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방식 깨고 고체 아닌 액체 이용… 고출력 레이저빔 닿아도 멀쩡
반도체 이미징 위한 극자외선 광원 개발 기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게재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 총장직무대행 박래길)가 액체막에 고출력 레이저를 집속(모아서 가둠)시켜 극자외선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극자외선은 파장이 10∼124㎚(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에 해당하는 짧은 파장의 빛으로, 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그리거나 나노미터 해상도로 물질을 관측하는 이미징 등 정밀한 작업에 활용된다.
레이저와 플라즈마의 상호작용이나 극자외선 이미징 등을 연구하려면 단위 시간당 많은 수의 극자외선 펄스가 필요하므로, 높은 반복률*로 생성되는 극자외선 광원 개발이 필수적인 실정이다.
극자외선을 만들려면 고체처럼 밀도가 높은 목표물에 고출력 레이저를 집속하고, 이온화 과정을 통해 생성된 전자들을 빛에 근접한 속도로 가속시켜야 하는데 기존에 활용된 고체는 레이저빔이 한 번만 집속돼도 파괴되기 때문에 높은 반복률의 극자외선을 만들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액체가 흘러내릴 때 속도와 점도 등 조건이 만족되는 경우 모양이 변하지 않은 상태로 액체가 흘러내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압으로 액체를 내뿜는 두 개의 제트를 충돌시켜서 빠르게 흘러내리면서도 모양을 유지하는 얇은 액체막을 만들고, 이 액체막에 초고출력 레이저를 집속시켜 극자외선을 생성했다.
액체막도 레이저빔이 닿으면 평평한 모양이 손상되지만, 액체막은 빠르게 흘러내리기 때문에 다음 레이저 빔이 닿기 전에 깨끗한 액체막이 자연스럽게 재생된다. 이를 이용해 연구팀은 1 kHz(킬로헤르츠, 1초 동안 1000번의 파동)의 높은 반복률로 레이저를 집속해 극자외선을 생성하는데 성공했다.
액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높은 반복률의 극자외선 광원을 개발할 수 있게 됐고,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플라즈마 동역학의 측정 및 상대론 영역에서 발생하는 극자외선 파동 모양 등의 측정이 가능해졌다.
이 기술을 발전시키면 극자외선을 활용한 이미징 기술 등 산업 현장에서 이용할 강력한 극자외선 광원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리‧광과학과 김경택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액체막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최초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초고속 레이저-플라즈마 상호작용 연구와 같은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지도하고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 김양환 박사 등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의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한 상대론 영역의 레이저-물질 상호작용 연구 지원을 통해 수행되었으며,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4월 22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