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의원 ‘미투’에..민주당, “사실관계 확인돼야 할 것”, 사퇴 처리 재고 요청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민병두 의원에게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제보자로 인해 지방선거 경선을 앞두고 당내 유력인사들을 향한 성폭력 피해 폭로가 잇따르자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성폭력 사실이 드러난 관련자는 관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으나 익명의 제보자로 인한 성폭력 의혹에 명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를 감안해 민병두 의원에게는 의원직 사퇴를 재고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뉴스타파 보도기사로부터 한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민병두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으나 민병두 의원의 가족 측의 주장이 나오면서 성폭력 의혹에 대한 반론을 시사하는 새로운 분위기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그동안 성추행 논란에 휘말렸던 사람들의 가족, 그 측근이 고개를 숙이거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을 고수하던 것과 달리 민병두 의원 가족 측이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경우는 처음이기 때문으로, 가족 측 주장에 따르면 민병두 의원이 제보자가 주장한 ‘미투’에 의원직 사퇴를 내걸고 진실공방에 임할 태도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의 본질이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투 운동이 가해자에게 반론의 기회가 없이 무분별한 폭로전으로 비화돼 사실관계를 고수하지 않는 현 상황이 미투 운동의 본질을 호도하고 타인을 공격하는 폭력성을 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 팀

◆ 민병두 의원의 사퇴 배경 된 ‘미투’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미투’ 폭로가 나오면서 민병두 의원은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10일 뉴스타파 보도기사에 따르면 민병두 의원에게서 성폭력을 주장한 피해자 A씨는 2007년 히말라야 트래킹에 여행을 갔다가 동료 의원들과 민병두 의원을 알게 됐고, 2008년 민병두 의원과 음주 후 노래주점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노래방주점에서 부르스를 추자는 민 의원의 제안을 받고 추다가 민 의원이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한 상황이다.

이에 민 의원은 당시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은 기억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기억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의원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민병두 의원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 민병두 의원 가족 측 주장 “도덕적 결벽증 있으신 분”..누리꾼들, “지켜보겠다”

민병두 의원의 아내와 아들이 민병두 의원은 “도덕적 결벽증이 있다”며 민병두 의원 측에 서서 진실공방에 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그동안 미투 운동으로 인한 폭로로 인해 가해자 가족 측이 고개를 숙이거나 침묵하는 입장을 고수해온 반면, 민병두 의원 가족 측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경우는 처음으로, 누리꾼들 역시 무분별한 폭로전에 대한 인신공격을 자중하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익명의 제보자로 인한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전인데다, 민병기 의원 가족 측이 민병두 의원의 “결백함”을 주장하며 진실공방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어 여론 역시 폭로전에 무분별한 인신공격을 수그리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10일 민병두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의 보도 기사 밑에 한 누리꾼이 “민병두 의원 아들 민XX입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 누리꾼은 “(민 의원은) 도덕적 결벽증이 있는 분이다. 이런 기사 하나로 어떤 파장이 있는지 또 무죄로 입증된다 하더라도 평생 지울 수 없는 흉터가 남겨지는 것이 이런 기사인데. 한 인간의 노력을 이렇게 하시냐”라며 보도기사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의원직을 사퇴한 것에 대해 죄에 대한 입증이니 이런 글들이 보이는데, 아버지는 한평생 너무 답답할 정도로 희생하며 살아온 분이다”라며 “의원직 사퇴는 모든 권위에서 나오는 보호를 버리고 진실 공방에 임하겠다는 의지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저는 가족 구성원이자 한 명의 지지자로서 의견을 표출했다. 저의 관여에 대해 좋다 싫다의 말씀은 자유 언론 게시판인데 삼가 주시기 바란다”라며 “이 기사가 나온 순간부터 저희 모두는 빠져나올 수 없는 수준으로 관여됐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 (미투)운동의 본질을 응원해주시길 빈다”라고 미투 운동을 응원했다.

이날 민 의원의 부인 목혜정 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내비쳤다.

“조금이라도 자기도 모르게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의원직 내놓을 것이라는 것을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그렇게 단행했다. 전 남편다운 결정이라 믿는다”라며 “남편의 성격과 강직성을 알고 있기에 한 번의 실수로 부부간에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가족 측의 주장에 누리꾼들은 그동안 미투 운동 가해자로 지목된 가족측의 반응이 소극적이던 반면, “민병두 의원 가족측은 진실공방에 임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 성추행 의혹에 사실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의지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켜보겠다’”라는 반응도, “문제 될 일을 하지도 않았다면 왜 사퇴를 했냐”는 반응 등으로 비판의 의견과 이를 자중해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는 의견들로 엇갈린 구도를 빚고 있다.

◆ ‘미투 운동’ 본질 훼손된다는 우려도..‘사실관계’로 진실 먼저 입증돼야

민병두 의원으로부터 성추행 의혹이 주장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폭로전 형식의 미투로 인해 ‘미투 운동’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때껏 ‘미투 운동’이 특정인에 대한 폭로전으로 비화되고 있고, 사실관계가 정확히 입증되지 않은 채 익명성에 기대 무분별하게 타인을 공격하고, 심적 고통을 줘 또 다른 피해자를 생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성폭력에 대항하려 피해자가 ‘미투 운동’에서 용기 있는 고백에 나서는 것은 목숨을 건 사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 간의 사실관계가 정확히 입증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익명의 그늘에만 가려진 폭로전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에 무분별한 심적 고통을 주는 것이 지양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민병두 의원의 의원직 사퇴 주장으로 우선적으로는 권력형 성폭력에 대해서는 불관용 원칙을 강조하며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으나, 민병두 의원의 사퇴를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고 “사실 관계를 밝히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지, 의원직 사퇴부터 할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익명성에 기댄 ‘미투 운동’에 사실관계는 반드시 확인해 ‘미투 운동’이 폭력성만을 담은 운동으로 변질돼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