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고위층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직원들을 저성과자로 분류해 말똥 치우기, 볏짚 나르기 등의 교육을 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한겨례신문 등 언론매체에 따르면 지난 2105년 말~2016년 초 진행된 한국마사회의 ‘성과역량강화교육’(저성과자 교육)을 받은 직원 중 상당수가 마사회 고위층의 부당한 지시나 청탁을 거절했다가 비인권적 교육과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증언을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한겨례는 마사회 직원 ㄱ씨의 말을 인용, "2014년 초 회사 고위층에게 불려갔더니 업체를 하나 찍으며 ‘도와주라’고 했다. ‘공정하게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더니 미운털이 박혔다"며 "나중에 보니 그 업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등장했다"고 밝혔다.

▲ 마사회 고위층의 직원에 대한 부당지시사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직원들은 이를 거부하면 말똥을 치우고 볏집을 나르는 등의 부당행위를 강요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 팀>

ㄱ씨는 25년 넘게 다니던 마사회를 ‘저성과자’로 찍혀 굴욕을 당해 그만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격 없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라는 지시는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더욱 기가 찬 것은 고위층을 등에 업고도 평가에서 탈락한 해당 업체 사장이 사무실로 쳐들어와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2015년 7월에도 마권 판매 수수료 지급시스템을 특정업체로 바꾸라는 지시를 받고 특혜 시비 우려를 제기했다가 곧바로 직위해제됐다. 그 뒤 저성과자로 분류돼 말똥을 치우는 일을 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생산농가 애로사항을 회사에 보고했다가, 마사회 정체성을 들어 회사 정책을 반대했다가 저성과자가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ㄴ씨는 말 생산농가 애로사항을 회사에 보고했다가 저성과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농가와 한통속이 돼 회사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다. 그는 “회사 쪽에서 개인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통화내역까지 검열했지만, 문제가 없었다. 그러자 그 다음엔 저성과자로 낙인 찍어 등에 번호를 붙이고 노역하게 했다. 굴욕감에 시달렸다”고 분개했다. ㄷ씨는 “2014년 말 동상이 있는 과천 마사회 정문을 뜯어내고 인디언 원주민 마을 어귀처럼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마사회 정체성을 들어 반대하자 (나를) 저성과자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술자리에서 한 말로 저성자가 됐다고 주장한 직원도 있었다. ㄹ씨는 2015년 동문회 술자리에서 당시 마사회장의 독선과 일방적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를 비판하는 건배사를 말했다가 저성과자가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마사회가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멀쩡한 직원을 부당하게 저성과자로 몰아붙여 반대 목소리를 억눌렀다”고 입을 모았다.

저성과자 피해자 31명 가운데 27명은 현명관 전 마사회장과 인사·교육담당자 등 7명을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들은 “부당하게 저성과자로 선정해 건초·말똥 치우기, 연탄 배달 등 굴욕적인 업무와 교육을 시켜 상당수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등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한국마사회 노조는 업무상 배임, 강요,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현 전 회장을 지난해 12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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