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예금금리 알려주는 ‘뱅보드 차트’ 등장…소비 방식도 달라져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건 아니다. 대출자의 입장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게 ‘코픽스’다.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코픽스도 덩달아 올라 결국 대출금리를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예금자 입장에선 좋을 수도...<본문 중에서>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건 아니다. 대출자의 입장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게 ‘코픽스’다.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코픽스도 덩달아 올라 결국 대출금리를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예금자 입장에선 좋을 수도...<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기준금리 3% 시대다. 원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이달 12일 기준금리를 0.5%p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예금금리 연 5~6% 대에 살고 있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면서 자고 나면 예금 금리가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8월부터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행된 이후로 은행들은 예금 최고금리가 가져다주는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재테크 사이트에서는 하루 단위로 예금금리 순위를 매기는 게시물이 줄을 잇는다이런 영향으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경쟁은 치열하다. 예금상품 금리를 비교 공시하는 은행연합회 사이트는 빌보드 차트에 빗대 뱅보드 차트라는 말까지 나온다. 차트에서는 금리가 압도적으로 높은 절대 강자가 없다. 4대 시중은행이 돌아가면서 한 번씩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이를 재탈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저축은행이나 인터넷은행이 이따금 높은 금리를 내세워 상품을 내놓기 바쁜 모습이다. 시중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저축은행이 뒤따라 높이고, 다시 시중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금리역전현상도 눈에 띈다.

작년까지만 해도 금리가 낮아 은행 예금은 매력이 떨어지고, 투자를 하는 게 좋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들의 최고 예금금리 경쟁에 정기예금 가입자들이 행복한 고민중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 수신금액이 전보다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시중금리도 따라 오르는 추세다. 미국 금리가 11, 12월 두 번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음 달에 한은의 금리 조정이 예정돼 있다. 금리가 계속 인상되다보니 투자 보다는 시중은행, 저축은행에 예금으로 넣어두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건 아니다. 대출자의 입장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게 코픽스.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코픽스도 덩달아 올라 결국 대출금리를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예금자 입장에선 좋을 수도 있지만, 대출자 입장에선 부채 부담이 더 커진다.

다만 예금자나 대출자나 같은 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자금을 지키는 방법도 달라졌듯 소비패턴도 달라졌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내놓은 책 트렌드 코리아 2023’에 따르면 내년에도 불경기가 지속됨에 따라 무()지출과 공동구매 등 알뜰 소비를 추구하는 체리슈머(Cherry-sumers)’도 부상할 조짐이다


극강의 합리성 따지는 소비자 체리슈머등장

 


2023년에는 불황형소비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책에 따르면 체리슈머로 불리는 이 소비자들은 초절약 상품을 찾으면서도 동시에 한번 쯤 경험해 보고 싶은초고가 상품과 서비스를 찾는다소비자 군의 평균으로 상징되는 대중(mass)이란 말은 흐릿해 것으로 보인다

체리피커체리피킹(cherry picking)’에서 파생된 용어다. ‘체리피킹’'은 체리를 고를 때 상태가 좋은 것만 택하고 안 좋은 체리는 건드리지 않는 데서 유래했다. 맛있는 체리만 빼가는 것처럼,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을 택하는 사람을 말하는 부정적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체리피커에 내포한 부정적 이미지를 털고, ‘체리슈머라고 책에서는 표현했다. 극한의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하나의 소비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

최근과 같이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는 허리끈을 졸라매게 된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생존을 위해 사는 상품은 극도로 가성비를 따지지만, ‘갖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는 상품에 대해선 자금을 총동원한다.

체리슈머는 개인이 가진 한정된 재화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고자하는 게 목적이다. 기업은 이에 대응해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상품을 만들고 불가항력적인 수요를 창출해야한다고 책은 강조한다.

또 급격히 오른 물가상황을 반영하듯, 과시행위를 뜻하는 플렉스()의 시대가 가고 절약이 소비 트렌드가 됐다. 이를 나타나는 말로 ()지출’, ‘()소비가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서도 무지출 소비행태를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온라인에서 무지출·무소비 언급량은 지난해보다 30%나 증가했다. 반면 플렉스에 대한 언급은 11% 감소했다. 쇼핑·명품 등에 대한 언급도 지난해 하반기보다 올해 상반기 25% 넘게 줄었다. 사치를 버리고 알뜰한 소비를 실천한다는 젊은 세대의 모습이 널리 퍼지고 있다.


증시에서 빠진 돈 은행 예금으로 몰린다


금리가 치솟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주식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크게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증시 투자자 예탁금은 476966억원이다. 이는 연중 최저치다.

반면 은행 수신고객은 늘고 있다. 증시에서 돈이 빠져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금리가 연 4%에 육박하는 상품도 등장했고, 정기예금 금리는 연 5~6%로 치솟았다.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4.5~5%대로 빠르게 올리자 저축은행은 고객을 붙들기 위해 저축은행은 6%대로 금리를 더 높게 올렸기 때문이다소비자들은 이자가 높은 곳 예·적금에 가입하려고 여러 은행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며 손품을 팔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호금융, 저축은행 예·적금에 가입할 때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지키고, 건전성을 보라고 조언한다.

서울 관악구의 한 신협은 최근 특판으로 적금 금리 연 10%의 상품을 선보였다. 온라인 판매는 오전 6시 판매 시작 6분 만에 완판됐다.

지난해만 해도 금리가 낮아 티끌 모아야 티끌이다는 말이 필자의 지인들 사이에서 쉽게 들렸다. 하지만 최근엔 금리가 오르자 차곡차곡 모르는 게 최고라는 말과 함께 예금상품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었다. 동시에 물가와 대출금리도 오르면서 부담이 늘자 무지출을 실천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재테크 커뮤니티에선 기존 예금의 금리와 만기, 해지 일자 등 정보를 입력하면 예금 갈아타기에 따른 손익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예금 갈아타기 계산기프로그램도 있다.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고, 무지출을 하는 건 모두 소중한 내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푼돈이라도 은행에 맡기면서 이자를 받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일단 연말까지 금리 인상이 또 예고돼 있다. 금융정책에 맞춰 개인이 최대한의 이익을 가질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만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다는 아니다. 워런버핏(Warren Buffett)의 말처럼 돈을 잃지 않는 것이 투자의 기본임을 되새기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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