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갑질과 관리자 갑질 별개 문제로 보더라도 개선 방향 명확해

9명의 면접 대상자 중 경비회사에 고용된 경비원은 5명 전원이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받았으며, 그중 1개월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도 있었다. 청소회사와 관리회사에 고용된 미화반장과 기전실 및 관리소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을...<본문 중에서>
9명의 면접 대상자 중 경비회사에 고용된 경비원은 5명 전원이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받았으며, 그중 1개월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도 있었다. 청소회사와 관리회사에 고용된 미화반장과 기전실 및 관리소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을...<본문 중에서>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었다

 


14, 서울 강남구 대치동 모 아파트 단지 내에서 70대 경비원이 박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는 14일 아침 716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었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사진으로 찍어 동료들에게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 앞선 9일에도 같은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70대 청소노동자 김 씨가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숨졌다. 김 씨는 8일 아파트 청소 용역업체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동료들은 아파트 관리 업체 등의 문제로 잇따라 사람이 숨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직후 관리소장과 입대의회장 갑질로 경비원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 사망했다. 경비원, 미화원 일동이라는 내용의 추모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으나 집값이 내려간다는 주민 항의가 거세 16일 정문의 현수막이 우선 제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갑질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

 


16, 사단법인직장갑질119<경비노동자 갑질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아파트 경비노동자 5, 청소노동자 1, 관리소장 1, 관리사무소 기전 직원 2, 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면접 결과다.

그에 따르면 공동주택에서 경비 및 청소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연령대는 만 65세 이상으로 새로이 고용되는 경우 실업급여 수급이 제한되는 경우였고, 관리소장과 기전기반장, 기전기사는 비교적 젊은 연령대였다.

9명의 면접 대상자 중 경비회사에 고용된 경비원은 5명 전원이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받았으며, 그중 1개월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도 있었다. 청소회사와 관리회사에 고용된 미화반장과 기전실 및 관리소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고성, 모욕, 외모 멸시의 표현, 업무의 폄훼, 부당 업무 지시 및 간섭 등 입주민으로부터 갑질 및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중 입주민들에게 교체 요구, 해고 종용까지 받은 적 있는 인원은 4명이었다.

그러나 이런 갑질에도 노동자는 대응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는 해고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나 해결 능력이 없어 대응을 포기한 경우 등이 다수였다. 실제로 입주민 민원으로 인한 동료의 근로관계 종결을 목격한 인원도 2명 있었다.

보고서에서는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의 갑질에 노출되는 이유로 앞서 언급한 초단기 근로 계약 기간과 간접 고용구조를 꼽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012월 발행한 <공동주택 경비근로자 업무범위 명확화의 고용 영향 분석>에 따르면 전국 경비노동자의 간접 고용 비율은 9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고용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원청 소속인 관리소장에게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입주민 갑질뿐 아니라 관리자 갑질에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요즘은 관리소장이 새로 와서는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기 사람을 채우기 위해 갑질을 벌이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공동주택 노동자를 갑질로부터 보호하려면


보고서에서는 공동주택 노동자를 갑질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으로 1) 실효성 있는 공동주택 노동자 보호 체계 마련, 2) 직접 서비스를 제공받는 입주민 및 입주자 대표 회의에 대한 책임 강화, 3) 직접 고용 구조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입주민 갑질 사건이 개인의 일탈이라고 보더라도 이번 사건의 경우 특히 간접고용구조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도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 근절, 가해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도 입주민 및 관리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초단기 계약을 맺고 계약 해지를 무기 삼아 부당한 요구를 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고용노동부가 아파트 노동 현장 전반을 근로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헌 아파트경비노동자 전국사업단장은 아파트 시세 변동에만 관심 갖지 마시고 여러분의 안정과 편의를 위해 근로하는 우리에게도 관심을 가져 달라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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