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인건비 상승에 커피 값↑…GS25커피 스타벅스 제치고 1위 달성

산자부 “사상 처음으로 편의점이 대형마트 보다 매출 앞서”

[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편의점에서 커피 전쟁이 벌어졌다. 편의점 즉석 원두커피가 각 편의점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각 편의점의 한 해 판매량만 해도 최대 2억 잔에서 5000만 잔 수준에 이른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주요 커피 판매장들이 음료 가격을 올리면서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올해 들어 커피 프랜차이즈는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주요 업체의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가격은 4000원대 중반에서 5000원대로 형성됐다. 커피빈의 경우 지난 5월 석 달 만에 가격을 다시 올려 아메리카노 한 잔에 ‘5000원 시대가 열렸다.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4500원으로 인상됐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도 점심을 먹고 나서 커피 한 잔 마시기가 껄끄러워졌다. 점심 한 끼 먹고 동료들과 커피 한잔하려면 15000원은 들어간다.

전 세계적인 원두값 인상으로 커피 전문점과 커피믹스까지 커피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편의점 커피 인기가 뜨겁다. 커피플레이션을 피해 편의점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들은 고가의 커피머신 도입과 원두 고급화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각 편의점 기업들은 수천만 원대 커피 머신을 들이고 좋은 원두로 바꾸는 등 품질과 가격을 모두 충족시켜 커피 전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GS25의 경우 한 대에 1300만원이 넘는 스위스의 커피머신 유라를 점포마다 도입했다. 원두도 콜롬비아·브라질·과테말라·에티오피아 등 유명 산지에서 들여와 커피 맛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25의 지난해 커피 판매량은 19000만 잔을 기록했으며, 올해 지난달 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4% 늘었다.

사단법인 한국커피연합회와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지난달 전문 바리스타가 진행한 커피 블라인드 평가에서 7.67(12점 만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해당 평가는 편의점 4개사(세븐일레븐·이마트24·GS25·CU)와 커피 전문점 4개사(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빽다방·메가커피)의 아메리카노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주목할 점은 GS25가 투썸플레이스(7.17·3)와 스타벅스(6.50·5)를 제치고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투썸플레이스와 스타벅스의 기본 사이즈 기준 아메리카노 가격은 4500원으로, 1200원인 GS25의 아메리카노 가격보다 세 배 이상 비싸다. 브랜드와 가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편의점 커피 맛에 승부 걸었더니 스타벅스도 이겼다


2015년 처음 편의점에서 갓 내린 커피를 팔 때는 1000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제 편의점 커피 모두 1000원이 넘는다. 올해 이상기후로 원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4~5월 편의점들이 커피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현재 편의점 자체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 1200~1300, 아이스 아메리카노 1700원을 형성하고 있다. 편의점들은 가격을 올린 대신 커피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가장 고가의 커피머신을 사용하고 있는 편의점은 GS25. GS25는 약 14000점포에서 스위스산 유라 커피머신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당 1300만 원이 넘는다. CU는 현재 300만 원대의 중국 칼렘 커피머신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 상업용 커피 머신 시장점유율 1위인 이탈리아 라심발리(La cimbali)사의 전자동 커피머신을 전국 점포에 도입할 계획이다. 라심발리 전자동 커피머신의 가격은 1000만원 대다.

세븐일레븐은 일본 세븐일레븐이 자체 개발한 600만원 상당의 전자동 드립 추출기를 도입했다. 세븐일레븐은 풍미가 좋은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고 깔끔한 맛을 위해 종이 필터로 한 잔씩 내리는 전자동 드립 방식을 쓴다. 이달 세븐카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이탈리아 세코의 커피머신을 사용해 PB 커피 이프레쏘를 선보이는 이마트24도 작년부터 기기를 기존(700만원)보다 2배가량 비싼 1400만원대 세코(saeco) 그랑 이데아로 전환하고 있다. 원두는 브라질 세라도 지역의 최고급으로 알려져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편의점 인기대형마트보다 매출 앞서


소비자(消費者)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휴일 없이 일상 생필품을 취급하는 소형 상점, 바로 편의점이다.

1989년 국내 최초의 편의점이 등장했고, 2010년대부터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편의점의 고속 성장이 시작됐다. 코로나19로 더욱 성장한 편의점 업계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그 인기가 시들거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거리 두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업계가 오히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다시 출근을 시작한 직장인들이 값이 오른 일반 식당 음식보다 가성비 좋은 도시락과 커피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과거 편의점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비싸지만 24시간 언제든 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를 넘어서 할인하는 제품이 많고, 다양한 상품과 택배 등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편의점이 15.9%의 비중을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대형마트(15.7%)를 넘어섰다. 올해도 5월까지 설이 껴있던 1월을 제외하고는 편의점이 대형마트보다 높은 비중을 보였다.

한국은 미국, 중국 다음으로 커피 소비가 많은 나라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86000억원으로, 이 중 3분의 2가량이 원두커피를 파는 커피전문점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가파른 물가 인상으로 편의점 커피를 사러 가는 발길이 늘고 있어, 편의점의 커피 판매는 앞으로도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들은 싸구려 커피라는 인식을 지우기 위해 커피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가맹본부가 원두커피 기기를 지원하고 점주가 월 사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점주들에게도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출근하다보면 커피 한 모금이 간절해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각종 물가가 오른 상태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지만, 갑자기 오른 프렌차이즈 커피 가격은 통장 잔고를 생각하게 한다. 이때 편의점 커피를 생각하면 숨통이 트인다. 편의점에도 고가의 커피머신과 프리미엄 원두가 우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커피 공화국한국에서 편의점 커피가 두각을 보인다. 편의점 업계의 효자가 된 커피, 이젠 직장인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에게도 효자 노릇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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