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개발비 4년 새 37.4% 감소, 구매협상력 지표 매입채무회전기간도 4일 짧아져

[뉴스워커_이창민 기자] OCI가 이우현 사장 체제로 전환된 지난 2013년 이후 미래의 밥 만들기에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OCI의 수익성을 좌지우지 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최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협상력 지표도 과거만 못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사장의 경영권 확보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OCI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 6316억 원과 284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2.7%, 영업이익은 114.7%나 급증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4.8%에서 7.8%로 3%포인트 상승했다.

▲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 팀

실적이 이처럼 개선된 것은 태양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 덕분이다. 태양광 시장조사업체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은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킬로그램(Kg)당 12.79달러 수준에 머물렀지만, 5월부터 상승세를 타더니 12월에는 17.57달러로 37.4%나 올랐다. OCI가 지난해 4분기 매출 급증세와 함께 2016년 연간 영업이익과 맞먹는 102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도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생산비용 상승 증가 우려와 함께 중국발 수요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올 들어 줄줄이 증산에 돌입해 가격 하방압력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3월 들어 폴리실리콘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1월(17.83달러)에 비해 25.7%나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OCI만 해도 지난해 7월 도쿠야마로부터 말레이시아 공장을 인수해 폴리실리콘 생산량이 연간 1만 4000톤(5만 2000톤→6만 4000톤)이 늘어난 데다 GLC 등 중국 업체들이 4~5만톤, 독일 바커의 미국 테네시공장 재가동에 따른 2만톤 등이 신규로 유입된다”며 “지난해 수급 균형에 힙입어 반등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올해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폴리실리콘 시장 환경이 호황기였던 2011년과 비슷한 양상이라 무분별한 설비과잉에 따른 막대한 적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자료_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0년은 폴리실리콘 부족 현상에 부르는 게 가격일 만큼 호황기였다. 이에 OCI 등 상당수 기업들이 2011년 폴리실리콘 생산설비를 대규모 증설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생기면서 가격거품이 꺼졌고 2012년부터 내리 4년 간 태양광 생산업체와 협력사가 줄도산 나는 한파를 맞았다. OCI 역시 당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해지된 공급계약 규모가 5조 931억 원에 달했고, 이로 인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영업적자 및 순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OCI는 올해 2012년과 같은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이 생기더라도 버틸만한 체력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현금 및 현금성자산 등 재무지표 상 나타난 수치만 놓고 보면 올해는 충분히 버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양상이 2~3년 이어진다면 장담하기 어렵다. 이우현 사장이 2013년 취임한 후 미래성장 동략을 연구하는 경상개발비가 꾸준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OCI는 1867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2013년에도 연구개발에 340억 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한 2016년 265억 원으로 2013년에 비해 22.1% 줄인데 이어 지난해에도 204억 원으로 전년보다 37.4% 줄였다.

▲ 자료_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문제는 OCI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등한시 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구매협상력을 엿볼 수 있는 지표인 매입채무회전일수도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OCI의 매입채무회전일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2일여를 유지해 왔으나, 2016년 20.6일로 짧아진데 이어 지난해 16.5일로 급격히 줄었다. 폴리실리콘 판매호조세에 양호한 현금흐름으로 외상을 빨리 갚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회장 타계 후 원재료 매입 협상력이 과거보다 떨어진 결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매입채무 변제기간은 협상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통상 실적이 개선된 기업들의 매입채무회전기간은 이전 연도와 비슷하거나 길어진다. 매입채무회전일수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자금을 미래의 수익을 만드는 운전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실적을 지난해 대폭 개선한 OCI의 경우 원재료 구매협상력이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한편 폴리실리콘 시황이 2011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면 이우현 사장의 경영권 승계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이 고(故) 이수영 회장의 지분 10.92%(260만 4921주)를 승계받기 위해선 1500억 원 안팎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데 사실상 현재로썬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서다. 때문에 이 사장 입장에서는 실적 개선을 통해 보수와 배당금을 높이는 게 유일한 숙제를 푸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실적이 악화될 경우 작은아버지인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등과의 경영권 분쟁 등 구설수에 휘말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2012년 폴리실리콘 시황이 악화되면서 넥슬론이 망가진 게 결과적으로 이우현 사장의 경영권 승계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됐다”며 “이 사장은 오는 21일 주주총회 이전까지 지분인수 방안을 마련하겠단 입장이지만, 대부분이 예상하고 있는 결과(연부연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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