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총 및 군사훈련이 없는 사회복무요원이 종교적 신념을 들며 출근을 거부한 것은 병역법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집총 및 군사훈련이 없는 사회복무요원이 종교적 신념을 들며 출근을 거부한 것은 병역법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출근을 거부한 사회복무요원에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 주목된다. 대법원 판단은 병역 기피 또는 면탈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는 상황에 나온 터라 더욱 관심을 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전날 A씨의 재상고심(병역법 위반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집총 및 군사훈련이 없는 사회복무요원이 종교적 신념을 들며 출근을 거부한 것을 대법원이 병역법 위반으로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울장애 등으로 징병신체검사 4급을 받은 A씨는 2014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다. A씨는 국방부 산하의 병무청장 관할인 사회복무요원 역시 군과 무관하지 않아 양심적으로 용납이 안 된다며 갑자기 출근을 거부했다.

1심은 A씨의 경우가 병역법이 정한 양심적 병역 거부의 소정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2018년 열린 상고심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상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A씨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 사회복무요원은 집총 및 군사훈련을 시키지 않기 때문에 양심에 대한 본질적 침해가 없다고 판단했다. 

시민들은 1심과 2심을 깨고 무죄를 판결한 파기환송심을 대법원이 뒤늦게나마 바로잡았다고 반겼다. 관련 소식에는 "올바른 생각을 가진 판사가 판결을 내려 그나마 다행이다"(jygo****) "국방의 혜택은 다 누리면서 국방은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tara****) "군복무한 사람들은 양심이 없어서 했나"(aspl****) 등 대법원 판단을 지지하는 글이 이어졌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없는 병을 만들어 병역을 면제받거나 줄이다 적발된 것이 이번 대법원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ID가 'piuv****'인 시민은 "병역이 당연한 의무라 지는 거지 좋아서 군에 다녀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며 "이런 저런 핑계 대가며 부자, 종교인, 연예인들이 군대 안 가면 나라는 누가 지키냐"고 혀를 찼다.

이번 판단은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는 병역 면탈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사법부 의지를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2021년 국회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 등 대체역 신청자들을 심사하는 병무청 산하 대체역심사위원회가 봐주기 심사로 일관, 악질적 병역 면탈 행위를 부추긴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국방의 의무가 있는 다른 국가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이슈다. 대부분 종교적 이유를 대는데, 우리나라는 2001년 자칭 평화주의자 오태양 씨가 종교적 이유가 아닌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면서 대중적 관심을 받았다.

주적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 정부는 엄연히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다. 병역법에 따라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병역 기피최로 처벌된다. 입영 후 집총거부하는 경우는 항명으로 간주해 군형법으로 다스린다. 2001년 강제 입영이 사라지면서 현재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병역법으로 일괄 처벌받는다. 법원은 이들에게 관행적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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