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태풍 ‘힌남노’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사재기를 조장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힌남노’가 제주도 및 경상지역 등을 강타하며 각종 피해를 낳은 상황에서, 자연재해라는 위기 상황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물품 구매를 조장하는 광고 문자를 보낸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6일 이데일리에 따르면, 지난 5일 롯데쇼핑(023530)의 롯데슈퍼와 엘포인트는 기존 이용 고객들에게 ‘롯데슈퍼 태풍 사전 대비 안내’라는 제목으로 ‘과거 태풍 상륙시 롯데슈퍼 구매 증가 품목’을 내용으로 한 문자를 일괄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롯데의 마케팅 문자는 자연재해 위기를 우려하는 불안감을 이용한 광고라는 점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롯데는 소비자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에서 “(광고) 롯데슈퍼 태풍 사전 대비 안내”라는 제목으로,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으로, 철저한 사전 대비로 피해가 없기를 기원한다”며 “과거 태풍 상륙시 고객님들이 미리 구매하셨던 상품 품목을 안내드리오니 참고 부탁드린다”고 안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문자에서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이 상륙했을 당시 롯데슈퍼의 구매가 급증했던 품목들을 평균 증가율과 함께 일일이 나열했다. 해당 문자 내용에 따르면, 냉동반찬류(51.3%), 냉동분식류(47.9%), 유제품류(47.4%), 과자 간식류(46.3%), 통조림류(45.0%), 커피차 및 음료(44.5%), 라면류(43.0%) 등이 그 품목이었다.

태풍 ‘힌남노’를 내용으로 한 롯데의 이번 마케팅 문자에 대해 한 소비자는 “태풍으로 해당 물품들이 빨리 품절될 수 있으니 사재기하라는 것으로 보였다”며 “태풍으로 불안한 상황에 이를 마케팅 방식으로 이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거세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의 이번 마케팅에 대해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비일반적인 마케팅이라는 반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만약 위기 대비를 위한 사전 안내 차원이라면, 태풍으로 인한 배송 지연이나 배송 불가, 혹은 물류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재고가 부족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맞다”고 지적했다. 인명피해 등이 예상되는 위기상황에서 소비자들을 위한 위기 대비 사전 안내가 아닌, 위기상황만을 이용해 구매를 유도한 마케팅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MS(휴대폰 문자서비스)와 같은 구매 유도성의 ‘타켓팅 마케팅’ 문자는 그 특성상 더욱 자연재해 위기에 사용할 수단으로 부적절하다고 보았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 또한 재해 관련 문자는 재해로 인해 점포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 등인 경우에만 안내를 위해 보내는 정도임을 밝히며,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쇼핑 측은 이번 태풍 마케팅 문자 발송과 관련해 “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조금 더 신경을 쓰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사재기를 조장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 11호 태풍 ‘힌남노’는 앞서 기상청에서 지난 2003년 막대한 피해를 낳았던 태풍 ‘매미’와 비슷한 중심기압으로 측정되며 관측 사상 가장 강한 위력을 가진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에 정부는 전날 국가적 재난 위기에 대한 대비에 나섰다. 태풍 ‘힌남노’는 지난 몇 일간 여러 지역에 침수, 정전 등 시설 피해와 더불어 인명 및 작물 피해를 입히며 현재는 한반도 내륙을 통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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