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식 처방보다도 근본적인 임부 지원 강화로 자연스러운 출생 신고 유도해야

최근 유령 아이와 관련한 파장이 커지자 행정안전부가 오는 24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2023년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의 일치 여부를 조사하는 주민등록 사실조사는 통상 매년 9~10월 진행되는데...<본문 중에서>
최근 유령 아이와 관련한 파장이 커지자 행정안전부가 오는 24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2023년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의 일치 여부를 조사하는 주민등록 사실조사는 통상 매년 9~10월 진행되는데...<본문 중에서>

유령 아이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지난달 21일, 수원시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됐다.

같은 해 3~4월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기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2천여 명을 파악하고 그중 약 1%인 23명을 선별, 경찰 및 지자체에 생사 확인을 요청했다. 그 결과 최소 3건의 사망과 1건은 유기 사례가 발견됐으며, ‘수원시 영아 시신 냉장고 유가 사건’은 그중 2건의 사망에 불과하다.

1%만 선별 조사했을 뿐인데 3건의 사망과 1건의 유기 사례가 발견됐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부 여론은 이 같은 범죄가 되풀이되는 것에 현행 제도의 탓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신생아 부모는 출생 1개월 안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처분에 그치고,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은 행정당국에 출생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없다. 이른바 ‘유령 아이’가 우후죽순 생기기 어려운 조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주민등록 사실조사 앞당겨


최근 유령 아이와 관련한 파장이 커지자 행정안전부가 오는 24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2023년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의 일치 여부를 조사하는 주민등록 사실조사는 통상 매년 9~10월 진행되는데, 이번에 2개월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 증가로 방문 조사가 어려워진 만큼 오는 24일부터 내달 20일까지는 우선 비대면 조사가 진행된다. 조사 대상자가 정부24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진행할 수 있다.

이어 내달 21일부터 10월 10일까지는 비대면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가구를 대상으로 이장, 통장, 읍면동 공무원이 거주지에 방문해 확인 조사를 실시한다. 비대면 조사에 참여했더라도 복지 취약계층, 사망의심자, 장기결석 및 학령기 미취학 아동 포함 가구, 5년 이상 장기 거주불명자 가구 등 중점조사대상 가구는 방문 대상이 된다.

주민등록 사실조사 기간 중 자진신고를 하는 경우 주민등록법에 따라 부과되는 과태료의 최대 80%까지 감면받을 수 있는데, 주민등록과 실거주지 불일치가 적발되면 최고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가 최고·공고 절차를 거쳐 직권으로 주민등록사항을 수정할 수 있다.

행안부는 17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출생 미신고 아동 신고 기간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시군구별로 출생 미등록 아동 지원 특별팀을 운영, 출생 미신고 아동이 확인되면 출생 신고, 긴급복지, 법률지원 등 통합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늦장 대응 아쉬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시·도청에 접수된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은 총 1천69건이었으며 939건이 수사에 들어갔다. 직전 날 수사 건수는 780건으로, 하루 만에 20.4%가 증가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수사 건수가 79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열흘 만에 12배 가까이 불어났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처럼 출생 미신고 아동과 수사 건수가 이미 상당히 불어난 상황에서 전수 조사의 실시가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여태 임시 신생아 번호와 출생 신고를 대조하지도 않았던 데다 전수 조사는 사후식 처방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받는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이에 관해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지원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부모 가족의 임신, 출산, 양육 지원을 위한 과제를 발굴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사후식 처방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근본적인 임부 지원을 강화, 자연스럽게 출생 신고를 유도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에 공감한다. 정말로, 환경만 멀쩡히 갖춰진다면 아이를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 하는 부모도 몇 없을 거다. 정부가 그 환경을 얼마나 잘 갖춰 낼까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