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도네시아 국방부에서 계약금도 받기 전 약 900억원의 자재 선발주... 결국 '우발손실충당금' 반영

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와 잠수함 판매 계약을 맺은 뒤 선수금을 받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약 900억원의 자재를 선(先)발주했으나 계약 발효가 지연되며 이를 사실상 손실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4월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1400t급 잠수함 3척(총 1조1620억원대 사업)의 잠수함 건조 계약을 체결했으나, 선수금이 미납된 상태에서 주요 자재들을 선발주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최근 잠수함의 핵심 자재인 추진전동기가 올가을 독일 지멘스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위치한 경상남도 거제도로 들어온다는 소식이 있었다. 지난 8일 이를 잘 아는 대우조선해양 내부 인사는 “추진전동기가 국내에 입고되면 수백억 원의 잔금을 치러야 한다. 추진전동기를 보관할 장소도 없어 추가 비용을 내고 장소를 마련해야 하고, 여의치 않으면 별도의 비용을 내고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해당 내용을 질의해 입수한 산업은행 보고서(‘대우조선해양의 인도네시아 잠수함 추진전동기 구매 관련 진행 경과 및 현재 상황’)에 의하면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7월 독일 지멘스사와 추진전동기 3세트(5850만 유로, 약 780억원)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8월 선급금인 600만 유로(약 78억원)를 지급했다. 이후에도 잠수함에 쓰이는 강재(약 80억원)과 엔진소음기(약 14억원) 등도 선발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우조선 내에서조차 자재 선구매는 무리한 행위였다는 비판이 돌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에 2011년부터 3척의 군 잠수함을 수출했던 1차 계약에 이어 2019년 추가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 발효 일자는 2019년 10월 30일이었으나 인도네시아 측에서 선급금을 지불하지 않아 현재까지 계약을 발효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관계자는 “계약을 체결해도 계약금이 입금돼야 발효되는 것이고, 이후 자재를 구매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게 잠수함 부품 자재를 선발주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군 잠수함과 같은 특수선에 들어가는 자재의 특성상 해당 자재들의 사용처가 제한되기 때문에 9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자재를 선발주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측은 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인도네시아와 1차 잠수함 계약에 성공한 만큼 2차 계약도 발효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계약 발효 후 추진전동기를 주문하면 납기가 지연될 것 등을 고려한 계약이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아직 인도네시아와의 계약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측에서 여전히 계약이 유효하다고 밝힌 입장과 다르게, 산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은 선발주로 지멘스사에 미리 지급한 78억5000만원을 제외한 708억원을 ‘우발손실충당금’으로 반영했다.

 

회계사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우발손실충당금은 불확실한 미래사건의 발생 여부에 따라 발생 가능성이 있는 손실을 의미한다”며 “대우조선해양이 추진전동기 잔금을 우발손실충당금으로 설정했다는 건 사실상 손실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인도네시아의 방산산업 전문가이자 인도네시아 CNBC 칼럼니스트 알만 알

리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는 대우조선해양과 3척의 잠수함 계약을 이어나갈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계약 해지를 발표한 적은 없지만, 인도네시아 국영조선소 엔지니어들이 대우조선해양과의 1차 계약 당시 잠수함의 성능을 저조하다고 보고했으며, 국방부 측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계약 파기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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