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통 단청 작업에 일본산 아교가 쓰인 것으로 드러나

값싼 중국산, 일본산 재료로 만들어진 안료가 국내산으로 납품되기도

문화재청에 의해 새롭게 복원된 전통 기술과 재료들이 민간에 조속히 이전되어 상용화되어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동구남구을)은 11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고궁과 사찰 등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의 복원에 국산 아교가 복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아교를 사용하고 있어 전통건축물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동구남구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동구남구을)

전통 건축물의 복원에 필수적인 단청 작업은 안료를 아교에 섞은 후 건축물에 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병훈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아교의 생산과 수급이 어려워 100% 일본산을 수입하여 전통건축물을 복원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아교 뿐만 아니라, 단청의 안료에 대해서도 원산지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주사, 석황, 석청, 석녹 등 원재료인 광물에 국내에 존재하지 안료들의 경우 수입이 불가피하지만, 호분, 송연, 뇌록 등 국내에 원석이 존재하는 안료들은 충분히 국내산 재료를 사용 하여 국내에서 제작할 수 있다.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포항 뇌성산에서만 원석을 채취할 수 있는 뇌록은 그 희소성과 고가의 비용으로 인하여 저렴한 일본이나 중국의 재료를 수입해 언료를 제작한다. 그렇게 제작된 안료는 국내에서 제작되었다는 이유로 국내산으로 인정되어 전통건축물 복원 사업에 납품되고 있다. 전통재료를 사용한 진짜 국내산 안료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납품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병훈 의원은 “일본산 아교와 국내산으로 둔갑한 사이비 안료가 적용된 단청이 과연 우리 고유의 전통 단청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통 건축물 복원 사업의 부실을 질타했다.

전통 아교는 소가죽을 이용하여 만든 일종의 접착제로 단청시공 뿐만 아니라 나전칠기, 전통 회화에 두루 사용되는 필수 자재이다. 최근 문화재청 산하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는 전통아교의 복권과 생산 시스템의 구축에 성공했다고 한다. 또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단청에 쓰이는 녹색 안료인 ‘동록’을 전통방식으로 복원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병훈 의원은 “국가 연구시설들에서 복원된 우리 고유의 전통기술은 정책적 차원에서 육성이 필요하고, 민간에 이전되어 상용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의 구축 및 전문인력의 교육에 국가 예산이 더 투입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문화재청은 내년도 예산안에 전통기술 인프라 구축을 위해 8억원을, 문화재 수리기능자 교육 사업에 3억2,600만원을 책정해 놓았으며 기술 이전을 위한 지원 사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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