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검거 위주 공급 차단 방식 유효한지 고심 필요해

마약범죄 단속이 강화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범죄도 단속 강화만으로 뿌리 뽑은 사례는 없다. 2021년 발표된 <교정정책 마련을 위한 마약 밀매자의 마약 밀매 경험에 관한 사례연구: 남성회복자를 중심으로(유숙경)>에 따르면 가난은 마약 판매에 손을 대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빈익빈 부익부의 모순을 체험한 상황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쉽게 찾기는 어려운 게...<본문 중에서>
마약범죄 단속이 강화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범죄도 단속 강화만으로 뿌리 뽑은 사례는 없다. 2021년 발표된 <교정정책 마련을 위한 마약 밀매자의 마약 밀매 경험에 관한 사례연구: 남성회복자를 중심으로(유숙경)>에 따르면 가난은 마약 판매에 손을 대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빈익빈 부익부의 모순을 체험한 상황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쉽게 찾기는 어려운 게...<본문 중에서>

 


20명 입건, 17명 기소...


26,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20명을 입건, 1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17명 중 10명이 구속 상태, 7명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국외로 도주한 3명에 대해 지명 수배와 함께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셋 중 둘은 국외 국적자라 자진해 귀국하지 않으면 체포 영장 집행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부터 재벌 3세까지...

 


현 상황은 지난해 9월 경찰이 대마 재배 등 혐의로 김 씨를 구속 송치한 데에서 시작된다. 당시 경찰은 김 씨의 주거지에서 대마 재배 텐트를 찾았으나 인력 부족 등을 원인으로 압수 수색은 진행되지 않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김 씨의 주거지를 압수 수색했을 때 발견된 것은 국제우편물에 은닉한 대마였다.

검찰은 추적 수사에 나섰고,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홍 씨 등이 사건에 연루된 것을 확인했다. 홍 씨는 다른 재벌가와 고위 공직자 자녀 등 6명에게 대마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마 흡입 및 판매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 홍 씨에게서 대마를 매수한 사람은 다른 기업 창업주 2~3, 전직 고위 공직자 자녀, 연예 기획사 대표, 연예인 등이다.

적발 사례도 다양했다. 미성년 자녀와 함께 사는 제주도 집에서 대마를 재배하다가 적발되는가 하면 임신 중인 아내와 국외로 태교 여행을 가서 대마를 흡연하거나 형제가 함께 대마를 판매하는 때도 있었다. 이들 중에는 과거 대마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검찰 측은 이들이 미국이나 캐나다 등 해외 유학 중 현지에서 대마를 했으나 끊지 못한 것으로 봤다. 귀국 뒤에도 인적 네트워크가 유지돼 서로 대마를 주고받는 일종의 마약 카르텔을 형성, 지속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대마는 중독성이 더 강한 다른 마약류로 진입하는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대마 자체의 중독성 역시 심각하다. 위 사건은 마약류 중독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보여주는 예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난해 마약사범 1만 명 넘어...


재벌 3세와 연예인 등의 마약 카르텔이 화제가 되곤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수많은 마약범죄가 일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 명을 넘겨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부터 5개월간 이어진 특별 단속 기간에는 전국에서 5천 명이 넘는 마약사범이 검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마약범죄 근절에 경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결과다.


단속 강화만으로는...


마약범죄 단속이 강화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범죄도 단속 강화만으로 뿌리 뽑은 사례는 없다. 2021년 발표된 <교정정책 마련을 위한 마약 밀매자의 마약 밀매 경험에 관한 사례연구: 남성회복자를 중심으로(유숙경)>에 따르면 가난은 마약 판매에 손을 대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빈익빈 부익부의 모순을 체험한 상황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쉽게 찾기는 어려운 게 당연하다.

실제로 필리핀, 멕시코, 콜롬비아와 같은 국가에서 마약이 성행한 원인을 빈부 격차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재벌 3세의 마약 카르텔은 다소 특수한 경우고, 사실은 그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들이 마약 판매의 유혹에 더 쉽게 노출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논문에서는 마약이 본질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한국의 검거 위주 공급 감소 정책은 마약이 급격하게 퍼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민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고도 언급했다.

검찰이 마약범죄를 직접 수사하게 되면서 단속이 강화되고 재벌 3세며 고위 공직자 자녀의 마약범죄를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단속 강화만으로는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없다. 이 사회에 필요한 조치를 파악하고 이행하는 것 역시 단속 강화 못지않게 이번 정부가 중요시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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