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허덕이는 여행업계…‘전망 어둡다’며 있던 직원도 떠나

여행사 정부 고용유지지원금에 의존…“관광기본법 개정돼야”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여행업 종사자들이 여행업계에 회의감을 느끼며 스스로 짐을 싸기도 했다. 특히 2030 직원들은 여행업에 전망이 없다며 다른 업종을 찾는 경우도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행사가 구직 회피 업종으로 변해가는 것...<본문 중에서>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여행업 종사자들이 여행업계에 회의감을 느끼며 스스로 짐을 싸기도 했다. 특히 2030 직원들은 여행업에 전망이 없다며 다른 업종을 찾는 경우도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행사가 구직 회피 업종으로 변해가는 것...<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올 여름은 날씨에 지친 날이 많았지만 휴가철 여행은 필수다. 하지만 여행업계가 인력난으로 고심하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되면서 국내외 여행 수요가 증가했지만 일 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해제로 여행사를 찾는 사람은 많아졌으나 업계 인력이 대거 이탈하며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침체된 여행업계를 떠난 직원들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또 업계에서는 남아있는 인력 유출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다. 해외여행 재개를 앞두고 업계 간 핵심 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후 직격탄을 맞은 여행 업계는 사실상 휴업상태나 다름없었다. 휴직 기간이 길어지고, 인력 구조조정을 겪으며 떠밀리듯 업계를 떠난 이들이 많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코로나19 이후 상장사업종별 임금 양극화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임금이 크게 감소한 곳으로 여행업계가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여행업계에 다시 훈풍이 불었다. 지난달 국제선 여객 수는 1279029명으로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여객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항공사 수익과 직결되는 국제선 여객 인원은 올해 2분기 287755명을 기록해 작년 2분기 대비 35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제선 운항 편수는 32851편에서 36042(9.7%)으로 늘었고, 편당 탑승 인원은 편당 19.2명에서 79.6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전보다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여행사 대부분이 적자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 나라가 빗장을 풀고 하늘길이 열리면서 해외여행 관련 예약은 늘고 있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여행업 종사자들이 여행업계에 회의감을 느끼며 스스로 짐을 싸기도 했다. 특히 2030 직원들은 여행업에 전망이 없다며 다른 업종을 찾는 경우도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행사가 구직 회피 업종으로 변해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여행업계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여행 수요가 전만큼은 못 하더라도 여행업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여행이 주는 이점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다만 여행업계의 인력난과 끌어올리지 못한 매출 등 직면한 문제점이 쌓여있는 현실이다.

외국인 관광객 늘고 있지만 호텔업계 관련 인력도 급감


현재 여행사 대부분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에 의존하며 직원의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직원을 휴업·휴직 상태로 두고 휴업·휴직수당의 90%까지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다. 지난 6월 말 정부가 여행업·항공운송업·면세점 등 업종에 대해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180일에서 최대 270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정부 지원을 받으면 회사는 휴업·휴직 중인 직원에게 일을 시킬 수 없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금을 포기하고 직원을 불러낼 수도 없는데, 신규 채용도 녹록지 않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134만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9% 증가한 수치긴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1500만명)과 비교하면 10%에도 미치지 않는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181851명에서 5월에 175922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관련 인력은 급감했다.

한국호텔업협회 200개 호텔 조사 결과 상반기(1~6) 호텔 당 평균 종사자 수는 201983.7명에서 올해 67.5명으로 줄었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2~5성급을 포함한 호텔 20곳을 조사한 결과 호텔에 평균적으로 필요인력보다 약 16.6%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식음료 서비스 인력 부족이 25.8%로 가장 높았고 조리(20.1%), 객실(16.0%)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경영난이 심해진 호텔·여행사들은 많은 직원들은 유·무급휴직 형태로 집으로 돌려보냈다. 대형 여행사를 제외하고서는 아직 휴직중인 직원들을 모두 복귀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여름 성수기가 맞물리면서 대부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관광기본법 개정해 임금·복지제도 개선돼야


여행업계에 대한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고급 인력이 이탈하는 걸 우려해 각 여행사는 임금인상과 상여금 등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 4월에는 연봉을 4% 인상했다. 최근에는 신입사원도 선발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3년만의 신규 채용으로 들썩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하나투어 직원 수는 올해 3월 기준 1163명으로, 20203(2359)보다 절반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직원이 크게 줄었고 이후에도 구조조정이나 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도 많다. 문제는 복직의사가 없어진 직원도 늘고 있는 것.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중 퇴직한 직원들에게 복직 의사를 물었으나 다시 출근하겠다는 직원은 손에 꼽는다고 밝혔다.

현재 하나투어, 인터파크투어, 한진관광, 교원투어 등이 전 직원 정상 출근 중이지만, 다른 여행사들은 대부분이 70~80%의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호텔·골프장·여행사·렌터카·리조트업체 등의 관광레저산업노조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1975년 만들어진 관광기본법으로는 현재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대근 관광레저노조 위원장은 종사자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훈 알펜시아리조트노조 위원장은 “20년째 임금 제자리걸음인 호텔 노동자, 아웃소싱 명목으로 직고용 회피로 2030청년들에게 큰 메리트가 없는 상태다고 꼬집었다.

호텔업계에서는 직원 채용이 쉽지 않은 이유로 낮은 임금열악한 복지를 꼽는다. 인력난의 해결책으로 복지나 급여 체계 개선이 우선적이라는 것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외부변수에 취약한 여행업계의 한계를 느낀 게 사실이다.

업계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무엇보다 현재 상황에 맞게 관광기본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또 여행업계가 살아날 방법은 일단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 달라진 걸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2030세대는 일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고 성장하고 싶어하는 세대다. 무턱대고 열심히 하란 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비록 열악해도 더 큰 목표와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회사가 돼야한다. 미래는 누구나 알 수 없다. 실현 가능하며 견고한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면 외부 변수에도 직원들의 이탈이 줄 것이다. 결국 전망 있는 회사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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