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의류 매장, 작년보다 손님 점점 늘고 VS 백화점 명품 매출 꺾여

고물가 당분간 이어져…정부, 거시경제 정책 ‘물가’에서 ‘경기’로 조정

소비자들은 최근 치솟는 물가에 주머니 사정이 얄팍해져 ‘가성비’를 추구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지난해까지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패션 업계는 올해 들어 소비위축의 신호가 나온다. 백화점 명품 실적도 올해 1월 들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럭셔리 부문이 전년 대비 -12.1%, 현대백화점의 명품 부문은 -7.4%, 신세계백화점의 럭셔리 부티크 부문도 -8.7%로...<본문 중에서>
소비자들은 최근 치솟는 물가에 주머니 사정이 얄팍해져 ‘가성비’를 추구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지난해까지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패션 업계는 올해 들어 소비위축의 신호가 나온다. 백화점 명품 실적도 올해 1월 들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럭셔리 부문이 전년 대비 -12.1%, 현대백화점의 명품 부문은 -7.4%, 신세계백화점의 럭셔리 부티크 부문도 -8.7%로...<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국민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 연초부터 난방비 폭탄 때문에 보일러조차 제대로 틀지 못했는데, 이달엔 공공요금 인상 소식이 또 한 번 몸을 웅크리게 한다. 물가는 치솟는데 월급을 제자리인 중산층과 취약계층에겐 추운 겨울 대신 따뜻한 봄이 기다려진다. 난방비 걱정에 보일러를 멈춰 놓고 전기장판과 긴 팔 내복에 기대 사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불황이 겹친 가운데 옷을 싸게 사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옷값을 무게로 재서 파는 곳이 많아졌다. 기존 옷의 가격과는 상관없이 바구니에 담아 무게를 잰 후 판매하다 보니 ‘100g3000이나, ‘1kg3만 원같은 가격이 매겨진다. 소비자들은 해당 매장에서 원하는 옷을 바구니에 담은 후 층마다 비치된 저울에 무게를 재 옷값을 지급하면 된다.

다양한 할인 판매전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엠플레이그라운드에서 선보인 킬로그램 세일은 인기몰이 중이다. ‘엠플레이그라운드는 이달 1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신촌점에서 새 옷을 무게로 재 판매하는 킬로그램 세일을 열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봄학기를 준비 중인 학생들이 고물가 시대에 즐거운 마음으로 쇼핑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이 양극화된 패션 시장에서 파격적인 할인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주머니가 얇은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도 인기를 끈다는 것 또한 이색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이 불황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반응도 나온다.

킬로그램 세일 의류를 판매하는 빈디지숍은 무게별로 저렴한 가격을 선보이며 깔끔한 정리·감각 있는 제품들로 구매자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기존 가격을 무시한 채 옷의 무게만 재 직접 소비자들에게 파는 일은 드문 일이다.

소비자들은 최근 치솟는 물가에 주머니 사정이 얄팍해져 가성비를 추구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지난해까지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패션 업계는 올해 들어 소비위축의 신호가 나온다. 백화점 명품 실적도 올해 1월 들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럭셔리 부문이 전년 대비 -12.1%, 현대백화점의 명품 부문은 -7.4%, 신세계백화점의 럭셔리 부티크 부문도 -8.7%로 퇴보했다.

이런 현상은 고물가의 영향이 크다. 2~3월에도 공공요금을 중심으로 5% 안팎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공공요금은 소비자 관점에서 필수지출 항목이기 때문에 이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서라도 생활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요금발 5% 물가 더 오를 것물가상승 언제까지?

 


5%대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이어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변 식당이나 서비스업종 가게를 가보면 가격표를 고쳐 새로 다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공공요금 상승에 각종 공산품과 개인 서비스 요금 등이 동반 상승하면서 고물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가스요금에 이어 택시와 버스·지하철 등 지자체의 공공요금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공공요금이 계속 오르면 서민들에게 부담스러운 5%대 고물가 시대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한 이후 11월과 125.0%까지 둔화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상당 부분 완화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왔다. 다만 올해 1월에 5.2%로 상승 폭을 확대한 데 이어 2월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5%대 고물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경제 전망을 수정해 발표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반기 4%에서 4.2%, 하반기 2.5%에서 2.8%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정부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분기 중 4%, 하반기 중 3%대로 둔화할 것으로 보고 거시경제 정책의 무게 중심을 물가에서 경기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패션업 성장세 둔화 예상합리적 가격의 중고의류 선호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소비자들의 지갑은 얇아질 수밖에 없다. 패션 업계는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지만, 올해는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긴장하고 있다. 올해 패션 및 유통 업계는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위축이 본격화되면서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소비자의 만족감을 앞세웠던 가심비시대에서, 합리적 성능과 가격대를 추구하는 가성비시대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단 물가상승과 더불어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기 침체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소비심리가 위축될수록 의류나 화장품 등의 구매 의향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의류 소비가 줄어드는 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일단 우리가 쉽게 사는 옷은 환경 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적 비영리 환경 전문연구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연간 세계 탄소배출 10%, 폐수의 20%가 패션사업에 나온다. 새 옷 대신 빈티지’, ‘구제 옷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환경 보호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킬로그램 세일은 국내만이 아니라 영국과 독일 등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유행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의류 재활용이라는 환경 보호 효과도 있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킬로그램 세일의 인기가 불황 속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심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소개한다.

지난해 4월 한국소비자원이 중고거래 플랫폼 4(중고나라·당근마켓·번개장터·헬로마켓)을 이용한 소비자 11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요 중고거래 품목 중 3위가 의류’(13.7%)였다. 서울 여의도의 더 현대서울과 같은 백화점 점포에도 중고매장이 입점했을 정도로 중고의류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 과거엔 남이 입었던 옷을 입는 것을 궁상이라고 치부했지만 이젠 실속을 차린다고 평가받는 시대다.

입춘(立春)이 지나고 날씨가 바뀌면서 새 옷을 장만하고 싶은 젊은이들은 요즘 중고의류 판매장으로 몰린다. 더 착한 가격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기를 원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안전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데 물가가 자꾸 오르다 보니 허리띠를 졸라매도 돈이 없다고 느끼게 되고, 어떻게든 아낄 부분을 찾게 된다. 그렇다고 계절이 바뀌는데 기존 옷만으로 활용하자니 한계가 느껴져 빈티지 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적은 금액으로 계절 옷을 여러 벌을 구입하고, 환경에도 도움 되는 소비 행위다. 자산을 모으기의 기본인 저축도 결국 벌어들인 돈에서 쓰고 남은 것이 축적되는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알뜰하게 소비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의류 쇼핑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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