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대책 없는 가운데 연임제 허용 농협법 개정안 ‘법안소위 통과해’

중앙회장 감시 기구가 힘을 쓰지 못하는 점도 우려스럽다. 2015년 검찰이 농협 비리 의혹을 수사할 때 드러났던 사건 대부분은 이성희 회장이 감사위원장으로 지냈던 시절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권력은 강하고 감시는 약한 상황에서 연임제까지 돌아오면 그야말로 2009년 이전처럼 부정부패가...<본문 중에서>
중앙회장 감시 기구가 힘을 쓰지 못하는 점도 우려스럽다. 2015년 검찰이 농협 비리 의혹을 수사할 때 드러났던 사건 대부분은 이성희 회장이 감사위원장으로 지냈던 시절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권력은 강하고 감시는 약한 상황에서 연임제까지 돌아오면 그야말로 2009년 이전처럼 부정부패가...<본문 중에서>

연임제 허용 담은 농협법 개정안...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수천 개의 지역 농협, 수백만 조합원의 조력을 기반으로 수백조 원을 주무를 수 있는 데에 임원 인사 추천권까지 더해져 막강한 권력을 가지는데 감시 기구는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농협중앙회장들은 이런 권력을 앞세워 연임에 성공해 왔고, 단임제 개정이 진행된 2009년 이전에는 중앙회장 비리도 만연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우려와 뒷말들도 전부 무시할 것들은 아닌 듯하다.

현행 농협법에 따르면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의 임기는 4년으로, 중임할 수 없다. 그러나 2020년 이성희 회장이 부임하면서 이 같은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국회는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을 네 차례나 발의했다. 앞서 언급한 이유 등으로 반대 목소리가 컸지만 결국 지난해 12월 농협법 개정안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연임이 필요한 이유...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한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중앙회장이 총괄대표권자이자 총회 및 이사회의 의장으로서 농협의 중장기적인 성과와 발전이 회장의 재임 기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들어 연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협,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등 유사 기관 회장은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제한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도 덧붙였다.


우려와 분노의 원인...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듯 중앙회장의 권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2012년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 두 지주사를 출범, 권력 분산을 시도했으나 중앙회가 두 지주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면서 사실상 권력 분산에는 실패했다.

중앙회장 감시 기구가 힘을 쓰지 못하는 점도 우려스럽다. 2015년 검찰이 농협 비리 의혹을 수사할 때 드러났던 사건 대부분은 이성희 회장이 감사위원장으로 지냈던 시절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권력은 강하고 감시는 약한 상황에서 연임제까지 돌아오면 그야말로 2009년 이전처럼 부정부패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농업 경쟁력 강화와 농업인 삶의 질 제고에 주력해야 할 중앙회장이 연임제 논의에만 힘을 쏟는 것에 분노하는 여론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른바 셀프연임을 준비하느라 본분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측은 지난 31대통령도 셀프 연임은 못 하는데 이성희 중앙회장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셀프 연임을 현실화하려고 하는가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개인의 욕심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농해수위 전체회의, 법사위, 국회 본회의가 남아 있지만, 셀프 연임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한 의미는 크다. 일각에서는 그처럼 법 개정안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통과시킬 수 있는 농협중앙회의 힘을 양곡관리법이나 농민기본법 등의 개정에 사용했다면 이성희 회장이 농협 역사에 영웅으로 남았을 텐데 그렇지 않고 자신의 이권이 걸린 연임제에 사용한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는 중앙회장의 셀프 연임 방지를 위한 법안도 발의돼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중앙회장이 1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변경하고 법 시행 후 최초로 선출되는 중앙회장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부칙에 명시함으로써 셀프 연임을 방지하고자 했다. 윤준병 의원실 관계자는 현 회장의 능력과 별개로 단임제에서 선출된 중앙회장이 연임하는 것은 연임제의 단점을 퇴색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비리 예방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임제는 개인의 탐욕 문제를 넘어 농협중앙회 자체를 퇴보시킬 수 있다. 이성희 현 회장의 임기가 내년 14년으로 끝을 맞이할지, 혹은 또 이어질지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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