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남북 경협의 역사가 시작됐다. 남북은 26일 철도 협력 분과 회의를 열고 경의선과 동해선 등 북한 철도망 연결과 현대화를 위해 현지 공동조사를 벌이기로 합의했다. 우선 7월 24일 경의선부터 연구조사하기로 하면서 한반도 신 경제지도를 그려나가기 위한 본격적인 걸음이 시작됐다.

◆ 경의선 구간부터 공동조사한다

남북은 26일 오전 10시부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철도협력 분과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담에는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을 수석대표로 이주태 통일부 국장, 손명수 국토부 철도국장 등 대표단 3명이 참석했고, 북측에서는 김윤형 철도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 3명이 자리했다. 남북이 한 자리에 모여 철도 관련 논의를 것은 2008년 1월 개성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열린 남북 철도협력분과위원회 제1차 회의 이후 10여년만으로, 이번 철도분과회의에서는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과 이행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했다.

▲ 뉴스워커_진우현 그래픽 담당

우선 북측 금강산~두만강, 개성~신의주 구간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한 공동연구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달 24일 경의선부터 현지 공동조사에 들어가게 되고, 이어 동해선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달 중순에는 경의선 철도 구간인 무산~개성 구간과 동해선 철도 구간인 제진~금강산에 대한 공동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공동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역사 주변 공사와 신호·통신 개설 등 필요한 후속 조치도 추진하게 된다.

◆ 구체적 사업 계획은 미정, 우선 강릉~고성 제진 구간 선로 복원할 듯

지난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로 인해 북한과의 모든 합작 사업이 금지돼 있어 구체적인 사업 계획까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철도·도로 연결 사업 합의안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자 형태로 동시 개발하는 남북 통합개발 전략이며, 이는 향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나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E)로 연결돼 유럽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 동해선, 경의선 철도 연결이 필수이다.

남북의 철도망 연결과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해 남북 현지 공동조사에서 우선 철도 운행에 필요한 시설과, 전기, 통신을 점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철도 전력 계통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 전기철도는 교류(AC) 2만5000볼트(V), 북한 전기철도는 직류(DC) 3000V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디젤 기관차를 투입하고, 향후 AC/DC 겸용 전기기관차량 개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북한의 설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한의 표준화 사양을 접목하거나 향후 대륙철도와의 연계를 고려해 국제철도 규격에 맞게 표준화 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등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적인 사업인 동해선 남측 단절 구간인 강릉∼고성 제진(104km) 선로 복원에 나선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6일 “남측에 단절 구간이 있다”면서 “강릉 철도라든가 단절 구간은 대북 제재와 관련 없이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기재부 동의를 거친 이후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 남북 경협 법안도 발의되기 시작

남북 경협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규정 마련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남북 교류를 촉진하고, 남북 간 건설기술 협력 및 교류 활성화를 위한 조사 실시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의 경우 공공기관이 남북 협력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한국철도공사법, 한국도로공사법, 한국수자원공사법, 한국공항공사법, 한국감정원법, 국가공간정보기본법,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개정안, 항만공사법 한국환경공단법, 한국광물자원공사법, 한국전력공사법 등 11개 법안을 발의했다. 장병환 평화당 의원의 경우 남북간 합의서가 채택되더라도 실제 이행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들어 대통령 합의 이행 관련 국회·국민 의견 청취 및 정부 합의 이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김경협 민주당의원은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법인과 민간단체에 행정적 지원과 비용을 보조할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와 정계에서 남북 경협에 힘을 쏟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남북 경협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남북 철도 공동조사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늘(27일) 오전부터 남북철도 관련주인 푸른 기술과 대아티아이, 대호에이엘이 전날 급락 마감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타고 있다. 27일 오전 9시 현재 대아이티는 전 거래일보다 5.84% 상승하면서 거래가 됐고, 철도시스템 업체인 푸른 기술은 코스탁 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4.64% 오름세로 출발한 것이다.

이렇듯 정·관·민 모두가 기대를 갖고 있는 남북경협사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기 위해 북한이 우선 비핵화 약속을 빠르고 분명하게 지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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