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프로포폴 주사를 상습적으로 맞았다는 공익 신고는 2020년 1월에 접수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그 같은 공익 신고를 접수하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했다고 지목된 병원은 강남의 I 성형외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사건은 같은 병원에서 발생한 애경그룹 2세 채승석 전 애경 개발 대표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맡았다. 잇따른 프로포폴 상습투약으로 주목받던 해당 병원은 2019년 12월 31일 폐업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프로포폴이 의존성을 일으켜 남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치료를 위한 마취제 이외 용도로 사용을 금한 것이다.
수사 진행...
같은 해 3월,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의 1차 공판이 열렸다. I 성형외과 원장 김 씨와 간호조무사 신 씨는 검찰이 공개한 공소 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공소 사실에는 원장 김 씨가 간호조무사 신 씨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것, 불법 투약을 감추고자 진료 기록부 등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폐기한 것 등이 포함됐다.
당시 검찰은 ‘두 피고인의 수사 단계에서 증거 인멸이 밝혀지는 바람에 구속했다’, ‘기소된 사실은 일부에 불과하다’, ‘여죄가 수사 진행 중’ 등을 언급했는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 진행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비슷한 시기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놓고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고 알려졌다.
혐의 인정...
지난해 6월 검찰 측은 이 부회장에게 벌금 5천만 원을 선고해 달라며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수감 중이었던 이 부회장을 불러 조사해 의료 목적 외의 불법 프로포폴 투약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그 죄질은 가볍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한 다른 투약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드러남에 따라 정식 공판을 청구했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은 10월 1심에서 2015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총 41회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을 인정했다. 그간 계속 부인해 오던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벌금 7천만 원과 추징금 1천702만 원을 구형했다. 징역형이 아니라 벌금형을 구형한 데에는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이 이유로 작용했다.
2021년 10월과 2020년 5월...
이 부회장은 10월 1심 당시 최후진술로 ‘개인적인 일로 많은 분께 걱정 끼친 점 사죄드린다’, ‘치료에 의한 일이었지만 깊이 반성한다’,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고 이런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는 내용을 준비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이 부회장의 재범 우려가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20년 5월 6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습니다.” 등 준법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준법 가치 실현 의지를 의미 있게 평가했다.
준법 약속, 그러나
이슈가 되는 것은 이 부회장의 2020년 5월 프로포폴 불법 투약이 앞서 언급한 준법 약속 기자회견의 4일 전과 4일 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폐업한 I 성형외과 대신 강남의 S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 약병을 든 채 복도를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영상이 찍힌 병원이 바로 그곳이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입장을 묻는 질의서에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의미 있게 평가했다던 이 부회장의 준법 가치는 기자회견 당일을 포함해 길어야 7일짜리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본인을 제외한 삼성의 문화는 준법이 확실히 뿌리내렸을까.’
여당이 된 국민의힘 측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논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부회장의 ‘약속들’에 대한 불신의 확산이 우려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