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쌀 보관하는 창고 부족한 상황, 25일 쌀값 안정화방안 발표

식량안보를 위해서라도 국내 쌀 산업 보호대책 강화해야

[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쌀값 빼고 모든 게 올랐다. 때문에 쌀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표정이 어둡다 올해 쌀값은 정부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7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의 산지쌀값조사’(정곡 20, 매달 15일 기준)를 보면 2019946834원이었던 쌀값은 2020948143, 2021954228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가 올해 915일 기준 4725원까지 내려갔다.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105(56803)대비 약 28%가 떨어진 것이다.

쌀값이 연일 폭락하자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수확을 앞둔 벼를 갈아엎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추수가 다가올수록 묵은 벼 값이 계속 하락 하는 데다 추석 전 수확한 조생종 햅쌀 물량까지 더해져 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관계자들은 이날 예산, 당진, 보령, 부여, 서천, 아산, 논산, 천안, 청양 등 9개 시·군에서 동시다발 논갈이 투쟁을 벌였다. 농민들은 비룟값 등 농업경영비용은 폭등하는데, 농민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는 갈수록 떨어져만 간다며 수확을 20여 일 앞두고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인 벼를 갈아엎었다.

이에 따라 신곡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해 쌀값을 올릴 수 있도록 시장격리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쌀 생산량이 증가해 쌀값이 하락할 경우 의무적으로 시장격리 조치를 발동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와 야당의 의견이 팽팽한 모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는 지난 15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합 심사해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농해수위는 20일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쌀값 안정화 방안 발표를 확인한 뒤 개정안을 심의키로 했다.

양곡관리법 제164항에 따라 쌀 생산량이 3% 이상 늘거나 쌀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생산량 일부를 정부가 매입할 수있게 돼 있다.

정부는 쌀값 안정화 도모를 위해 이달 25일 수확기 대책을 조기 발표한다. 당초 정부는 10월 초중순쯤 수확기 대책을 발표해왔으나 내달 초 신곡 가격 첫 조사와 쌀값 안정 효과 등을 고려해 선제적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쌀값 하락 원인, 쌀 공금 늘었는데 소비 감소해


이처럼 쌀값이 하락하는 것은 쌀 생산량 감소보다 소비량이 더 빠르게 줄었기 때문이다

쌀값이 폭락한 구조는 간단하다. 생산량이 증가했는데 소비는 줄었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연속된 강우와 태풍 등 기상 요인으로 쌀 생산량이 급감했고, 수급 부족에 따라 산지 쌀값이 상승했다. 이런 현상은 20214월까지 이어져, 공급 부족으로 산지 쌀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정부가 20216월 공매를 통해 시장 물량을 확대하자 산지쌀값은 안정됐다.

다만 작년과 올해는 쌀농사가 풍년을 이뤘지만, 올해 쌀 가격은 급락했다. 코로나19로 식당 이용자가 감소하고, 곳곳에서 이뤄지던 집단 급식을 할 수 없게 된 것도 쌀 소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쌀 생산 증가로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는 이를 사들여 농협 창고에 쌓아두는데 올해 8월말 기준 농협 재고는 31t으로 전년 동기 15t보다 16t 많다. 올해 수확기 매입 여력이 없어 남는 쌀을 보관할 창고가 부족한 상황까지 초래했다.

야당은 올해 쌀 농가의 수입이 감소할 경우 농가소득은 물론 농촌 경제에 치명상을 줄 것이라며 추가 격리 요구와 함께 격리 의무화 법안을 추진했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더라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업계는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쌀 산업 보호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야당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매년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가 늦어 산지쌀값을 이끌지 못한다고 보고, 시장격리 의무화 방안을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쌀 의무 수입 줄이고 자급자족하는 방향으로수출길 모색도 필요


정부가 양질의 우리나라 쌀을 대우받게 해야 한다. 풍년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요즘상황을 보면 풍년이 마치 재앙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정부가 쌀 소비가 줄었는데, 공급이 늘어서 문제라고 말하는 건 잘못됐다. 기존에 그렇게 해왔던 방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변화의 상화에서는 유연하게 방법을 찾아서 국가와 농민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정부는 과잉생산으로 재고량이 늘었고, 국민 쌀 소비는 감소해서 생긴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는 너무 방관자 적인 자세다. 농민 단체들은 통상 및 외교 관계로 이뤄지는 쌀 의무 수입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농민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쌀 수급을 해외에서까지 들여올 필요는 없다. 국내에 남는 쌀이 있다면 수출 길을 열어서 한국 쌀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 동남아시아 쌀은 밥을 해도 다 풀리지만 우리나라 쌀은 밥이 되면 끈기 있게 뭉치는 성질이 있다.

정부가 없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고, 우리에게 있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그 활용방안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양곡관리법에 따라 그동안 정부가 쌀을 일정량 매입해 쌀값 안정화를 도모해 왔다. 하지만 현재 이 법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정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막대한 수매비용이 필요하고, 농민들 입장에서는 쌀농사를 줄일 이유가 사라져 과잉 생산이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농사를 잘 짓는 것이 본업이다. 그런데 풍년이란 단어에 과잉생산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코로나19 이후 생각지 못한 먹거리 위기를 겪고 있다. 식량 수입의존국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식량주권을 확보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수입 밀가루를 대체할 건식 쌀가루(분질미) 산업화로 식량안보와 쌀 과잉을 모두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쌀농사는 식량안보와도 직결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길이 먼저 막히지 여러 나라들이 어려움에 처했지만, 우리나라는 그나마 쌀이 있어서 그 영향을 덜 받았다. 지금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삼아 유럽에 곤경에 처하게 하듯이, 식량도 언제든 무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심해져 경작지가 지금과는 달라 질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나는 곡물인 쌀을 귀하게 대하고 이에 대한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게 응당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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