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동박시장 점유율 13%을 보유하는 일진머티리얼즈가 지난 5월 매물로 나온다는 소식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허재명 대표는 왜, 어디에 회사 매각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뉴스워커에서 살펴보았다.


허재명 대표, 왜 매각을 추진하는가?


2차전지용 배터리의 핵심소재로 잘 나가던일진머티리얼즈를 매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일진그룹이 앞으로 생산설비 개보수와 증설 등 추가로 투입해야 할 비용부담을 매각 배경으로 꼽는다.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회사 가치가 높을 때 회사를 매각해 수익을 내는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서는 5년 내 생산시설 확충에 투자금 약 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이중에서 1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회사는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 보유 지분과 경영 프리미엄을 합쳐 3조원을 제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허재명 대표가 최대주주로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수는 24723147주로, 전체 발행 주식의 53.62%에 달한다. 결국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 후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47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직 선뜻 인수에 나서는 이렇다할 후보는 없다. 이에 일진머티리얼즈는 전자공시시스템에 풍문 또는 보도의 내용에 대한 해명으로 매각 추진 관련 기사에 대해 최대주주에 문의한 결과, 당사의 최대주주는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여 일부 원매자에게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 하였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라고 밝혔다.

인수 후보 중 하나였던 포스코그룹은 23회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대해 공식 부인하기도 했다. 초기에 후보로 거론되었던 LG그룹과 SK그룹도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SK그룹은 이미 SK넥실리스를 통해 동박을 생산 중이므로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 애초에 불참했다.

현재 인수 후보로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및 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삼성, 롯데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과 국내외 사모펀드 등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앞두고 삼성SDI와 장기 계약 체결, 삼성과의 M&A 가능성 암시하나?


단일판매ㆍ공급계약 체결내용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 624일 삼성SDI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가 필요로 하는 연간 이차전지용 일렉포일 전체 물량의 60%를 일진머티리얼즈가 국내외 공장에 공급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이번 계약은 일진머티리얼즈 지난해 매출액의 12배에 달하는 8.5조 짜리 대규모 계약이다. 매각을 앞둔 시점에서 삼성SDI와의 장기계약이 체결된 점은 삼성그룹으로의 매각 가능성도 낮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성장성은 크나 인수 실현되기 쉽지 않을 듯


전기차와 IT, 친환경 에너지 산업 등의 고속성장에 따라, 이들 산업의 핵심부품인 2차전지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2차전지 음극집전체용 Elecfoil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페인 해외현지법인을 통해 유럽 지역 내 10만톤 증산 계획으로, 1단계 투자금액인 약 5천억원을 통해 연산 2.5만톤의 일렉포일 생산능력 확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lecfoil 매출현황, 단위:백만원 (출처: 일진머티리얼즈 분기보고서),

일진머티리얼즈의 20221분기 Elecfoil 매출액은 1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지난해 동박 판매액은 5534억원으로 2020년 대비 약 38% 증가한 수치였다. 이처럼 동박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제품군 중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유망 제품이다.

하지만 사업 성장성이 확실한 만큼 일진머티리얼즈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은 많지만, 동박 산업은 고도의 생산기술과 대규모의 설비투자를 요구하는 장치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따라서 인수 후에도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 인수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동박 사업은 장치산업 중에서도 조단위의 운영자금이 필요한 산업이다. 일반적으로 동박 1만톤 생산에는 15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동박 생산업체 SK넥실리스는 작년 말레이시아와 폴란드 5만 톤 규모 생산시설 설립에 약 16000억원을 들였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와 유럽, 미국 공장 증설계획 등을 앞두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각각 6000억원, 4000억원을 보통주로 유치하고 미래에셋투자증권을 통해 1500억원 전환사채를 발행했지만, 여전히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진그룹이 자금 조달 목적으로 일진머티리얼즈를 매각하는 상황에서 인수가 이루어질 경우, 인수자에게 운영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에 투자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인수에 부담을 주는 또 다른 이유로는 투입하는 자금에 비해 당장 현금 수입이 크게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동박 시장은 20181조원에서 2025년에는 14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지만, 당장에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3조원의 큰 자금을 들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감행해도 당장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과거 포스코그룹이 동박에 관심을 보였으나 양극재로 눈을 돌린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포스코는2차전지 소재로 사업을 확대하던 시기에 동박회사에 관심을 보인 적 있다. 그러나 투자에 비해 얻는 이득이 양극재 대비 크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포스코는 동박 대신 양극재를 사업 포트폴리오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동박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주력 후보로 거론되는 롯데케미칼도 현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수 의지가 강하지만 몸값이 과열되는 걸 막기 위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으나, 실제 그러한 이유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허 사장의 뜻대로 M&A가 이루어질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일진머티리얼즈에서는 동박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이 걸려 있는 문제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단기간내 기업가치를 키워 재매각해야 하는 사모펀드는 물론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위해 인수를 검토하는 입장에서도 늘어나는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용어설명_*Elecfoil: 얇은 동박으로, TV, 컴퓨터,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제품 , 전기자동차, ESS 전반에 사용하는 핵심 소재. 2차 전지의 음극을 구성하는 음극 집전체 역할을 수행하며, PCB(인쇄회로기판)에서는 도체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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