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라왕’ 사건으로 전세 기피, 사기 피해자 30대 52%·20대 20% 차지
- ‘월세 급등’ 대학가 방 구하기 어려워…정부, 주택시장 경착륙 막기 위해 고심

최근 깡통전세 위험으로 인한 전세시장 경색과 고금리 상황이 맞물리면서 임대차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를 넘어 주마다 임대료를 지불하는 초단기 임차인 ‘주세’까지 등장했다.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진 임대인들이 대출이자 부담을...<본문 중에서>
최근 깡통전세 위험으로 인한 전세시장 경색과 고금리 상황이 맞물리면서 임대차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를 넘어 주마다 임대료를 지불하는 초단기 임차인 ‘주세’까지 등장했다.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진 임대인들이 대출이자 부담을...<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서울에서 월세 100만원이 넘는 소형빌라(전용면적 60㎡이하) 고액 월세계약이 급증하고 있다. 고금리의 영향으로 전세자금대출의 이자 부담이 커짐과 동시에 얼마전 ‘빌라왕’ 사기 사건으로 전세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월세 선호현상이 생기며 수요가 몰리자 월세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소형빌라 월세 거래 4만 3917건 가운데 월세 100만원이 넘는 거래는 6.9%인 3018건이었다. 이는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월세 100만원이 넘는 서울 소형빌라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000건을 밑돌다가 2020년 1027건, 2021년 1693건으로 증가하다 지난해 3000건을 넘겼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월세 100만원이 넘는 소형빌라 거래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791건)였다. 송파구(458건)·서초구(390건)·마포구(166건)·광진구(156건)·중랑구(135건)·강동구(97건)·용산구(9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월세가 가장 높은 소형빌라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우리엘’ 전용면적 27.95㎡로 지난해 4월 보증금 800만원, 월세 450만원이다.

아파트도 고액 월세가 많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 9만 9379건 가운데 3만 6034건(36.2%)이 100만원 이상 고액 월세였다. 전년(2만 7491건) 대비 31.0% 증가했다. 월세가 1000만원 이상인 아파트 거래는 2020년 23건, 2021년 73건, 2022년 146건으로 증가했다.

얼마전 ‘빌라왕’ 사건을 비롯한 전세 사기가 급증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전세피해지원센터 개소 이후 이달 1일까지 접수받은 피해 상담 사례 중 30대 접수자(52%)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대 이하가 20%로 뒤를 이었고 40대(6%), 50대(4%), 70대 이상(1%)의 순이었다. 부동산 계약 경험이 적은 청년과 신혼부부가 전세사기범의 주요 타깃이 됐던 것이다. 피해 유형별로는 보증금 미반환이 65%로 가장 많았고, 경매 진행(8%), 비정상 계약(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사건 때문에 목돈이 있어도 월세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월세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 수요가 월세 수요로 갈아탔다는 분석이다. 집값 하락을 염두에 둔 일부 매매 수요 역시 월세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깡통전세 위험’…목돈 있어도 월세가 안전하다는 인식↑


최근 깡통전세 위험으로 인한 전세시장 경색과 고금리 상황이 맞물리면서 임대차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를 넘어 주마다 임대료를 지불하는 초단기 임차인 ‘주세’까지 등장했다.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진 임대인들이 대출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주 단위로라도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것.

임대차 시장에서 주(週) 단위로 임대료를 내는 이른바 ‘주세’ 매물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 관련 대출 이자 부담이 거의 없고, 전세사기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어서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서울에서 등록된 전월세를 포함한 전체 임대 매물 2만 3382건 가운데 단기임대 매물(주세)은 1705건(약 7.3%)으로 집계됐다. 단기임대 매물이 급증세를 보인 시기는 지난해 말부터다.

주세는 초단기 임차 상품으로, 1주 단위로 원하는 기간만큼 계약하고 매주 집주인에게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단기 임대 제도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계약 기간이 더 줄어들고 보증금이 한달 월세 수준으로 적거나 아예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단기임대는 확정일자를 받을 수 없고, 관련 보증보험 상품이 없어 세입는자 보증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젊은층 월세·주세 관심多…고금리 여파 해소돼야 부동산 하락 멈출 것


지난해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을 찾은 서울지역 세입자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 1∼11월 서울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2021년 같은 기간(2954건)보다 25.9%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분간 월세·주세는 젊은층과 청년들 사이에서 계속 관심을 끌 전망이다. 잇단 고금리로 대출 금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그 이유다.

전문가들은 주세를 알아볼 때 “임대인의 체납여부, 선순위 근저당 등 계약 전 임대료를 살피고 공과금의 경우 월 단위로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기타 비용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기대하면서 규제 완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동안 규제의 대상이었던 다주택자에게도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중과를 풀어주고, 임대사업자등록 시 혜택 복원 및 주택담보대출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금리 여파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귀띔한다. 우리 정부는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기 불황을 확산시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멈추고 다시 하락세로 전환된다면 국내 부동산 시장 역시 하락세가 멈추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금리 인상이 연달아 있었던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22% 하락했다.

하지만 미 연준은 장기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준 금리 동결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집값·전셋값이 동반 하락하고 있지만, 월세는 훨훨 날고 있다. 무주택자들도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월세·단기임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3월 개학을 앞두고 월셋방을 찾는 대학생들의 시름은 깊다. 대학가 월세 시장에서 집주인이 ‘갑’의 위치에 서게 됐다. 이젠 대면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수요가 몰리고, 월세 가격도 올라 주머니 사정에 맞는 월셋방 구하기도 힘들다. 예전에는 걸어서 통학하기 위해 학교 근처에 방을 잡았지만, 이젠 돈에 맞추면서 학교와 월셋방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세입자 보호 대책과 관련 입법을 서둘러서 전·월세의 안정화를 이루고 나아가 집값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아직 경제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신나는 ‘엔데믹 등굣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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