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재원 마련, 구 부회장 들고 나갈 계열사에 재계 관심 집중

[뉴스워커_이호정 기자] 재계 4위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이 지난 20일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전통인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중심으로 한 4세대 경영시대가 막을 올렸다. 이에 따라 구 상무가 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속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여부와 함께 작은아버지인 구본준 ㈜LG 부회장의 향후 거취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LG는 내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구광모 상무를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주총 승인이 나면 구 상무는 고(故)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7인(사내 3명, 사외 4명)으로 구성된 ㈜LG 이사진에 새롭게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날 임시주총에서는 구 상무가 현재 맡고 있는 LG전자 ID사업부장의 겸임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겸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구 상무의 이사진 합류는 4세 경영체제가 공식화 됐음을 선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 상무가 그룹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야 하는 만큼 ID사업부장을 겸임하는 게 버겁지 않겠냐는 것이다.

▲ 그래픽 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때문에 일각에서는 구 상무가 등기임원에 오른 직후 ㈜LG 대표이사 직위를 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고 있다. ㈜LG가 지금까지 고(故) 구본무 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이 각자대표를 맡아왔던 만큼 그 자리를 구 상무가 자연스레 물려받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서다.

재계관계자는 “그룹 내 자신의 색깔을 입히고 부회장단(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차석용 LG생화건강 부회장, 하현회 ㈜LG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에게 그룹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자리가 필요하다”며 “구광모 상무가 구본무 회장의 장래를 마친 다음날인 23일 출근해 그룹의 경영현황 파악에 나선 것만 봐도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상속재원 9300억 원여 어떻게 만드나

다만 구광모 상무가 그룹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LG에 대한 지배력 강화다. LG그룹은 2003년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로 전환, ㈜LG가 LG전자(33.7%), LG화학(33.3%), LG생활건강(34.0%), LG유플러스(36.1%) 등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즉  ㈜LG의 최대주주가 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구 상무 입장에서 ㈜LG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LG의 지분 11.28%를 상속받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 상무의 지분보유율이 17.52%까지 상승해 그룹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속세다. 현행 주식상속세는 고인의 사망 시점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평균 가격으로 계산한다. 또 상속 규모가 30억 원 이상일 경우 과세율 50%를 적용하고 최대주주 지분을 승계하면 할증률 20%가 추가된다.

㈜LG 평균 주가를 주당 8만원으로 가정하고 20%의 할증률을 적용하면 상속세 기준이 되는 주가는 9만 6000원이다. 이를 바탕삼아 고(故) 구본무 회장의 지분가치를 계상하면 1조 8700만 원 수준이다. 따라서 구 상무가 아버지 지분을 전량 상속받는다고 가정할 시 총 9000억 원의 상속세를 내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세가 이처럼 막대하다 보니 구 상무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여부와 함께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일단 재계에서는 구 상무가 경영권에 위협받지 않는 수준만 상속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으로 나오고 있다. 구 회장의 지분을 전량 상속받지 않아도 경영권 방어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구광모 상무는 구 회장의 지분 중 절반인 5.64%만 상속받아도 보유지분율이 11.88%로 높아져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또 구본무 회장 등 특수관계인 32명이 보유하고 있는 ㈜LG 지분율이 올 1분기 46.68%에 달해 구 상무가 상속분을 제외한 나머지 5.64% 상속세를 내는데 활용해도 41% 수준이 유지돼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재계관계자도 “연부연납을 신청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 구광모 상무가 ㈜LG 지분을 모두 상속받을 수도 있겠지만 특수관계인까지 더하면 안정적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어 일부 지분은 상속세 납부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다만 LG가의 가풍이 보수적이라 지분율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다른 친인척과 쪼개 상속받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익법인 및 비상장 물류계열사인 판토스 지분을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공익법인을 활용법이다. 현행 공익법인은 특정 기업 주식을 5% 내에서 보유할 경우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구본무 회장이 대표직을 맡았던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암학원은 ㈜LG 지분을 각각 0.33%, 2.13%씩 보유하고 있어 세금 부담 없이 추가로 7.54%의 지분을 기부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공석인 두 공익재단 대표직을 구광모 상무가 이어받고 7.54%의 지분을 기부할 경우 지배력은 유지하면서도 세금부담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가 공익법인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 LG그룹 총수 일가가 100억 원대 탈세 협의로 검찰에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판토스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LG상사는 2015년 판토스 지분 51%를 3147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LG전자 및 LG화학 등 계열사와 70%가 넘는 내부거래를 통해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현재 판토스의 기업 가치는 2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기준삼아 구 상무가 보유한 지분 7.5%의 가치는 1500억 원 수준이다. 따라서 그 자체로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하기에 역부족으로 평가된다.

한편 구광모 상무가 이끄는 LG그룹의 신성장 동력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 로봇 분야가 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구 상무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데다 해당 분야가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래먹거리로 점찍고 주력하고 있는 자동차 전장사업에 좀 더 무게를 실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LG그룹 2인자 구본준 부회장 향후 거취는

LG그룹이 구광모 상무 체제로 재편됨에 따라 자연스레 그룹의 2인자였던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구 상무(41)가 경영전반을 조율하기엔 연륜이나 경험이 부족한 만큼 구 부회장이 조력자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LG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후계자가 낙점되면 선대의 형제는 경영에서 물러나는 원칙 불변의 전례를 따라 구 부회장도 내달 29일 임시주총 직후 물러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재계는 구 부회장이 ㈜LG의 지분 7.72%를 밑천삼아 사업 분리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계열사는 LG상사다. 구 부회장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고, 자력으로 인수할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해서다. 23일 종가기준(주당 7만 7400원) 구 부회장이 보유한 ㈜LG 주식의 가치는 1조 385억 원에 달하는 반면 ㈜LG가 보유한 LG상사 지분 24.69%의 지분가치는 2632억 원이다.

이런 가운데 LG상사가 비상장 물류업체 판토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앞서 설명했던 판토스는 LG전자, LG화학 등 계열 물량을 기반으로 지난해에도 75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만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판토스는 구 부회장의 두 자녀인 형모 씨와 연제 씨가 주주(지분 4.9%)로 등재돼 있다. 구 부회장이 ㈜LG 주식과 맞바꾸는 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재계관계자는 “LG상사가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아 계열분리 카드를 꺼내기에는 시기상 이르긴 하지만 그나마 회자되고 있는 계열사 가운데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며 “임시주총 전후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도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 알립니다. LG그룹과 관련하여 뉴스워커에서는 2부 ‘오너4세 경영 닻을 올린 LG家, 구광모 상무...안정적인 경영승계 이뤄낼까?’에 대해 보도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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