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가 미국 VS G6 간 무역갈등만 증폭시킨 채 마무리됐다. G7 정상회의 시작 전부터 일부 회원국들이 미국의 고율의 관세 폭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고, 이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불꽃 튀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때문에 G7 정상회의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예상들이 나오기도 했으나, ‘규칙에 기반을 둔 무역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세·비관세 장벽 및 보조금을 줄여가자’는 내용의 공동성명서가 채택됐다. 이로써 미국과 G6간의 관세로 인해 표출된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다. 하지만 북미회담 참석 차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날아가던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을 승인하지 말라고 미 대표단에 지시했다”고 트위터를 올리면서, 미국발 세계무역 갈등은 더욱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 미국 VS G6 간 무역 갈등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가 참가하는 주요 7개국(G7)은 지난 8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시의 샤를부아에서 이틀 일정으로 정상회의를 가졌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경제성장, 보다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 건설, 성 평등, 기후변화 및 해양 보호, 청정에너지 등의 이슈를 놓고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주의를 앞세우며 무역정책에서 각 나라에 ‘관세 폭탄’을 매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작 전부터 이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졌고, 논쟁의 G7 정상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먼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불만을 터트렸다. 지난 7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전쟁을 새로운 패권주의 위협으로 묘사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G7의 다른 국가들이 이에 맞설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강하고 책임 있고, 투명한 다자주의를 지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무역정책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로 출발하기 전 트위터를 통해 “무역과 관련, 우리나라를 위해 캐나다 G7 회의에서 가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트뤼도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에게 그들이 미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비금융 장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해 달라”고 말했다.

G7 정상회의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미국의 수출품이 시장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길 바란다”며 “우리는 산업과 노동자들을 많은 불공정 관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G7 정상 간 논의를 언급하면서 “미국 제품에 대한 무관세, 또는 무역장벽을 없애도록 얘기했다”며 “그렇게만 한다면 우리도 자국 제품들에 대해 동일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할 필요성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토론을 했다”며 “이틀 동안 논쟁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일축했다. 그리고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6.12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떠난 후 개최국인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이날 G7 정상 모두가 합의했다며, 보호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하고 자유 무역 수호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즉, “관세·비관세 장벽을 줄이기 위해 정상들이 보호무역주의 배격에 합의했다”는 것과 “세계무역기구(WTO)를 더 공정하게 하기 위해 조기에 개혁 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이 성장과 일자리의 중요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G7 공동성명지지 철회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 장벽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G7 정상회의가 끝난 후 발표한 공동성명 내용도 관세 장벽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 겉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G6의 발언이 일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동성명에 담은 내용에서 ‘보호주의 배격’ 운운하고 있어서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하면서 싱가포르로 가는 전용기에서 트위터를 통해 “미국 대표단에 공동성명을 승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겨냥해 “정상회의에서 온화하고 부드럽게 행동해 놓고 내가 떠난 이후에 기자회견을 했다. 매우 정직하지 못하고 나약하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에 트뤼도 총리도 “캐나다인은 예의 바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지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6개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철회하라며 강하게 압박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모두에게 털리는 돼지 저금통이 아니다”며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보복하면 실수하는 것”이라며 협박하기도 했다.

◆ EU·캐나다, 보복 관세 의사 밝혀

트럼프 대통령이 G6을 향한 협박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EU는 보복 관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이 G7 공동성명 지지를 철회하자, 이에 유감을 표명하며 “유럽연합(EU)는 미국의 철강, 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독일 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EU 뿐만 아니라 캐나다도 관세 보복 의사를 밝혔다. 튀르도 캐나도 총리는 G7 정상회의 이후 미국의 고율관세를 두고 “동맹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우리는 차별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관세를 두고 미국과 G6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CNN 등 여러 언론들이 2차 대전 이후 서방세계가 지켜내려던 가치가 분열됐다고 보도하는 등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렇게 미국발 무역전쟁은 끝을 알 수 없는 혼돈 속으로 치닫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