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어도 쇼핑 가능해’ 국내 빅테크 기업·카드사 BNPL 시행

소비자 이탈 막는 효과는 긍정적…과소비·연체자 발생은 ‘숙제’

BNPL은 아직까지 해외에서 인기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민간 소비지출의 75%가 신용카드 결제이지만, 미국은 25%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신용카드를 발급 받으려면 합법적 근로가 가능하다는 증명이 필요하며 소득증명이나 일정 규모의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금융거래 이력이 없거나 신용점수가 낮은 대학생, 청년층이 할부로 물건을 사기가 어려운...<본문 중에서>
BNPL은 아직까지 해외에서 인기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민간 소비지출의 75%가 신용카드 결제이지만, 미국은 25%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신용카드를 발급 받으려면 합법적 근로가 가능하다는 증명이 필요하며 소득증명이나 일정 규모의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금융거래 이력이 없거나 신용점수가 낮은 대학생, 청년층이 할부로 물건을 사기가 어려운...<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외상이 돌아왔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주목받는 후불 간편결제가 등장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상품을 먼저 구매하고 나중에 결제를 할 수 있는 이른바 선구매 후결제’ (BNPL·Buy Now Pay Later) 방식의 결제 시스템이다.

BNPL은 미국에서 뜨기 시작해 글로벌 시장경제를 이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빅테크, 카드사, 온라인 쇼핑몰 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 지금 구매하고, 지불은 나중에)’가 사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BNPL은 핀테크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무상으로 상품 대금을 분할해서 낼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이다. 즉 상품을 먼저 받고, 몇 주 또는 몇 달에 걸쳐 BNPL 업체에 갚으면 된다. 언뜻 보면 신용카드 할부 서비스와 무엇이 다를까 싶지만 소비자의 신용 등급과 관계없이 이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주요 BNPL 서비스는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 기업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BNPL은 신용카드 발급과정보다 훨씬 간편하다. 신용심사 과정도 없다. 18세 이상의 이용자라면 소득·계좌 잔고가 없어도 BNPL을 이용해 물건을 살 수 있다. 연회비와 분할남부 수수료·이자가 없다. 다만 잔금 납입을 연체할 경우 연체 수수료 내야 한다.

색다른 점은 가맹점이 지불하는 BNPL 수수료가 신용카드 수수료보다 높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자들이 BNPL에 진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더 많은 고객들에게 물건을 더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BNPL 서비스를 선보인 스웨덴의 핀테크기업 클라나(Klarna)’에 따르면 BNPL서비스를 적용한 온라인 쇼핑몰의 2020년 구매 전환률은 2019년보다 약 44% 늘었다.

즉 무이자 외상 덕분에 물건을 보고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것이다. 계획에 없던 제품을 선뜻 사게 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높은 수수료에도 가맹점은 다수의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BNPL의 수익구조는 가맹점 수수료연체료에 있다. 소비자들에게 부과되는 이자나 수수료는 없지만 연체 시에는 연체료가 부과되는데, 이 연체료가 BNPL 업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BNPL서비스의 장점은 편하다는 것. 단점은 신용 평가를 하지 않아 채무상환을 능력을 알 수 없어서 연체자를 다수 발생시킨다는 우려가 있다.


신용에 상관없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 ‘MZ세대 열광

 


BNPL은 아직까지 해외에서 인기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민간 소비지출의 75%가 신용카드 결제이지만, 미국은 25%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신용카드를 발급 받으려면 합법적 근로가 가능하다는 증명이 필요하며 소득증명이나 일정 규모의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금융거래 이력이 없거나 신용점수가 낮은 대학생, 청년층이 할부로 물건을 사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게다가 미국엔 무이자 할부도 거의 없다. 미국은 이처럼 신용카드 발급 문턱이 높은데 BNPL은 신용에 상관없고, 무이자 할부를 내세워 수익을 내는 것이다. MZ세대가 BNPL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호주역시 전체 인구의 약 20%580만명이 BNPL 서비스 에프터페이(Afterpay)’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 유럽, 호주 등 해외에서는 신용카드의 대체재로서 BNPL이 새로운 소비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인구의 신용카드 사용도가 높고, 무이자 할부도 잘 되는 편이다. 그래서 한국은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 이탈을 막는 Lock-in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쿠팡은 BNPL ‘나중결제서비스를 출시했다. 나중결제는 직매입 상품(로켓배송)에만 적용된다 네이버파이넨셜은 네이버페이를 통해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 검사를 통과한 사람에게 월 30만원 한도를 부여한다. 카카오페이는 후불 교통카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 유치 가능하고 소비 금액도 크지만, 안전장치 필요해


BNPL은 코로나19가 낳은 또 다른 금융 트렌드로도 불린다. 네이버, 쿠팡,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기업들에 이어 카드사들도 적극적이다.

이렇게 국내 기업들이 BNPL에 관심이 큰 이유는 소비자와 접점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층이다. 다만 강한 소비욕구에 비해 구매력은 비교적 약하다. BNPL을 활용하면 소비자들의 지출 규모가 커진다는 것도 기업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BNPL 시장이 오는 2025년 최대 1조 달러( 1186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BNPL은 씬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들의 과소비와 연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상환 능력을 웃도는 과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 또한 BNPL로 발생한 빚은 신용 기록에 남지 않아 여러 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 있고, 그러다 자칫 돌려 막기를 할 경우 새로운 가계 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네이버파이넨셜과 카카오페이 등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는 원칙적으로 후불결제 업무를 영위 할 수 없다. 현재는 금융위로부터 제한적인 소액후불결제(혁신금융서비스)만 허용 받은 것이다.

BNPL을 사용할 때에는 소비자들의 계획적인 소비와 관리당국의 철저한 가이드라인이 필수다. 아직 국내에서는 소액 결제만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적은 편이지만, 추후 거래금액이 늘어나면 그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와 개인의 절제도 필요하다. 영국과 미국 금융당국에선 BNPL 시장 제한과 관련한 움직임도 보인다. ‘디지털 외상의 문을 먼저 개방한 해외의 사례를 토대로 안전성을 갖춰야 한다.

예전 현금결제가 일반적이던 시절에 가게 사장님들의 계산대 옆에는 외상장부가 있었다. 외상장부에 이름을 많이 올린 사람일수록 경제적으로 빠듯한 경우가 많다. 외상이 그 순간은 편하고 좋지만, 문제는 외상 횟수가 쌓여갈 때다.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과거에는 먼 미래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우리의 일상이 된 게 많다. 국내에서도 BNPL이 시장의 확장성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개인 스스로의 상환능력을 항상 염두에 두자. 현대사회는 신뢰로 돌아간다. 신뢰가 있을 때 내가 설 자리도 있는 것이다. 개인의 신용에 금이 가면 신뢰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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