두 항공사 결합심사를 하면서 두 회사가 중복으로 운영하는 국제선 노선 총 65개 중 26개 노선, 국내선 노선 22개 중 14개 노선에서 시장 지배력이 기존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회사 결합으로 중복되는 미주 노선과 유럽 노선 역시 몇 개가 겹치면서 경쟁제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제한성이 있다는 것은 양사의 결합으로 해당 노선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져 다른 항공사와의 공정한 시장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한항공은 일단 기업 통합을 위한 큰 산을 넘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공정위의 이번 승인에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얼마전 간담회에서 통합항공사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정도로 운수권과 슬롯을 축소한다면 사업량 유지를 전제로 한 고용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밝혔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기존에 운항하던 수익성이 높은 노선을 경쟁사에 반납하면 가격 결정권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조건부를 충족시키려면 초대형 항공사급 파괴력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운수권 재분배·슬롯 반납은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 안에 이행해야 한다.


팬데믹 이후 항공업계 상황 개선 기대항공산업 경쟁력 제고돼야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항공운송산업 전망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항공사 매출은 20198380억 달러에서 55.5% 감소한 3730억 달러로 줄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전세계 항공사의 2020년 여객운송 매출은 2019년 대비 68.9% 감소했다. 특히 여객 부문의 손실이 컸다. 국가간 이동 제한조치로 2020년 유상여객킬로미터(항공 회사의 수송량을 나타내는 단위·RPK)는 전년대비 65.9% 감소하며 여객운송 부문의 위기를 맞았다.

반면 화물은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화물톤킬로미터(CTK)는 전년대비 8.7% 감소했지만 곧 회복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실적 달성했다.

그렇다면 항공사의 수요 회복은 언제쯤 될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여객 수요는 2024년에야 2019년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항공화물 수요는 올해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항공 여객 부문은 국내·국제선의 유상여객킬로미터(RPK)는 각각 2019년의 93%, 44%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협회는 내다보고 있다.

점차 회복세를 탈것으로 보이는 항공업계에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걸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전례 없는 구조적, 행태적 조치를 부과함에 따라 부작용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먼저 부과된 조치 이행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향후 10년간 이행감시위원회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는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운수권은 국가 간 협약이라 국내 항공사 내에서 재분배해야 하지만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국내 저비용항공사가 쉽게 뛰어들기 어렵다. 그럼 외국 항공사들에게 시장을 내어주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인천공항의 슬롯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글로벌 10위권에 이르겠다는 당초 목표가 관철될 수 있을까. 물론 최종 합병 여부는 미국·영국·EU 6개 당국의 판단에 달려있다. 또 이행감시위원회의 감시 결과와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조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결합 후 양사 중복 인력에 대한 부분도 관심사다.

하늘 길을 열어주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수가 정점을 찍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코로나 확산세가 꺾인 나라들은 국경을 열고 백신접종 입국자에 대한 격리도 해제하고 있다. 사람들은 답답한 마스크 대신 꽃피는 봄에는 비행기 타고 떠날 수 있을까기대하고 있다. 공정위가 국내 상황뿐 아니라 국외 등 전체 상황을 고려해서 국내 항공사가 세계 속에서 중심을 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 공정위의 거시적인 안목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