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제 개편 관련 기재부 입장을 바탕으로

기재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세계 각국이 반도체, 전기차 등 전략산업의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 세액공제, 법인세 인하, 토지 무상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의 복잡한 법인세 세율체계가 기업 유치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리라고 주장했다. 그런 상황 속 법인세제는 ‘국가의 얼굴’이라고도...<본문 중에서>

법인세제 개편의 취지


13, 기획재정부가 법인세제 개편은 투자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중 첫째로, 이번 개편안의 근본 취지가 법인세 구조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정하는 데 있다고 언급했다. IMF, 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법인세율 최고세율 인하와 과표구간 단순화를 권고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체계는 10%, 20%, 22%, 25%4단계 구간인데, OECD 회원국 중 미국 등 24개국은 단일세율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호주 등 11개국은 2단계 체계로 4단계 이상의 누진세율을 가진 나라는 한국과 코스타리카뿐이다.

많은 나라가 법인세 단일세율 체계를 운영하는 것은 다단계 누진세율이 기업의 성장 및 투자를 저해하고 높은 법인세 누진세율을 회피하기 위한 인위적 분할 등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판단하에서다. 기재부 역시 누진세율로 인해 기업이 성장 대신 투자 포기 또는 분할을 선택할 것으로 주장하며, 그 근거로 2018년 법인세 인상 후 회사 합병은 감소, 분할이 증가하는 추세임을 언급했다.

일부 대중은 분할기업의 기업 가치가 훼손된다고 주장하며, 그 결과 물적분할 공시 직후 일부 분할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연구원의<물적분할과 모자기업 동시상장의 주요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21년 물적분할을 한 189개 상장기업의 물적분할 이전과 이후 기업 가치 표본을 비교한 결과 물적분할 이후 기업 가치는 개선됐다. 이는 물적분할 공시가 기업 가치를 훼손해 주가를 떨어뜨리는 사건으로 간주하는 대중적 시각과는 대비되는데, 보고서에서는 물적분할 공시 효과가 시장에 따라 부정적 효과를 보인다고 해도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가 향상됐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대비 높은 실효세율


기재부는 또한 우리나라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21.9%로 다른 선진국 대비 높음을 주장했다. 기업의 실제 법인세 부담은 해외 현지에서 납부한 법인세를 포함한 전체 세부담을 기준으로 산출해야 하는데, 그 경우 2021년 전체 기업의 실효세율은 18.8%이며 대기업은 21.9%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가 비교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외국의 전체 기업 실효세율로, 해당 국가들의 대기업 실효세율이 한국의 수치보다 높진 않은지 확인할 길이 없다.

한편 2018년 법인세율 인상 이후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가 감소한 반면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가 증가한 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자면, 개정안에 따라 법인세가 3%p 낮아졌을 때 연간 감세 추정액은 16천억 원 정도다. 참고로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 원이 넘는다.

연간 한 분기 영업이익의 1/6이 채 안 되는 세부담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투자를 돌린다면 할 말이 없지만, 정말 해외 투자 증가와 국내 투자 감소의 요인이 조세 체계 때문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에 더해 언제까지나 낮은 법인세율을 경쟁력 요소로 유지할 것인가’, 그리고 국내 기업이 낮은 법인세율을 이유로 국내에만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얼굴


기재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세계 각국이 반도체, 전기차 등 전략산업의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 세액공제, 법인세 인하, 토지 무상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의 복잡한 법인세 세율체계가 기업 유치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리라고 주장했다. 그런 상황 속 법인세제는 국가의 얼굴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를 떠올리면 법인세제가 정말 국가의 얼굴인지, 우리나라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다른 분야를 두고 엉뚱한 곳에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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