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민감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은 ‘시신 소각’이다. 당시 국방부는 사건 발생한 지 이틀 뒤인 2020년 9월 24일 “북한이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이에 북한은 그 다음 날 “불법 침입자를 사살했고 부유물은 소각했다”고 반박하는 내용의...<본문 중에서>
북한이 민감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은 ‘시신 소각’이다. 당시 국방부는 사건 발생한 지 이틀 뒤인 2020년 9월 24일 “북한이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이에 북한은 그 다음 날 “불법 침입자를 사살했고 부유물은 소각했다”고 반박하는 내용의...<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남북정세]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2년여 만에 자진 월북 시도로 단정할 근거가 없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목이 쏠린다. 우리 정부의 입장이 번복된 것인 만큼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해양경찰은 지난 16일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지난 20209월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씨에 대해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같은 날 입장을 내고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께 혼선을 줬다고 고개를 숙였다.

해경과 국방부의 이날 발표는 해당 공무원이 자진 월북을 하지 않았다라기 보다 월북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에 더 가깝지만 북한은 정부의 번복 발표에 불만을 토로할 가능성이 있다.


 北, ‘시신 소각부분 두고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당시 김정은 사과도


특히 북한이 민감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은 시신 소각이다. 당시 국방부는 사건 발생한 지 이틀 뒤인 2020924북한이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이에 북한은 그 다음 날 불법 침입자를 사살했고 부유물은 소각했다고 반박하는 내용의 대남통지문을 보내왔다.

새 정부가 2년 만에 이전 정부의 수사 결과를 뒤집으며 시신 소각까지도 사실화한 것에 대해 북한은 사망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미루려 한다고 여길 가능성이 나온다.

특히 이 사안의 경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까지 나서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우리 측에 공식 사과하기도 해 북한이 상당한 볼쾌감을 보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해경 등의 발표에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게 아닐 수 있다는 것은 곧 북한이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가 2년 전 월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북한으로 넘어간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면 이번 발표는 북한의 과잉대응에 대한 책임을 부각시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북한은 이번 정부의 발표에 반발해 본인들의 입장을 강조하는 선전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새 정부들어서 입장을 번복했다는 부분을 트집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보수성향인 만큼 반북여론을 조성하려 한다는 주장을 통해 대남 전략을 대립 모드로 가져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또 대남 사안을 담당하는 신임 통일전선부장인 리선권이나 대외 사업을 총괄하는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로 비난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 정부 기조 변경에 진실과 상식으로 회귀한 것환영


국제 인권단체들은 우리 해경이 2년 만에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수사 결과를 번복하자 진실과 상식으로 회귀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문재인 한국 전 대통령이 북한군에 피격된 해수부 공무원 사건을 남북관계 측면에서 본 것이 명백하며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할 의지가 부족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6VOA에 보낸 공식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가 처음에는 북한이 심층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사건 조사를 북한 측에 떠밀려 하다가 이후 공동 수사를 제안했지만 어떤 결론도 내지 못했다면서 한국은 그렇게 할 의지가 부족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한국은 이제 유가족의 요구에 답하기 위해 관련 사건 조사를 재개해야 하며, 철저하고 독립적이며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도 이제야 관련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었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사건 이후 애초에 이 씨가 자진 월북하지 않았다는 게 분명했는데, 이제야 진실과 상식으로 회귀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북한 정권에 의해 살해된 한국 공무원 유족에게 진실과 정의를 가져다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의장은 이 사건은 냉혹한 살인 사건이라며 북한이 이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야만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숄티 회장은 김정은은 이번 살인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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