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은 강원도 동해의 유복한 정치가문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으로 7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으로, 국회 상공위원장, 공화당 원내총무, 국회부의장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중 사업에 뜻을 품고, 미륭건설을 창업해 건설업에 뛰어들어, 1970년대 중동건설 경기 붐을 타 창업 10년 만에 30대 그룹으로 키워냈다.

건설업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토대로, 보험과 전자, 제철 등 사업영역을 확장시켰으며, 김 회장은 자수성가형 오너경영인으로 평소에도 도전정신이 강하고 과감한 행동력을 지닌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 DB그룹의 전신 미륭건설(현 동부건설)…미국 견학 중 결심한 ‘창업의 꿈’

김 회장은 정치가문의 자제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부친 김 전 의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를 차렸다. 당시 김 회장의 나이 만 24세로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재학 중 동부그룹의 전신인 미륭건설을 창업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김 회장이 대학 재학 중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미국 우수 인재 유치단에 뽑혀 미국 견학을 다녀왔는데, 이때 김 회장은 강대국인 미국의 실상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고, 미국 라스베가스, 디즈니랜드를 보며 한국에 리조트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할 꿈을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김 회장은 부친인 김 전 의장의 반대로 자본금을 확보하지 못해, 친지들에게 돈을 빌려 2,500만원의 자금을 갖고 '미륭건설'을 설립해 지금의 DB그룹을 만들었다.

▲ 자료정리_김지훈 기자

◆ DB그룹의 성장, 건설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진출

김준기 회장은 1970년 ‘중동붐’을 타고 건설업에서 급성장을 했고, 1980년 중동에서 철수할 때까지 총 2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이러한 동부건설의 ‘오일달러’ 및 이익금을 종자돈으로 삼아 외연을 확장시켰다.

1976년 삼척산업 인수, 1979년 대영실업과 부산운수, 한미면업을 동부고속과 합병, 1980년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 1982년 국민투자금융 설립 (이후 동부투자금융 상호 변경, 1991년 동부증권으로 업종 변경), 1984년 일신제강 (현 동부제철) 인수, 1986년 울산석유화확 인수 (현 동부석유화학), 1995년 동부생명보험 설립, 1997년 동부전자 (현 동부하이텍)을 설립했다.

창업 후 20여 년 만에 국내 20대 기업으로 진입했으며, 건설업을 시작으로 금융, 제철, 전자 등 다양한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 DB그룹의 뼈아픈 구조조정, 2013년 주요 계열사 매각…유동성 위기로 핵심계열사 떨어져나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은 지난 2013년 10월 시작됐다. 동양 사태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자 당시 금융당국은 동부, 현대, 한진 등 3개 그룹에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김준기 회장은 2013년 11월 3조원대 자구책을 내놓았고, 이 과정에서 동부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 및 핵심계열사 들이 떨어져나갔으며, 2014년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발전당진, 동부팜가야, 동부택배 등을 매각했고, 2015년에는 동부특수강과 동부로봇, 동부전자재료, 동부LED 등을 매각했다.

동부그룹은 구조조정 전인 2013년 초만 하더라도 61개 계열회사를 거느렸지만, 2016년 말 기준24개까지 줄어 외형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됐다.

이러한 구조조정 통해 김 회장은 동부화재 중심의 금융부문, 동부하이텍, 동부대우전자 등의 전자부문으로 현재 동부그룹 구조로 재편시켰다.

▲ 자료정리_김지훈 기자

◆ 구조조정 속에서도 지켜낸 경영권, 성추행 사건으로 끝내 물러나…우여곡절 끝에 구조조정 막바지, 한때 CJ, 신세계, 현대 보다 자산총액 앞서

2013년부터 구조조정에 돌입한 동부그룹은 동부건설‧동부제철 등 핵심 계열사를 정리해, 2016년 말 24개로 줄어, 한때, 2005년 재계 13위로 현대, 신세계, CJ, LS보다 자산총액에서 앞섰던 동부그룹은 2016년 말 35위까지 밀려났다.

동부그룹은 그 동안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추진했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서 포스코에 매각하는 ‘패키지 딜’이 무산됐었고, 동부건설 운영자금 1,000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두고 산업은행과 갈등을 빚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럼에도 끝내 김준기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고, 대표 금융 계열사인 동부화재는 2017년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8,5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2% 증가하는 등 실적이 증가추세이며, 전자 부문 실적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지난해 9월 11일 김준기 회장, 여비서 성추행 혐의 피소, 결국 회장직 사임

겨우 안정화를 찾아가는 듯 했던, DB그룹(2017년 사명변경)에 갑자기 ‘오너리스크’가 불어 닥쳐 2017년 9월 21일 결국 사임을 하게 됐다.

이유는 2017년 9월 20일, 2014년 초부터 3년간 김 회장 비서로 일하다가 2016년 7월 말 사직한 김 회장의 전 비서로부터 강제 추행 혐의로 당했다며 고소를 당한 것 이다.

이 비서는 지난 2~7월 김 회장이 사무실 등에서 자신의 몸을 수십 차례 만졌다고 주장했으며, 11두 차례에 걸쳐 경찰 진술을 하며, 김 회장이 사무실에서 자신의 몸을 만지는 장면이 찍힌 스마트폰 동영상과 녹취를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동영상에는 여비서의 허벅지와 허리 등을 김 회장이 건드리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여비서가 김 회장에게 "만지지 마시라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한 장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 회장 미국도피, 소환 불응, 여권 무효화 조치, 해외 체류 활동 제한적

김 회장은 회사 여비서를 성추행 한 혐의로 고소를 당하고 DB그룹 회장직에서 사임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경찰의 출석 요구에 세 차례나 불응 등의 이유로 외교부에서는 김 회장의 여권을 반납토록 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해외 체류 중이지만 여권이 없는 상태로 활동하는데 많은 제한이 따르고 있다.

또한 앞서 경찰은 최근 김 전 회장의 국내 송환을 요청하는 공조수사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의뢰하면서 외교부에 여권을 무효화 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공항에는 김 회장에 대한 입국 통보 요청도 해놓은 상태다.

◆ 국내 미투(me too)운동 확산 가운데, 김 회장 여비서 공갈미수 진정서 제출…미투운동으로 국내 여러 유명인사들의 만행도 드러나

미투운동이란 2017년 10월부터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행 사실이 폭로되면서 시작됐다. 폭로 이후 여성들은 성희롱과 성폭력이 얼마나 일상적인 일인지를 알리기 위해 SNS에 미투(#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 운동은 소셜미디어 SNS를 타고 거센파도로 일어나 미국 정치권과 할리우드를 휩쓸었으며, 성별을 떠나 많은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현재 미투운동은 국내에도 빠르게 확산되어, 그 동안 억압받고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예전과는 달리 피해사실을 숨기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직접 드러내, 많은 분야에서 강압적으로 자신의 지위와 힘을 이용하여 악행을 저지르던 인물들이 많은 사회적 질타를 받게 됐다.

이처럼 미투운동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피해를 받은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악행을 저지른 인물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 사회적비난 여론 거센 가운데, 김회장 여비서 ‘공갈미수’, ‘명예훼손’ 주장

2018년 2월 19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DB그룹이 김준기 회장으로부터 비서 측이 성추행 관련 동영상을 보이며 돈을 요구하며 협박을 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접수해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진정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진정인인 DB그룹 관계자와 비서A씨를 불러 각각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간의 주장에 대한 공방진실 관계를 떠나, 김 회장은 명백히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있음에도, 이번 진정서 제출은 쉽게 공감이 가지 않으며, 현재 사회적으로도 성추행, 성폭력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센 가운데, 김 회장을 비롯 DB그룹 측이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또한 이번 진정서 제출은, 성추행 고소를 당한 김 회장이 이미지 쇄신을 하기 위해 사명을 바꾼 DB그룹측에도 다시 악영향을 끼칠 수가 있어 향후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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