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결 승인되면 갑질 사건 종결, 삼성전자 2분기 연속 TSMC에 밀려
정부, 반도체 강조…거대 해외업체 ‘갑질’ 대응 및 지원방안 마련

삼성전자에 갑질한 혐의가 있는 브로드컴이 2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자진 시정안을 내놨다. 브로드컴은 그간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판매하면서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3년간의 ‘장기계약’을...<본문 중에서>
삼성전자에 갑질한 혐의가 있는 브로드컴이 2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자진 시정안을 내놨다. 브로드컴은 그간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판매하면서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3년간의 ‘장기계약’을...<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국민의 시선]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장기계약을 강제하고 타사 부품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갑질을 하는 등 위법 혐의의 면죄부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매년 삼성에게 1조원어치에 가까운 부품을 구매하도록 하고, 구매금액 미달 시에는 차액을 배상하도록 했던 것에 비하면 상생기금 규모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브로드컴의 삼성전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건 관련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해 이해관계인·관계부처와의 의견 수렴(1월 10일~2월 18일)절차를 시작했다.

삼성전자에 갑질한 혐의가 있는 브로드컴이 2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자진 시정안을 내놨다. 브로드컴은 그간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판매하면서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3년간의 ‘장기계약’을 강요한 혐의로 조사받았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 등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부품 통신용 칩을 공급하면서 장기계약을 맺어 삼성전자가 타사 부품을 활용할 기회를 박탈했다는 혐의가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에 구매주문 승인 중단, 선적·기술지원 중단 등을 수단으로 스마트기기 부품 공급에 관한 3년간 장기계약을 강제한 내용이다.

공정위는 지난 9일 브로드컴과 협의를 거쳐 마련한 ‘잠정 동의의결안’을 공개하면서 의견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잠정 동의의결안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반도체 분야 상생을 위한 기금 200억원을 조성하고 향후 5년간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77억원),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기업 창업·성장 지원(123억원)에 쓰겠다고 제안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동의의결 절차가 없었다라면 최소 수백억 원, 많게는 조 단위의 과징금이 부과됐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사에 아이폰 수리비·광고비를 떠넘긴 혐의 관련 1000억원 규모로 피해 지원하고 있는 것에 비해 규모가 적다는 지적도 있다. 브로드컴이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적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빙하기에 맞아 삼성전자가 생산라인 정비와 공정 전환 등으로 공급을 조절하는 ‘자연적 감산’으로 대응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국내 반도체 시장이 불황인 가운데 미국 기업의 갑질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일인지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브로드컴 “기술지원·생산 중단 등 계약 강제하지 않겠다”


잠정 동의의결안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200억 상생기금과 함께 경쟁질서 회복방안도 제시했다.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부품의 선적 중단, 기술지원·생산 중단 등 수단을 통해 거래 계약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공정위는 잠정 동의의결안 관련 의견수렴 내용 등을 검토한 후 향후 전원회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동의의결에 이어 올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거대 외국기업의 경쟁제한적 행위로 인한 국내 업체의 피해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의 밸류체인(가치 사슬), 전후방 산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경쟁 제약 요인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의 장기계약 기간 중 브로드컴의 관련 매출액은 7억 달러(약 8400억원) 수준이다. 상생기금 규모가 바교적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국내 반도체 시장은 빙하기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잇단 지원에 나선 가운데, 공정위 역시 거대 외국기업의 경쟁제한적 행위로 인한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업체에 불이익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공정위,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갑질’ 실태조사 나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 감소 속에서도 지난해까지 “메모리의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중앙일보의 지난 12일 보도에 따르면 그런 삼성전자가 공정 전환 등을 통한 ‘자연적 감산’에 들어선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반도체 생산라인의 최적화와 차세대 제품에 대한 공정 전환을 하면서 최근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감소했다. 이를 ‘자연 감산’이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는 수년간 반도체 생산라인에 웨이퍼 투입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을 한 적은 없다. 다만 수요 변화에 따라 생산라인을 유연하게 운용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이 같은 대응에 나선 것.

지난 1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가격이 전분기보다 13∼18%, 낸드플래시 가격은 10∼15% 하락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2위 SK하이닉스, 3위 마이크론 등 반도체 업체는 혹한을 보내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감산 여부에 따라 하반기에 회복세를 찾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있지만, 아직 장담하기엔 이른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4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겪으면서 반도체 겨울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된 직후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은 메모리 수익성 악화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대만의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보다 많은 매출액·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의 실적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지원에 머뭇거리는 사이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의 자리가 2분기 연속 TSMC로 넘어갔다. 우리나라가 ‘대기업 특혜’를 저울질 하는 사이 TSMC는 대만의 공기업 수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한도를 완화하기로 했다.

연초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기반 확립에 나서고 있는 건 다행스럽다. 세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기업 간의 분쟁이 국내에서 벌어지는 건 외국 기업에서 만든 칩과 특허를 사용하는 삼성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우리나라 기업이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세계무대에서도 공정하게 겨룰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한 세밀한 검토와 마땅한 처분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어디에서든 어깨를 펼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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