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에 앞서 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 이외에도 평택 천안함 기념관 방문한다. 같은 날 서울에선 탈북자 4~5명을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석방된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친도 함께하고 올림픽 개막식에도 같이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대북 압박 의지는 ‘안보’와 ‘북한 인권’에 초점을 맞춘 펜스 부통령의 방문 일정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김정은 집단에 어떤 환상도 갖고 있지 않으며 올림픽을 이용한 그들의 기만 작전에 속지 않겠다는 것이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백악관은 미국 기자들에게 “단순히 (개막식)리본을 자르러 가는 게 아니다. 부통령은 김정은이 올림픽 메시지를 ‘납치(hijack)’할까 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은 과거 ‘조작의 대가’였으며 현재는 살인적(murderous) 정권”이라고 했다.

펜스 부통령도 5일(현지시간) 항공기 급유를 위해 내린 알래스카 미사일 방어사령부에서 ‘방한 중 북한 측과의 만남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나는 어떠한 면담도 요청하진 않았다”고 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대화를 믿는다고 밝혀 왔다”며 다소 가능성을 열어 놨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국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북한대표단과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북한과의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비핵화 메시지는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루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북·미 접촉 가능성에 대해 “북한과 어떤 형태로든 만남 기회가 있을지 그냥 지켜보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답변이 똑같은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사전에 조율된 입장 이며 평창에서의 북·미 접촉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음을 밝힌 것으로 미 언론들은 해석했다.

미 관리들은 “실제로 펜스 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은 최근에 수차례 북한 문제를 논의해왔으며 두 사람의 답변은 평창에서 모든 일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북한대표단이 미국과의 대화를 탐색하고 문재인 정부가 자연스럽게 주선하면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적어도 조우해 악수를 나누거나 사이드라인에서 잠시 환담할 수도 있고, 사전조율이 된다면 전격적인 회동도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2인자들이 평창올림픽에서 만난다면 수십 년만의 최고위급 회동이 될 것이며 핵미사일 정면대치을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팔 김영남은 비핵화 협상을 위해 평창에 오는 것이 아니라 핵무장을 방해하는 대북 제재를 무너뜨리려고 오는 것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관건이지만 그런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비핵화를 논의해볼 수 있다는 정도의 언질도 없다. 오히려 핵미사일을 앞세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남북 간 또는 북·미 간 물밑 접촉을 통해 극적인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북·미 간 평창 회동은 한낱 헛된 기대일 뿐이다. 나아가 이런 일방적 기대감 피력은 자칫 한·미 간 인식차를 드러내고 대북 공조를 흩뜨릴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로선 김정은을 비핵화 협상에 끌어내리고 북 정권을 무너뜨릴 정도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민주당 중진 의원은 6일 “펜스 부통령이 잔칫집에 곡하러 온다”고 했다.

한·미 정부가 이렇게 엇나가면 대북 제재 무용론이 다시 나오게 된다. 한·미 정부는 김정은의 ‘속셈’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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