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 전쟁 뒤 7개월 만에 첫 해상운송, 수출 속도 빨라지나

한국 곡물자급률 22%…“수입국 다양화 등 식량안보 대책 마련해야”

[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에너지·공급망 위기에 이어 식량 위기가 닥치면서 세계가 자국의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이 재개됐다.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우크라이나 피브데니 항구에 정박 중이던 61000t의 옥수수를 실은 선박이 한국으로 출항했다. 9월 말쯤 인천항에 도착할 예정이며, 모두 사료용이다.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산 사료용 옥수수가 7개월 가량 만에 국내에 들어오면 사료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그동안 수입선이 막혀 급격히 오르던 국내 사료가격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곡물 시장에서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선적은 유사시 민간기업이 해외에서 확보한 곡물을 국내로 반입한 것으로 국내 식량안보와 물가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라는 평가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전쟁으로 인해 옥수수·밀 등 약 2000t의 곡물이 보관돼 있다. 이 곡물들이 묶여있다 보니 수입 국가들은 곡물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 주요 곡물 기업들은 물량 확보응 위해 자국 반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s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항구에 곡물 수출터미널을 보유·운영 중이다. 이 곡물터미널은 20199월 준공됐고, 올해 2월까지 약 250t 규모의 곡물을 한국·유럽·북아프리카·중동 등에 공급했다. 지난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터미널 운영이 잠정 중단됐으나, 지난 6월부터 육로를 통한 운송을 재개하며 정상화노력을 하는 모습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세계 공급망 위기로 식량안보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정부도 식량주권 확보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이번 선적을 계기로 해외 곡물 수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국내 식량안보와 물가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도 해외 곡물 공급망에 참여하고 다양한 국가로 수입 선을 다변화해 식량안보를 공고히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옥수수·밀 곡물 2000t 쌓여 있어


세계 3~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으로 인해 농산물을 수출하지 못했었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세계 식량 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그러다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 속에 러시아와 흑해 수출선 항로를 확보하는 데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농업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봉쇄가 해제된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선박 총 33척이 지난달 23(현지시간) 항구를 떠났다. 로이터통신 등 해외통신에 따르면 출항한 선박 이외에도 현재 18척이 곡물을 선적 중이거나 출항 허가를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흑해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유엔·튀르키예가 함께 구성한 공동조정센터(JCC)는 지난 7월 이스탄불에서 맺은 합의 이후 오데사와 체르노모르스크, 유즈네 항구에서 수출된 우크라이나 곡물 및 식량이 총 721449t으로 추산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침공 이후로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를 봉쇄해 세계 식량 가격을 상승시켰다. 전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자, 지난 722일 유엔과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중재해 우크라이산 곡물 수출을 4개월 동안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국제곡물 시장은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우크라이나 주요 농산물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약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행히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길이 열렸지만 규모가 전보다 적은 것도 감안해야한다.


러 대사 곡물 수출 합의, 11월 이후 연장 않을 수도경고


유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전에는 전 세계 시장에 연간 약 5000t의 곡물을 공급했다. 과거에 비하면 최근 곡물 수출량은 아쉬운 수준이다.

또 현재 우크라이나 17개 항구 중 3개만 이용할 수 있어 수용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안전 보장 합의에도 불구하고 일부 수입업자들이 전쟁 지역으로 화물선을 보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도 있다.

다만 수출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스탄불에 설치된 공동조정센터(JCC)는 지난 2주 동안 35척의 곡물 수출선을 검사했는데, 점차 선박수가 늘고 있다. 안전 보장 합의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난 곡물선은 총 87척으로,  2288707t의 농산물을 운반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에 따라 세계 식량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8월 식량가격 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곡물가격 지수는 전월(7)보다는 1.4% 저하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다시 흑해 연안을 통해 수출하고 북미와 러시아의 풍작 예상으로 가격이 하향세를 보였다. 다만 옥수수 가격은 8월에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가뭄 등 이상기후로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 전망이 악화됐다.

이처럼 러시아의 침공, EU-러시아 갈등, 미국-중국 갈등으로 전 세계 곡물 시장이 위태롭다.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6(현지시간)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엔, 튀르키예(터키) 4자 사이에 체결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러시아 곡물수출 재개 합의가 오는 11월 시한 이후 더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대사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합의가 연장되겠지만 (러시아를 위한) 결과가 없음을 고려할 때 모든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의 합의 연장 거부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러시아가 곡물 수출 합의에서 이탈할 경우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길도 다시 막혀 국제 식량난이 재현될 위험이 크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2%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식량 자급률이 최하위권이다. 여기에 최근 가뭄·폭염·홍수 등 이상기후와 팬데믹 후유증,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쳐지고 있어, 식량안보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입선 다변화와 비상사태에 대비한 효과적인 곡물 비축제 도입 등 안정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부 만이 아니라 기업에서도 함께 모색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나지 않있다. 세계적으로 식량의 무기화가 진행되는 지금, 식량위기에 대응해 안정적인 공공비축을 위한 물류·저장시설 마련과 수입선 다양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먼저 나서야한다. ‘만승천자도 먹어야 산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먹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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