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책임 줄이는 것이 법 ‘개선’ 방향인지 고심 필요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정말 효과적인 법인지 아닌지를 논의하기 전에, 1년 동안 제대로 정착하긴 했는가 하는 질문을 먼저 던져볼 필요도 있겠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수사에 나선 299건 가운데 검찰에 송치된 건 34건으로, 15%가 채 되지 않는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공장장이나 현장소장 처벌)의 송치율이 60% 이상인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낮은 수치다. 그중 실제 검찰 기소로 이어진 건은 11건이며, 판결은 아직 단 한 건도...<본문 중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정말 효과적인 법인지 아닌지를 논의하기 전에, 1년 동안 제대로 정착하긴 했는가 하는 질문을 먼저 던져볼 필요도 있겠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수사에 나선 299건 가운데 검찰에 송치된 건 34건으로, 15%가 채 되지 않는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공장장이나 현장소장 처벌)의 송치율이 60% 이상인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낮은 수치다. 그중 실제 검찰 기소로 이어진 건은 11건이며, 판결은 아직 단 한 건도...<본문 중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

 


어느새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오는 27일 시행 1년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그동안 중대재해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483건이다. 전년의 492건 대비 감소하긴 했으나 감소율은 2% 정도에 그친다. 반면 사망자 수의 경우 510명으로 전년 대비 8명 증가했다. 해당 법이 유의미한 사고 예방 효과를 보이지 못한 채 현장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정부는 이에 관해 지난해 말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규제와 처벌 대신 자기 규율과 예방 역량 강화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1일에는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가 발족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해당 법에 거듭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던 점, 해당 법에 대한 재계의 민원이 지속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TF의 지향은 경영책임자 처벌 완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중대재해처벌법, 긍정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2 K-기업 ESG 백서>에 실린 이야기는 위 내용과 사뭇 다르다. 그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환경 및 안전 부문 투자 규모는 2021년 약 54400억 원으로, 2020년의 29천억 원 대비 87.6% 증가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대응책 마련을 위한 투자에 나선 일의 영향이 크다고 파악된다.

전경련은 또한 2022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기업들이 사업장 안전 및 보건 관리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자하게 됐으며, 사업장 내 산업 안전 관리 정책 수립 및 이행, 근로자 건강관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눈에 띄었다고 보고했다.


판례 아직

 


중대재해처벌법이 정말 효과적인 법인지 아닌지를 논의하기 전에, 1년 동안 제대로 정착하긴 했는가 하는 질문을 먼저 던져볼 필요도 있겠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수사에 나선 299건 가운데 검찰에 송치된 건 34건으로, 15%가 채 되지 않는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공장장이나 현장소장 처벌)의 송치율이 60% 이상인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낮은 수치다. 그중 실제 검찰 기소로 이어진 건은 11건이며, 판결은 아직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중대재해처벌법이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만큼 온전히 정착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에 따라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율이 낮은 점, 사망자 수가 증가한 점 등도 중대재해처벌법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법이 온전히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 정부의 법안 변경 의사는 다소 성급하다고 볼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미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법이다. 산재의 책임을 경영책임자에게 물어서 사업장에서 스스로 위험을 줄일 방안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TF를 통해 경영자 책임을 완화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차이가 줄어들며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물론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등 지적은 검토할 만하다. 실제로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조항 개수는 산업안전보건법 조항 개수의 1/10에 그치는 정도다. 그러나 사업주의 책임을 아예 줄이는 것이 이 법의 개선방향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경영자 책임이 약화됐을 때, 언제나 기업 논리에 따라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은 잘 지켜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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