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호조로 실적 개선이 주요, 일각 AB인베브 이슈 대응 시각도

[뉴스워커_이호정 기자] OB맥주(대표 브르노 코센티노, 한국명 고동우)의 현금성자산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변함없이 ‘카스’의 판매호조세가 이어진 가운데 AB인베브의 다양한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면서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이 늘어나는 등 수익성이 개선된 게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 브루노 코센티노 OB맥주 사장

OB맥주의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007억 원으로 전년보다 41.9% 증가했다. 현금성자산이 1년 새 2000억 원 넘게 늘어난 것은 ‘카스’ 등 직접 생산한 제품은 물론 ‘산토리’ 등 수입한 상품 모두 판매호조세를 보인 덕이다.

이는 영업활동현금흐름과 세부 매출내역만 봐도 알 수 있다. OB맥주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1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2% 증가했다. 또 국내에서 제조해 판매한 맥주의 매출은 주세를 포함해 2조 76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고,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한 맥주는 1822억 원으로 63.2% 늘어났다.

눈길을 끄는 건 2016년까지 전무했던 단기금융자산이 지난해 140억 원 확보해 놓은 부분이다. 단기금융자산이 1년 내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이다. 이를 고려하면 OB맥주가 해외시장 공략 등 내수시장의 불확실성을 타계하기 위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OB맥주는 수년 전부터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다. 수입맥주 강세에 국내 맥주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인 데다 롯데주류가 해당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전체 맥주 출고량은 220만㎘로 2015년 대비 0.4% 감소했다. 반면 맥주 수입량은 같은 기간 22만 508만 톤에서 33만 1211톤으로 50.2% 증가했다.

여기에 롯데주류가 지난해 20만㎘ 규모의 제2공장을 완공하면서 공급물량을 늘리고 있고,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후레쉬’ 등 신제품을 출시해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즉 OB맥주가 국내에서 60% 후반대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긴 하나 방심할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닌 셈이다. 때문에 중국 전역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모회사 AB인베브 계열사와 직수출 업무협약 등을 맺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OB맥주가 과점지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유흥용 제품이 워낙 많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정용 제품의 경우 수입맥주에 치여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OB맥주가 매년 수입하는 맥주의 종류를 늘리고 있는 것도 가정용 제품의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덧붙였다.

▲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OB맥주가 곳간을 든든히 채우고 있는 게 배당금 지급과 월드컵 마케팅 등 모회사인 AB인베브에 출연해야 하는 금액이 막대하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OB맥주가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운전자본 조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OB맥주의 매입채무는 2014년 894억 원, 2015년 951억 원, 2016년 1364억 원, 2017년 1481억 원으로 최근 3년 새 65.7%나 증가했다. 반대로 매출채권은 3195억 원으로 같은 기간 31% 줄었고, 재고자산은 907억 원으로 11.3% 늘어나는데 그쳤다.

통상 외상으로 물품을 파는 물량(매출채권)을 줄이고 쌓아놓은 재고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외상 조달 물량(매입채무)을 늘리면 기업이 보유한 현금 증가로 이어진다. 때문에 상당수 기업이 현금을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운전자본 조정을 활용하고 있다. 즉 OB맥주가 매입채무를 늘리고 있는 게 현금 확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매출이 늘면 제품생산 및 판매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의미하는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이 일반적인데 OB맥주는 오히려 줄었다”며 “AB인베브의 다양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게 아니라면 수익성 개선추세에 있는 OB맥주가 굳이 운전자본을 조정할 필요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OB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1조 6635억 원으로 전년보다 7.6% 증가했고, 영업이익(4941억 원)과 순이익(3272억 원)은 각각 32.7%, 31.3% 증가했다. 반면 운전자본은 2621억 원으로 2.5% 감소했다. 또 AB인베브에 지급한 배당금은 지난해 345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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