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가격 오르며 디젤차도 ‘눈물’·14년 만에 휘발유 가격 추월

“국제 정세 구조적 문제로 ‘에너지 위기’ 상당기간 지속될 것”

문제는 당분간 등유 가격이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가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감산하기로 했고, 등유와 생산 라인이 겹치는 경유 생산을 늘리면서 등유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겨울철 난방용 연료로 등유를 쓰는 서민들의 근심이...<본문 중에서>
문제는 당분간 등유 가격이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가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감산하기로 했고, 등유와 생산 라인이 겹치는 경유 생산을 늘리면서 등유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겨울철 난방용 연료로 등유를 쓰는 서민들의 근심이...<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서민용 연료로 불리던 등유 가격이 1년 새 50% 넘게 급등했다. 등유는 도시가스 소외지역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의 난방용 연료다. 2021년 말 기준 전국 도시가스 보급률은 수도권 90.6%, 지방 76.9%이다. 도시가스 배관망 건설이 어려운 농·어촌과 저소득층이 주로 사용하는 등유 가격은 현재 휘발유에 육박하는 것.

최근 휘발유 가격이 꾸준히 내려가는 가운데 경유와의 가격 차가 L200원 넘게 벌어졌다. ‘서민 연료로 불리는 등유는 일부 지역에서 휘발유와 가격 역전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내리는 반면 경유 가격은 오히려 오르면서 경유와 휘발유 가격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L1658.32원을 기록했다. 지난 630(2144.9) 정점을 찍은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휘발유와 같이 떨어지다가 한 달 전부터 본격적인 오름세로 전환한 경유 가격은 이달 7일 기준 1882.5원까지 올랐다.

올해 러시아 우크라아나 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대란에 유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지난달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30%에서 37%까지 확대했다. 덕분에 휘발유 등 차량용 연료는 2달 가까이 내림세를 보이며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다. 반면 등유는 유류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해 가격 변동이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국회는 지난 8월 본회의를 열고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일부 개정안,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 통과에 휘발유, 등유, 중유, LPG 부탄 등 유류세 탄력세율과 개별소비세 탄력세율은 2024년 말까지 현행 30%에서 50%로 확대된다. 그럼에도 등유 가격을 정상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된다. 등유는 휘발유·경유와 달리 유류세 인하 혜택이 없는데다 국제적 공급 감소·난방 수요 등이 겹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난방 수요 증가하는데 주요 산유국 등유 감산결정


문제는 당분간 등유 가격이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가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감산하기로 했고, 등유와 생산 라인이 겹치는 경유 생산을 늘리면서 등유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겨울철 난방용 연료로 등유를 쓰는 서민들의 근심이 벌써부터 깊어지고 있다.

'서민 연료' 등유가 휘발윳값을 넘어선 것은 국제유가 상승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가격이 가장 치솟았던 지난 6월에는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유 수요도 증가해 등유 생산량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 등유와 경유는 생산라인이 비슷해 한쪽이 생산량이 늘어나면 다른 한쪽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이에 등유가 공급량 부족현상을 겪으면서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201812월 리터당 1000원 이하로 가격 안정세를 보여왔던 등유는 지난해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크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유류세 인하가 휘발유와 경유에만 적용된 점도 영향을 받았다. 등유는 이미 서민 연료라는 이유로 낮은 수준의 유류세가 부과되고 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로 휘발유는 리터당 304, 경유는 212원이 낮아졌다. 원래 세율이 높았기에 추가 인하 시 인하 폭이 큰 효과를 냈다. 하지만 등유는 2014년부터 최대 인하폭인 30%가 적용돼 개별소비세 63원만이 부과되고 있어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 역전에너지 안보 사수해야


등유와 함께 경유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기름값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경유(디젤)차를 선택했던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다. 휘발유 가격만 제자리를 찾아가고, 경유 가격이 치솟은 원인은 무엇일까. 국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한 것은 20086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경유보다 더 많이 정제된 휘발유 가격이 더 비싼 게 일반적이었다.

지난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까지만 해도 휘발유가 경유 값보다 비쌌다. 올 들어 511일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처음 역전된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613일부터 4개월 넘게 경유가가 훨씬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세계적 경유 수급난이 극심해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유럽은 경유차가 많은 편인데 팬데믹으로 인해 차량 이동이 줄자 현지 정유업체가 생산량을 줄였다.

게다가 미국의 경유 재고가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나증권은 미국의 등유·경유 재고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했다지난달 초 하루 700만배럴에 이르던 미국 석유제품 수출량이 최근 553만배럴로 21% 줄며 경유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텍사스주 프리포트에 있는 액화천연가스 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해 가동이 중단돼 경유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여름 화재로 이곳의 가동이 멈췄는데 아직 재가동되지 않고 있다.

수급난에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가격 역전현상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기후 대책에 따라 경유에 휘발유 만큼의 유류세 인하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지난달 미래에너지포럼에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전 세계는 70년대 오일쇼크에 준하는 비상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박 차관은 전 세계의 에너지 위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의 절약시설 투자와 효율향상 핵심기술개발에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에너지효율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올겨울은 예년보다 더 추울 거란 전망을 내놨다.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한다. 다양한 위기 발생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 국민의 일상과 국내 경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겨울철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의 필수적인 에너지의 96.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에너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올겨울은 에너지 가격이 상승된 만큼 에너지 수급을 세밀하게 살펴야한다. 국민들도 가정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야 함은 물론이다. 에너지 위기 속에서 취약계층이 조금이나마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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