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하는 북측 예술단이 만경봉 92호를 이용해 6일인 어제 동해 묵호항에 도착했다. 또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들을 응원할 북측 응원단과 태권도시범단 등 북측 방남단 280명이 오늘(7일) 오전 9시 28분 경의선 육로로 경기 파주의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는 남한을 이용하려는 북한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 북한의 행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 유류 지원 요청한 北, 만경봉92호 이용은 대북 제재 흔들려는 전략?

북측이 평창동계올핌픽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남북이 여러 가지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았다. 한반도기를 갖고 공동입장하는 것이나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갑작스럽게 만든 점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남북한이 서로 오가는 과정에서 이용하는 전세기나 만경봉92호 등이 대북 제재 위반 사항이 되지는 않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전세기 운항과 관련해 미국과 대북 제재를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또한 북한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하는 5.24 조치를 예외로 두기로 하고 북한의 예술단이 이용하는 만경봉 92호의 입항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오히려 북측의 전략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이 예술단을 남한에 보내기로 하면서 두 번이나 경로를 바꿨기 때문에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 의견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8일 강릉, 11일 서울에서 공연할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의 방남 경로로 지난달 15일 실무접촉 당시에는 판문점을 이용하겠다고 했으나 지난달 23일에는 전화통지문으로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겠다고 통보해왔다. 그러다가 방남 이틀 전인 2월 4일에는 만경봉92호를 이용해 방남 하겠다고 전통문으로 재통보했다. 이유는 강릉에서 공연하는 기간에 숙식 편의를 위함이라고 알려왔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은 한번 결정한 사항을 변경하려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까지 보고가 돼야 해서 좀처럼 수정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번이나 변경했다. 특히 5일 오후부터 동해는 눈과 비가 오고, 파고가 2~6m로 항해에 좋지 않은 날씨이다. 더구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만경봉92호를 이용했던 응원단들이 멀미로 고생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동거리나 경로 등을 고려하면 경의선 육로가 훨씬 수월하다고 전직 통일부 당국자는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북한이 만경봉92호를 이용한 것은 정부의 대북제재를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한다.

실제로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만경봉 92호가 어제 묵호항에 입항한 이후 유류 지원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미국 등 유관 국가와 협의 등을 통해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편안한 경의선 육로를 두고 굳이 만경봉 92호로 입항하면서 유류지원 요청을 해 온 점은 그들의 저의를 생각케 하는 부분이다.

◆ 빅터 차, 대북 제재 ‘코피 전략’만큼 효과 있어…KAL기 폭파범 김현희, ‘적화통일의 본질 변하지 않아’, ‘남한 이용하려는 것’

북한이 대북 제재를 흔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실제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행하고 있는 대북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주한 미 대사에 내정됐다가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 정책에 이견을 보여 낙마한 빅터 차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가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고한 글에서 대북 선제 공격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코피 전략’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대북공격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 개발을 지연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강압적이고 지속적인 비핵화 압력을 가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 전략은 제한된 타격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대북 제제의 효과를 설명했다.

1987년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한항공을 폭파시켜 115명을 사망케 한 김현희씨도 6일 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의도에 대해 밝혔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남북의 협상과정에서 북한이 주도권을 가지고 진행된 것에 대한 우려와 남북이 한반도기를 사용하여 공동입장 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의문점을 드러낸 것이다. 즉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되는 남북협력은 한마디로 ‘남한이 북한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현희씨는 지난달 미국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김정일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나를 이용했다”며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김정은 정권은 한·미 동맹을 끊고 한반도를 공산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한은 50년 김일성 때부터 적화통일이 목표였으며, 그 본질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올림픽도 북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남한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에 놓인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북한과의 대화 통로로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북한에 너무 많은 것들을 양보하며 끌려가는 모습은 또다시 북한에게 핵실험의 기회를 주는 것과 같다. 그들의 속내까지 계산하면서 면밀하게 주도해가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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