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명 장애인 가족 집단 삭발식 “장애인 권리보장법·평생교육법 촉구”

인수위, 역내 1개 이상 엘리베이터 설치 검토…‘현실적 방안’이 급선무

삭발식에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참석했다. 장 의원은 참가자들과 함께 삭발했다. 장 의원의 동생은 발달장애인으로 알려져 있다. 장 의원은 “장애인권리보장법, 탈시설지원법 등에 동료 의원들이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본문 중에서>
삭발식에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참석했다. 장 의원은 참가자들과 함께 삭발했다. 장 의원의 동생은 발달장애인으로 알려져 있다. 장 의원은 “장애인권리보장법, 탈시설지원법 등에 동료 의원들이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국민의 시선] 2020년 기준 등록 장애인 수는 2633000명으로 국내 인구 5.1%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 20명 중 1명에 달하는 비율이다. 그해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의 99%(2622950)는 집에 머물며 살아가는 재가 장애인으로 대부분 생활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았을 뿐이다.

매년 4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420재활의 날1981년부터 나라에서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해 왔다. 420일을 장애인의 날’(이전 재활의 날)로 정한 것은 4월이 1년 중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둔 것. 국가가 날을 정한지 42년이 지났지만 과연 지금 장애인들의 생활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오늘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49%는 외출 시 불편을 겪고 있다. 불편한 이유로는 장애인 관련 편의시설 부족40.8%로 가장 많았고, 이외에 외출 시 동반자가 없어서’(29.6%), ‘주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8.6%), ‘의사소통의 어려움’(8.1%)이 뒤를 이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에는 발달장애인 가족 550여 명이 집단 삭발식을 진행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측은 지역사회 내 지원서비스와 정책의 부족으로, 발달장애인 지원 책임이 가족에게 모두 전가되면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이 매년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삭발식에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참석했다. 장 의원은 참가자들과 함께 삭발했다. 장 의원의 동생은 발달장애인으로 알려져 있다. 장 의원은 장애인권리보장법, 탈시설지원법 등에 동료 의원들이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3일부터 시작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는 지난 330일로 중단됐지만, 전장연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 편성을 요구하면서 매일 오전 릴레이 삭발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인수위에 내년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과 장애인권리 민생 4대 법안(장애인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장애인 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지하철, 휠체어 전용 공간·무료이용 가능해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 이동권 투쟁을 이어왔다. 하지만 보수·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지난해 이동권 논의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시민의 발을 볼모로 삼고 있다고 정치인들이 반응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그제야 TV토론 등에서 언급되기 시작했고 현재 인수위와의 회동이 이뤄졌다. 그 결과 이동권 투쟁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나서야 2024년까지 650억원을 투입해 엘리베이터 설치율을 현재 93.6%에서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서울교통공사의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전장연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교통수단 중에서도 지하철로의 이동권 보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하철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유용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서도 장애인이 자주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지하철이 43.7%를 차지할 만큼 비율이 컸다. 저상버스나 장애인 콜택시는 한정된 차량에만 탑승이 가능한 것과 달리 지하철에는 전 열차에 휠체어 전용 공간도 있기에 편리하다. 비용면에서도 드는 타 교통수단(버스 1300·택시 1500)과 달리 지하철은 무료 이용 가능해 장애인 이동권 확보에 있어 도움이 된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아직 지하철역사 내에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복잡한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지하철이 최선의 교통수단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혐오 발언 멈추고 실질적 대처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 기본권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그들만을 위한 특권이 아니다.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는 출근길 시민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여론도 있다. 다만 전장연은 시위를 벌이기 전까지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 여러 차례 관계부처 담당자와 만나 논의해 주기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기에 급기야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오게 됐다. 하지만 얼마 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두고 비문명적 불법 시위라고 말한 것에 대해 논란이 됐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차기 정부 10대 인권과제를 발표하며 첫 번째로 혐오·차별 극복과 평등사회 실현을 꼽았다.

지금 장애인들이 시위를 통해 요구하는 것은 이동하고, 공중시설을 이용하고, 학교에 다니고, 일할 권리 등 스스로 결정할 권리다. 과연 이 요구가 과한 것인지 궁금하다. 일반인들이 쉽게 누리는 일상이지만, 장애인에겐 아직도 투쟁해서 얻어야할 권리다.

정치권은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기위한 행정에 힘쓸 의무와 책임이 있다. 다행히 인수위가 19장애와 비장애와의 경계 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장애인 정책발표를 통해 내년부터 시내버스를 저상버스 교체 및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를 확대해 장애인 이동권 강화 계획을 내놨다. 또 지하철 역사 당 1개 이상의 엘리베이터를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 복지는 나아가 우리 모두의 인권문제다. 휠체어 이용자가 어려움 없이 탈 수 있는 버스와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는 장애인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고령자와 임신부·어린이 등 많은 교통약자를 돕는 것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도 장애인·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시설·설비를 이용·접근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권(障礙人權)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존재로서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개념이다. 장애인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다.

몇 해 전 갑작스런 사고로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 30대 남성 장애인(유투버 위라클)은 그의 채널을 통해 사고 후 본인을 다르게 보는 시선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모두 재활이었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밥 먹고 이동하는 일반인들의 평범한 일상이 자신에겐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떤가. 한 정치인의 발언을 보면, 누군가에게 장애인은 아직 혐오의 대상인 것 같다. 장애인도 일반인과 동등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인데, 차별적인 우리의 시선이 그들을 더욱 불편하게 한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장애인들은 언제까지 숨어 지내야 할까. 국민 5%에 이르는 장애인도 사람으로서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지낼 권리가 있음을 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모두가 기억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