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데이터 경제 규제 혁신 위해 가명 정보 활용 확대 방침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 4개 부처는 지난 8월 31일 경기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데이터 경제 규제 혁신, 산업 육성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관련 회의에서 ‘가명 정보’ 개념을 도입하고 가명 정보를 이용, 제공할 수 있는 범위를 법으로 규정, 다른 정보를 사용해도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처리된 ‘익명 정보’는 개인정보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익명 정보는 추가 정보를 제공해도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정보를 의미하는데 통계 처리된 정보는 대표적인 익명 정보에 해당한다. 

통계 처리된 정보의 예로는 폐암 환자 200명, 제주도의 10대 비율은 10%와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폐암 환자 200명, 제주도의 10대에 속하는 개인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떤 정보를 추가한다고 해도 그 정보만으로 어떤 개인이 폐암 환자인지, 제주도의 10대인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익명 정보만으로 어떤 개인의 정보인지 추론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이 비교적 적다고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개인정보보호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4차 산업 혁명 위원회’가 ‘제2차 규제, 제도 혁신 해커톤’에서 정의한 개념을 따를 때 가명 정보는 추가 정보를 제공하면 개인을 특정하는 것이 가능한 정보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 거주하는 나이 35세의 흡연자 A라는 정보가 있다고 가정하면 서울에 사는 나이 35세의 흡연자 수는 적어도 수만 명에 달할 수 있어 이 정보만으로는 A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만약 A의 정보에 직업이 광부이며 폐암 환자라는 정보가 다시 더해진다면 A를 특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지며 다른 정보가 추가되면 1명의 개인으로 특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기존에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인해 가명 정보의 활용을 억제하였는데, 이번 회의를 통해 개인이 특정될 우려가 없는 익명 정보는 개인정보에서 제외하고 추가 정보를 통해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가명 정보는 엄격한 조건하에 그 활용 범위를 높인 것에 그 의의가 있다.

◆ 가명 정보의 가치를 중시하는 산업계와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시민단체

가명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해 산업계와 시민 단체의 의견 대립이 첨예한 이유는 가명 정보의 가치가 산업적으로 높지만 동시에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폐암 환자 30%가 흡연자라는 익명 정보로부터는 어느 폐암 환자가 흡연을 했는지 모르지만 폐암 환자와 흡연의 상관관계는 알 수 있다. 하지만 익명 정보만으로는 환자에 대한 추적 분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층적인 분석은 불가능하다.

반면 가명 정보는 그 정보만으로는 개인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개인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추적 분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흡연자이면서 폐암환자인 A의 정보를 주고, 추가로 그 A에게 금연이나 신약과 같은 처방을 한 경우에 금연, 신약 처방의 효과가 어떤 지에 대한 정보 결합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산업계 입장에서는 추적 분석, 2차적인 분석이 불가능한 익명 정보에 비해 추적 분석, 2차적인 분석이 가능한 가명 정보의 가치가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DC의 자료에 의하면 2017년 전 세계 데이터 경제 규모는 1508억 달러인데, 이 중 미국은 788억 달러로 52.3%의 비중을 서유럽은 341억 달러로 22.6%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비해 한국은 56억 달러 수준으로 4%의 비중도 차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의 이유로 개인정보 활용을 연구, 통계와 같은 공적인 목적에 한정하는 등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 한국이 개인정보 관련 규제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익명 정보를 개인 정보에서 제외하고, 가명 정보를 엄격한 조건 하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산업계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가명 정보 활용 확대 방침에 대해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보안 시설, 능력이 갖춰진 공공 기관에 가명 정보 관리를 맡기고,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조치한 가명 정보를 가공하여 관련 개인을 특정하려는 시도에 관해서는 행정, 형벌권을 행사하는 방안 등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줄이려고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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