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생존 위한 자구책... 일각선 집단이기주의라는 지적도 나와

[정부정책의 역류현상]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늘리기와 근로자 평균임금 상승에 대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업계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기 위한 몸부림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2년 간 최저임금이 25%나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게 주요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주요 편의점 기업들은 무인점포 상용화 등 이른바 경영효율화에 매진하고 있다.

▲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늘리기와 근로자 평균임금 상승에 대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업계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기 위한 몸부림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2년 간 최저임금이 25%나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게 주요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주요 편의점 기업들은 무인점포 상용화 등 이른바 경영효율화에 매진하고 있다.<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다만 문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 소득재분배와 소득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는 걸 고려할 때 편의점 업계가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너무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CU를 비롯해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들이 속속 무인점포를 선보이고 있다. 7월말 기준 CU는 전국에 무인편의점 3곳을 운영 중이고, 세븐일레븐은 서울 수표동 본사 2곳을 포함해 4곳에 최첨단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를 지난 20일부터 시범운영 중이다.

이마트24 역시 전국에 무인편의점을 9곳을 개설하고 시범운영 중이다. 이중 완전 무인화로 운영되는 곳은 7곳이고, 나머지 2곳은 특정시간에만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일반 매장 한편에 자판기형 편의점을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도 2곳 운영 중이다.

국내 주요 편의점들이 앞다퉈 무인점포 개설에 나선 것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지난해보다 16.4%나 올랐다. 또 2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24.9%나 인상됐다. 즉 단시간 아르바이트 인력의 비중이 높은 편의점 입장에서는 다른 산업 대비 인건비 부담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 자료_전자공시시스템

이는 편의점 기업들의 매장당 평균 매출 및 급여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3년(2015~2017년)간 매출은 낮아진 반면, 급여는 상승했기 때문이다. 우선 매장당 평균 매출을 보면 신생인 이마트24만 지난해 2억 5800만 원을 기록해 2016년보다 102% 증가했을 뿐이다. CU는 4억 600만 원으로 10.4% 줄었고, GS25(4억 800만 원)와 세븐일레븐(3억 8800만 원)은 각각 18.7%, 3.4% 감소했다.

반대로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상승추세다. CU가 56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14.4% 높아졌고, GS25가 4800만 원으로 33.9%, 세븐일레븐이 6800만 원으로 4.8% 늘었다. 해당 평균 급여가 가맹본부 정규직을 기준으로 계산된 것을 고려할 때 브랜드사용료 등을 부담하고 있는 가맹점주가 느끼는 인건비 상승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전국에 편의점수가 3만 곳을 넘어서는 등 포화상태인 데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무인점포 상용화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편의점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업계관계자는 “무인점포 확산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치솟는 임대료 등이 융합된 결과물”이라며 “경기불황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무인점포 개설단가는 낮아지고 있는 만큼 확산 추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인상이 공존할 수 없는 영역이기는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두 카드를 동시에 꺼내든 게 소득재분배와 소득양극화 해결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있었던 만큼 편의점 업계의 무인점포 늘리기는 집단이기주의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모든 점포를 무인화 시켜 시스템관리 비용 등 본사만 배 불리겠다는 속셈 아니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앞서부터 예상돼 왔던 결과였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것에는 기업이 일정부분 고통을 분담하라는 속뜻이 담겨있지 않았겠냐”며 “기업이 물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집단이기는 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책임도 있는 만큼 가맹점주의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노력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 국내 편의점 1위 자리를 놓고 CU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GS25는 현재까지 무인점포가 없다. 대신 지난 1년 간 점포분석시스템을 개발해 가맹점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회사관계자는 “무인점포는 기술적으로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현재 더욱 필요한 것은 기존 가맹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개발해 내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진행하기 힘들었던 전국 점포의 분석시스템을 통해 GS25의 경쟁력인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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